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문화 향취에 창신의 필묵 - 2020 남도수묵회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12-25 13:47 조회1,80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시대문화 향취에 창신의 필묵 - 2020 남도수묵회전 2020.12.24.~12.30 / 유‧스퀘어 금호갤러리 개성과 독창성으로 만화방창하는 요즈음의 현대미술 흐름에서 흩어진 우리문화의 뿌리와 한국화의 맥락을 되살려보자는 게 남도수묵화협회의 창립취지라고 알고 있다. 마땅히 그 심지는 옛 법의 전승으로 전통을 되살리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림에 대한 정신적 태도나 주된 소재와 형식, 필법은 늘 당대문화와 더불어 변하기 때문이다. 시대별로 나타나는 독특한 성향들을 미술사에서는 이곽파‧마하파‧절파‧오파 등등의 이름들을 붙여주었다. 북종화와 상대적 개념으로 남종화라 구분했지만 그 남‧북종으로 분류되는 화맥에서도 시대환경과 개별성향에 따라 화폭 운영과 필법을 달리하는 창신(創新)의 의지들이 전체 화맥에 시들지 않는 생기를 돋우어 주었다. 의재께서는 “개성은 어디까지나 전통 위에서 꽃피워야 하며, 처음부터 자기 독단의 개성은 생명이 길지 못하다. 전통을 철저하게 갈고 닦으면 자연 자기 것이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아울러 “화품(畫品)이란 것은 선인 대가들의 전통과 기교를 배우고 난 뒤라야 형상을 벗어난 영원한 생명의 자기 예술이 가능한 것이다(成家).”고도 하였다. 선인 대가들의 전통과 기교를 철저하게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면서도 이를 넘어 ‘형상을 벗어난’ ‘자기 예술’이 궁극적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남농 또한 “신남화란 한국의 산수를 사생하여 한국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틀에 묶여 문기를 주장하는 남화의 관념철학에서 벗어나 실경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며 준엄한 자기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지향하는 개혁성을 강조하였다. 요즘의 남도 한국화단은 지역양식을 이루었던 전통 화맥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다. 크게 보면 지역문화 전통과 특성을 되살리려는 호남 남화의 현대화 작업들, 시대현실과 밀착하면서도 남도 서정을 함께 담아내는 사실주의 회화, 시대감각과 예술의 창조적 가변성을 개성 있게 화폭에 펼쳐내는 독자적 화법들이 주요 맥락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현실풍자나 시대풍속도에 초점을 맞춘 작업, 적극적인 채색과 과감한 운필로 형상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우, 먹의 성질과 기운을 평면화폭뿐 아니라 입체나 설치형식으로 대범하게 확장시켜내는 경우, 맑으면서도 깊이 있는 먹과 채색을 우려내고 정교한 세필작업으로 심상풍경을 그려내는 작업, 인물이나 산수자연을 소재로 각자의 개성은 살리면서 대중문화 코드에 접속하는 채색세밀화 등등으로 개성만발의 시대이다. ‘남도수묵회’ 활동은 올해로 창립 3년째다. 대부분 남도를 기반으로 부지런히 당신 몫의 예술세계를 일구는데 힘쓰는 원로부터 청년세대까지 필묵의 구도자들이다. 특히 올해는 사전 제출자료들로 본 회원들의 출품작과 작업요지들에서 수묵이나 호남남화에 관한 어떤 전형이나 관념보다는 화업의 근간에 관한 성찰과 더불어 당대와 밀착하려는 자의식들이 훨씬 또렷해져 있다. 작업환경과 성향이 각기 다른 여러 동인들의 모임체라 서로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화격(畫格)과 작품성의 편차는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옛 관념산수나 고답적 필법에서 벗어나 현실감과 생기, 아니면 독자적 회화세계를 담으려는 의지들만큼은 이전보다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 시대 남도 한국화의 화취(畫趣)는 겉바름의 안료나 기능적 매체들과는 다른 스미고 배이는 한지와 먹빛과 채색의 어우러짐, 가감을 조절하며 내공이 실린 운필, 자연본성으로서 감흥과 시정(詩情), 명철한 현실인식이나 시대감각을 담은 실재성 또는 형상성의 모색 등등으로 펼쳐질 수 있다. 아직 설익거나 다소 번잡하고 억지스런 그림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 시대 낯익은 그림자를 쫒기보다 이 시대와 자기예술을 담으려는 화폭들이 많아진 점은 이 모임의 창립취지에 공감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견인체로 삼고 있다고 여겨져 지속적인 역할에 기대를 갖게 된다. 지역성은 어느 권역의 차별화된 문화적 뿌리이자 드러난 특성이다. 하지만 지리적 물리적 문화적 거리나 경계에 상관하지 않는 요즘의 문화흐름에서 예술세계의 무한성을 틀 지우는 지협적인 관념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온‧오프로 열려진 문화유목시대에 고유한 전통과 지역성을 우선할지, 예술의 창조성에 무게를 둘지는 작가의 세계관이나 예술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예술은 삶의 환경이나 시대현실과 무관하지 않고, 그런 가운데서 공통되는 차별성이 뚜렷할수록 그 지역의 고유성은 더해질 것이다. 창작이라는 불확실성의 개별세계와 더불어 지역미술의 가치를 일구는 몫까지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면 서로의 구심체로서 활동력을 북돋우고 공동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협회의 역할은 그만큼 더 소중한 것이라 하겠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 제3회 남도수묵회전의 성격과 향후 방향에 관해 팸플릿 수록용으로 요청된 글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