삶의 성찰과 열정에 빠져들다 ; DEEP DIVE INTO YOU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07-31 11:21 조회1,99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삶의 성찰과 열정에 빠져들다 ; DEEP DIVE INTO YOU 2020.07.23.-08.05 /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 ‘DEEP DIVE INTO YOU’ 전시는 ‘2019광주국제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폐막 1주년을 기념하는 후속행사다. 지난 여름 대회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가선수‧시민들의 추억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을 모두 함께 되새기자는 기획전이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 DIVE INTO PEACE’ 대회 슬로건과 맞춘 지난해 전시명은 그대로 쓰고, 30대 주축인 14명의 참여작가 가운데 10명은 올해도 다시 초대하였다. 대회의 지속효과와 함께 이들 청년작가들도 함께 성장해 가자는 기획의도이다. 전시성격상 ‘물’과 연관된 작품들을 먼저 찾자면 고차분 김춘수 윤준영 이인성 정승원의 경우다. 김춘수의 <다이빙>(2020)은 높직한 스프링보드에 올라선 푸른 비키니의 여인상이다. 높고 비좁은 보드 위에서 풍만한 몸매로 팔을 들어 올려 몸을 푸는 당당함과 여유를 보여주는 위트 있는 작품이다. 정승원의 실크스크린 판화 <Swimming Pool>(2020)은 실내 수영장에서 각자의 자세들로 수영을 즐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생활풍경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 사랑을 담은 마음의 치유 선물이 일러스트처럼 밝고 담백한 표현들에 담겨져 있다. 고차분의 <여름해변>과 <여름휴가>(2020)는 해변풍경을 색면추상처럼 단순화시킨 연작이다. 백사장과 수면공간의 비율을 달리하며 넓고 간결한 채색, 잔잔히 비치는 붓질흔적, 피서객들처럼 백사장을 점점이 채운 기호 같은 집들로 삶에서 ‘집’이 갖는 의미와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 평온하고 차분한 정겨움을 보여준다. 이들과 달리 물이 인생이나 삶의 무대로 비유된 작품들도 있다. 이인성의 <여름날의 수확>(2020)은 인생이라는 바다에 잠수하여 삶의 목표와 가치들을 건져 메고 뭍으로 올라서는 자신의 내면초상이다. 청년기의 번민과 불확실성, 자기다짐 등의 심적 상태를 단순하되 표현성 강한 묘사와 주황색 점들로 비유시키고 있다. 윤준영의 회흑색 바다풍경들도 묵직한 적요 속에서 쉼 없이 일렁이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은유적으로 함축되어져 있다. 망망한 바다, 요동치는 파도 한가운데 망루를 높이 세운 <소란한 침묵>(2018), 외부의 접안조차 허용하지 않는 너른 바다 가운데 높은 축대로 둘러진 사각 구조물과 채워진 수풀 속 둥근 달을 향해 뻗어 오른 망루가 있는 <Fort>(2020) 등은 거대사회 속 개인과 타인들과의 관계, 불확실성, 두려움과 호기심 등이 복합된 윤준영의 심상초상들이다. 한편, 삶과 인생에 대한 청년작가들의 시선은 다양한 관점들을 보여준다. 양나희는 포장박스 골판지를 재활용해 부조 같은 화폭을 만들고 회화적인 묘사를 곁들여 소시민들의 산동네를 표현하였다. <원(願)>(2020), <밤의 연가>(2018) 등에는 어둠이 깃든 산동네와 하늘 가득 별무리들의 장관으로 현실과 꿈, 쓸모 있고 없음 등에 관한 생각들을 투영시켜내었다. 노여운의 퇴색한 골목길과 동네가게 풍경들에서 배어나는 푸근한 정취는 도시 재개발로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시민적 서정과 연민을 자아낸다. <스며들다>(2019) <기억하다>(2019) <남겨지다>(2016) 등은 그런 사람 사는 세상의 정겨움과 그리움이 담담한 필치로 담겨져 있다. 임현채는 예술가이면서 주부, 육아로 쌓이는 일상의 고단함과 번민들이 일기처럼 퇴적되어 있다. <행복의 무게> <시간> <이불우산>(2019) 등은 그런 일상의 흔적들이 세밀한 연필드로잉으로 묘사된 심중일기들이다. 현실의 무게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삶의 목적을 재확인하면서, 일상과 예술 사이의 균형을 다잡는 <어떤 자세>(2020)도 이 같은 연작의 하나다. 그런가 하면 일상을 채집하고 이미지를 가공해서 사실과 그 이면의 사실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다. 최요안은 잡지나 일간지, 인터넷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모아 붙여 사실감 넘치는 콜라주 작품들로 편집해낸다. <양산을 쓴 여인>(2019) <인왕제색도>(2019) 등 동서양 명화들, 인상파 풍경화와도 같은 <Impression>(2019), 한 컷의 광고사진 같은 <Easy Rider>(2019)처럼 온‧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 파편들을 짜맞추어 실체인 듯 허상인 듯한 화면들을 선보인다. 설 박은 먹을 염색한 한지를 콜라주해서 장대한 산천의 <어떤 풍경>(2017) 연작을 화필대신 먹의 농담이 다른 화지들을 찢어 붙여가며 산수화폭을 이루어내었다. 벽에 고정된 화폭을 벗어나 광목천으로 길게 늘어뜨린 <불완전한 풍경에 대하여>(2020)는 천에 먹이 직접 스미고 번지며 실제 풍경인 듯 추상인 듯 모호한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박성완은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특정장소의 연작이나 주변 생활 풍경들을 그려낸다. <구 도청 Ⅰ>(2010) <구 도청 4801>(2015)는 몇 년 전에 제작했던 작품을 통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로 묻혀진 옛 도청과 그곳을 둘러싼 얘기들을 환기시켜준다. 내려깔린 침묵과 사라지는 듯 모호함, 굵고 힘 있는 필치와 분위기를 연출하는 색채로 기억과 현재를 중첩시켜내고 있다. 윤연우의 작업은 회화와 직조를 결합한 연작들이다. <야근하는 여자> <취업 준비하는 남자> 등 2014~15년의 인물초상들, 2015년부터 최근까지의 <청설모> <오소리> <코뿔소> 등은 그림의 소재들을 수채화로 그린 뒤 일러스트 형태로 단순화하고 그 이미지들을 직조로 옮겨내는 긴 시간 노동집약 작업들이다. 송지윤의 <낯선 풍경> 연작은 과일 정물과 식물들과 풍경을 평면구성형태로 결합시킨 화폭들이다. 삶에 대한 단상과 기억들을 조합시킨 원색조의 색채와 단순 간결 도형화된 이미지들은 언뜻 경쾌하고 감각적이다. 하지만 드러날 듯 말 듯 상징체로 곁들여진 표정들로 피로사회의 우수와 쓸쓸함을 내포시키고 있다. 또한 선영현은 범람하는 대중매체의 실체와 허구성, 끊임없이 생성‧편집‧조작되는 이미지들을 픽셀화된 구조체들의 형태로 담아놓았다. 최근 계속하고 있는 <Frame>(2018~2020) 연작은 기호패턴처럼 동일한 반복도상을 올린 사각 또는 육각의 입면체들을 가변형태로 연결하여 구성시킨 것이다. 동세대이면서 삶의 환경과 현재가 각기 다른 청년작가들의 시선은 이 시대의 풍경과 표정을 스펙트럼처럼 비춰낸다. 외적인 여건이나 심적 내면상태나 한창 번민 많고 생각꺼리도 많은 시기, 하지만 불확실한 예술인생에서 작가로서 열정과 삶에 대한 진중한 접근들이 청년기의 귀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기성문화 속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대규모 국제행사로 도시의 기운을 북돋웠다면, 그 열기와 정성을 도시의 성장과 삶에도 지속시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우리 사회 문화의 든든한 밑불로 살려가야 할 것이다. 이 시대와 사회를 대변하고 현실 현상 너머까지 문화의 층위를 넓혀가는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과 열정도 그만큼 더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춘수 <다이빙>, 2020, 합성수지 FRP에 아크릴, 21x20x78cm 정승원 <Swimming Pool>, 2020, 실크스크린, 59.4x48.1cm 이인성<여름날의 수확>,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cm 윤준영 <소란한 침묵>, 2018, 한지에 먹, 콘테, 채색, 97x130.3cm 양나희 <원 願.>, 2020, 골판지 부조에 유채, 60.6x50.5cm 임현채 <시간>, 2019, 종이에 연필, 과슈, 193.9x130.3cm 최요안 <양산을 쓴 여인>(2019. 캔버스에 콜라주, 100x80cm) 등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