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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광 조각전 '장미빛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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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9-11-23 11:51 조회2,2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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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 40X79X37cm, 대리석가루, 수지 2019.jpg
    박민광 <찰나>, 2019, 대리석 가루,수지.40X79X37cm

     

    박민광 조각전 장미빛 인생

    2019. 11.18 12.18 / 광주 롯데갤러리

     

    조각, 그 재현의 힘

    표현(表現)의 기저에는 필히 표현하는 주체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다. 다분히 사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작품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3자에게 전달하는 창작활동의 경우, 그 숨은 서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쟁점이다. 미술의 표현행위에서 일차적으로우선시 되는 부분은 물리적인 표현력, 즉 기술적인 부분이다. 실험과 전위로 무장해온 현대미술 안에서도 여전히 고전적인 태도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도, 형식이 바로 설 때 내용도 바로 설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 때문일 것이다.

    롯데갤러리는 그러한 태도에 천착하는 조각가를 초대한다. 본 전시의 주체인 박민광은 광주에서의 학부 과정 이후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리얼리즘 미술을 수학했다. 조각의 특질, 즉 삼차원이라는 공간의 점유를 통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장르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재현미술의 전통이 확고한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의 유학은 작업적 완성도를 구축하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유학 시기의 작품과 함께 1998년 귀국 이후 시기의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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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광 <사랑으로 피는꽃>, 2001, 석고 ,37X37X15cm

    따뜻한 흙의 질감과 회화적인 손맛이 두드러지는 유학시기의 작품은 주로 석고로 제작되었다. 코스튬(costume)이 아닌 대부분의 작품은 누드 작업이며, 실재하는 인체의 동세와 인물의 표정에 주안점을 두고 사실적인 모델링에 집중했다. 자못 투박해 보이는 질감이지만, 작가는 근육의 흐름과 미묘한 제스처까지 신체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대상의 현존(現存)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 97년의 작품 <빅터르> <샤샤> <아냐> 등의 작품은 놓인 공간과 무관하게, 아직도 작업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00년 초반부터 15여 년간의 작품에서 부각되는 것은 여성의 신체이다. 질감은 이전 작업에 비해 매끈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테라코타와 FRP, 대리석 가루 등의 재료를 통해 작품의 향수자로 하여금 다양한 미감을 자극한다. 작업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시기의 창작자는 늘상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끌어낸다. 진솔한 접근이 가능한 탓도 있겠지만, 주체로서의 나의 서사는 자못 타자의 서사를 수렴하기도 하기에, 나의 이야기는 예상 외로 교감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박민광은 그 자신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적극 작업에 투영해가며 본인 조각에 특유의 색깔을 덧씌워왔다. 작품 <사랑으로 피는 꽃> <세월의 향기> <기다림>에서는 가족을 포함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양한 관계망이 읽혀진다. 작가는 근작에서 자연의 순리에 맞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꽃을 여성의 삶과 병치시킨다. 단순히 시선의 즐거움을 위한 꽃이 아닌, 생에 대한 갈망과 내적 욕망이 함축된 대상으로서 꽃을 해석한다. 꽃의 대명사격인 장미가 상징하는 풍성함과 아름다움은 열정적인 삶에 보내는 찬사이며, 겨울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은 내적 강인함을 연상시킨다. 꽃송이 전체가 낙화하는 동백은 처연한 감성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낙화한 자리에 열매가 맺혀 이내 다시 한 번 꽃을 피우기에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잉태한 여인을 비롯하여, 박민광이 조각으로써 표출한 살아온 시간, 그리고 살아갈 시간들에는 작가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한 본연의 여성성이 데포르메(Deformer)의 형태로 제시돼 있다. <깊은 생각><성숙>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임신한 여인, <몽환>과 같이 신체의 일부분을 과장한 여타의 작품들에서 작가는 여성 본연의 생명력, 혹은 욕망은 터부시되어야 할 여성성이 아닌 존중 받아야 할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성임을 역설한다.

    지천명을 넘긴 작가가 그간의 시간과 작업들을 참으로 어렵게도 끄집어냈다. 힘에 부치고 더디지만 스스로가 가장 잘 다루는 흙, 그리고 전통 조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매체와 장르가 선사하는 살아 움직이는 힘에 기인한 것일 테다. 탄탄한 기법을 바탕으로 조각미술 본연의 표현력을 제고해온 박민광의 첫 개인전에 많은 격려와 조언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 고영재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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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광 <깊은 생각>, 2019, 테라코타, 50x32x33cm / <남몰래 흘리는 눈물>, 2019, 대리석 가루, 수지, 25x23x2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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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광 <기다림>, 2001, FRP, 51x25x11cm / <흔들리며 피는 꽃>, 2015, 대리석 가루, 수지, 62x55x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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