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생명의 겹’ 정산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08-08 12:16 조회1,83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윤애근 <空-비상>, 2000, 접장지에 채색, 90x40cm ‘공(空)-생명의 겹’ 정산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2020.07.09.-08.10 / 은암미술관 晶山 윤애근(1943~2010)의 10주기를 맞아 고인을 회고하는 전시회가 은암미술관 초대로 열렸다. '공(空)-생명의 겹'이라는 제목으로 70년대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40여년 간의 주요작품 38점과, 그동안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팸플릿, 일간지와 미술지 기사들, 작업실 흔적 등등의 아카이브 자료들로 꾸며졌다. 윤애근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화업을 닦던 외지인이었다. 호남남화 전통수묵화가 지역화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80년대 중반 광주에 내려와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며 교육자로서나 작가로서 열정을 다하였다. 특히 자연교감과 흥취를 묵향에 담아내는 산수자연 소재의 수묵 또는 수묵담채가 대부분인 지역화단 풍토와는 달리 진한 채색과 과감한 형태변형, 부조식 접지 각화법 등 파격적인 작품들로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당연히 비난과 배타적인 경계심,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때마침 80년대에 일기 시작한 사회변혁의 기운과 신진 미술학도나 청년세대들의 변화욕구들을 타고 지역의 기성화단과 집단화풍으로부터 이탈하는 작업들에 자극제가 되었다. 열정과 고독과 집념을 화폭에 응집시켜낸 윤애근의 작품세계는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초대 개인전 때 일부지만 한 자리에 고루 펼쳐졌었다. 이번 전시도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골라 다시 돌아보는 자리였는데, 시립미술관 초대전의 평문으로 [월간미술](2006년 9월호)에 소개됐던 글의 일부를 이번 회고전 작품들과 함께 다시 소환해 본다. ‘자연과 화면 속의 色과 空’ 정산(晶山)의 작업은 ‘공간(空間)’에 관한 회화적 모색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동양의 오랜 전통사고인 하늘과 땅 그 사이 인간이라는- 말하기에 따라서는 다소 거창한 우주․자연이라는 근원적 화두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폭 속에 담기는 실(實)과 허(虛), 곧 제각기의 모습들이 회화적 묘법으로 자리하는 산수경물 인물과, 단지 화면이라는 물리적 층위로 감지될 수 없는 ‘여백’(餘白)이라는 함축공간의 또다른 확장이기도 하다. 미술이란 본래 공간에 대한 미적 대응관계라 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2차원 또는 3차원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인간의 지각반응이자 가상의 심상세계를 구체적 실재공간 속에 외화시켜내려는 표출욕구의 흔적들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도 사람살이도 작은 미물들도, 아니면 현상 너머의 감성적 포착이나 예감까지도 작가들이 바라보는 회화적 공간 속의 대상이자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서구미술이 지향해온 물리적 공간의 탐구 아니면 지적 상상력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대비되는 내적 교감과 정신적 소요유(逍遙遊)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정산의 작품세계 또한 그런 신감각 채색화의 한 예에 속하면서도 오랫동안 ‘공’이라는 문제에 깊이 천착해 왔다. 단지 채색의 감각적 묘미보다는 있음과 없음, 즉 색과 공(반야심경의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문제를 중심 화두로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들어 전혀 색다른 조형형식으로 그 ‘공’이라는 화두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회화라는 평면 회화형식으로부터 과감한 탈피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은 초기부터 계속해온 회화적 형상의 털어내기 작업 연장이면서 화폭이라는 실재공간과 여백의 암시성을 여러 형식으로 가시화시켜내는 작업이다. 이제껏 채묵을 이용한 스미고 우려내고 담기의 작화방식에서 마치 부조나 투조형식과도 같은 무수한 화지들의 덧쌓기와 그 접합법으로 두터워진 화폭들을 오려내고 파내고 뚫고 다듬으면서 그 위에 색과 상을 올려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지 두께나 입체공간을 활용한 오브제 형식으로의 전환은 아닌 듯 싶다. 어차피 한정된 범위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지각공간 사유공간 표현공간으로서 안과 밖, 이쪽과 저편, 가상과 현실, 시각과 감성, 가시적인 것과 내적 정신세계 등을 회화라는 물리적 조형공간 속에서 여하히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하나의 공간으로 열수 있는가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되짚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실재로 정산의 작품세계는 전통이라는 이름의 십군자 사군자 등의 작화형식을 내림으로 익히는데서 출발하여, 미세한 그물망으로 얽힌 어촌마을 일상 현실소재를 보다 극명하게 묘사하는 과정들을 거쳐 차츰 형상을 털어내면서 채묵의 무한한 변주를 즐기게 되고 이제 그녀만의 무한한 가변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소재도 화조 산수에서 일상풍경과 인물․가족을 거쳐 곤충을 곁들인 추상화된 자연공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쳐왔다. 크게 보면 관념미학의 전수로부터 사람살이 일상을 돌아 자연이라는 동양회화 본래자리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련의 작업들에서 청색조의 간일한 발림과 우려내기로 함축시켜낸 바람결․안개 아니면 강과 들과 숲의 이미지들 속에 나비와 벌 잠자리 같은 곤충들을 곁들여내는 작업들에서 ‘空’ 연작이 훨씬 구체화되어진 듯 하다. 그리고 거의 예외없이 작품 한켠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자연과 작가 사이를 이어주는 일종의 공간에 대한 매개물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허공(虛空)과 실공(實空)사이를 오가는, 그 가벼운 나래짓들만해도 있는 듯 없는 듯- 바라보는 이 자신마저 존재의 무게를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중첨된 꽃과 나비의 형상, 바람과 구름과 안개의 흔적, 채색과 선묘와 긁어내고 오려내기와 그 모든 것들이 작가만의 또다른 회화적 유희공간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무등산 한자락에 싸 안긴 정산의 작업실에는 오늘도 하늘과 별과 달이 담기고 틈틈이 손수가꾼 텃밭의 채소와 마당가 갖가지 색과 모양의 꽃들, 연못이랄 것도 없는 작은 물웅덩이 붕어들까지 무수한 상념과 독백과 유희가 피어나는 작업공간과 자리를 나누면서 그저 하나의 화폭이 되어 자연공간으로 둘러서 있다. 자칫 여백으로 지칭되는 함축의 사유공간이 물리적 실체로 조형화되는 과정에서 또다른 구조 속에 닫힐 수도 있다는, 그리고 육신의 수고로운 흔적들이 가벼운 심상여행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空과 色의 확장이라는 화두 속에 묻으면서 지천명에 전혀 다른 가능성으로 스스로를 열어가는 그 과감한 변화에 많은 기대를 보낸다. - 조인호 (미술사,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월간미술](2006년 9월호) 작가리뷰 중 윤애근 <보길도 아이들>(부분), 1979, <담양 아저씨>(부분), 1978, 장지에 채색 윤애근 <律 IV>, 1990, 장지에 채색, 162x130cm 윤애근 <空-환벽당>, 2000, 접장지에 채색, 92x110cm 윤애근 <空-우정>, 2004, 접장지에 채색, 150x105cm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空-생명의 겹'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空-생명의 겹'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空-생명의겹' (백현호 사진) 윤애근 10주기 회고전 '空-생명의 겹' (백현호 사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