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식객 하루.K 개인전 ‘와신짬뽕’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윤리 작성일20-01-02 12:35 조회2,17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하루.K. <편집된 산수>(부분), 2019, 종이에 먹, 채색, 혼합재, 120x600x70cm 기묘한 식객 하루.K 개인전 ‘와신짬뽕’ 2019.12.14 – 2020.02.23.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산수 속의 나들이객들은 산수 속의 커다란 그릇에 담긴 음식들을 보고 있는지 산수를 보고 있는지 모호하지만 여튼 즐거운 여가생활 중임에 분명하다. 시대에 따라 산수의 표현은 변화했는데, 산수를 경외의 대상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루.K의 산수화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산수 유람의 흥겨움과 흥취를 가지고 있다. 조선 화가들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야를 유람하고 산수화를 그리며 맑은 심성을 기르고 즐거운 삶을 꾸리며, 은둔과 풍류의 공간을 찾으며 산수를 찾았으나 그의 산수화는 현대인이 산수를 즐기는 모습이다. 그의 회화는 현대인의 여가문화를 담았지만, 산의 형태 표현은 먹으로 그린 전통적 회화기법이다. 이러한 산수화 표현은 이상향을 꿈꾸거나 산수와 벗하고자 했던 산수의 정신성과 영원성의 요소들을 담고자 했던 전통 산수화를 계승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의 회화는 산수화를 보며 그날 그때 그곳에서 산과 물의 자연의 변화를 보고, 듣고, 느끼며 겪었던 즐거운 기억을 담아 거실에 걸어놓고 회상하고 싶은 심경을 담고 있다. 즉, 집안에 걸어 놓고 와유(臥遊)를 즐기려 했던 옛 사람들의 심경을 잇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전통 산수화의 계승적인 면을 이처럼 보여 주고 있지만 동시에 전통 산수화의 고답적인 그림 그리는 방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볼 수도 있다. 그의 산수화는 즐거운 것들로 넘쳐남을 강조한다. 고달픈 삶 속에서 그림 안에서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만을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술회도 있지만 마치 월요일이 다가오는 소리를 아쉬워하는 짧은 여행자의 기억과 흘러넘치도록 풍성한 음식에는 식도락가의 순간적 쾌락이 표현되어 있다. 하루.K <수집된 산수> 연작, 2019 그의 작품은 삶의 고뇌의 무게가 삭제된 시공간이다. 영원하지 않은 순간의 기억들 뒤편에는 현대인들의 분주하고 바쁜 일상들의 풍경은 보이지 않고, 삶의 즐거움만을 만끽하기 위해서 움직였던 일시적 찰나적 시간이 있다. 이런 넘치도록 풍족함 속의 기억의 편린들은 보이지 않는 곳의 빈곤, 영원한 것처럼 보이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는 덧없음 등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의 산수화는 전통 산수화에서 강조했던 내면적 정신성을 품은 채 현대인이 생각하는 자연을 보는 유희적 이미지, 그리고 그 안에 순간적, 쾌락적 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영원히 불변하는 요소와 일시적인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하며 팽팽한 긴장 관계를 이룬다. 그는 작품을 그리는 형식에서도 기존의 한국화 기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실험을 추구한다. 작가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데페이즈망 기법, 즉, 물체를 일상적인 질서에서 떼어내어 엉뚱한 곳에 놓아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기법을 적극적으로 화폭에 사용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은 크고 세밀하게 그리지만 덜 중요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 한 화면에 배치했던 전통 민화 기법들의 요소도 볼 수 있다. <맛있는 산수>(2017)에서는 아름다운 산수화에 비해 비대하게 큰 접시나 그릇에 넘쳐나는 음식들이 뚝뚝 떨어지고, <산수를 담다(보길도 기행도)>(2018) 등에서는 여행의 아름다운 풍경과 기억들이 크고 작음과 뒤섞여 커다란 도시락 통에 듬뿍 담겼다. <그림 속에 그림 1>(2019)에서는 그림 속의 생물과 기물이 그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뒤섞여있다. 끝없는 상상력의 변주를 중시하는 작가의 이러한 창작기법은 전통과 현재, 안과 밖,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과 민화적 기법, 여가활동을 즐겨 그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조선 시대 산수를 즐기며 유람했던 풍속도 등을 연상시키며 색다르고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의 산수화는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현재의 감성,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간 현대 사회와 문화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최근 입체 작품 <편집된 산수>(2019)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던 산수의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이를 컴퓨터 작업으로 변환한 3차원 입체 조형물이다. 100여 개의 다양한 흰색의 산으로 제작한 입체의 산수화는 아름다운 산수들의 컬렉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진보로 인한 대량화 속에 인간을 객체화시킨 작업이다. 기계화로 인해 쉽고 빠르게 인간의 경험이 기억되고 저장되지만, 수치화된 데이터들에는 인간의 감성을 담지 못한다. 작가는 순간의 쾌락과 영원의 기억, 풍성함 속의 허탈감, 미술품과 상품, 인간과 기계 등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에 대해 사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기존의 부감법을 중시하는 산수화 형식과 달리하여 산수를 클로즈업한 대형 산수화 <Rainbow Moodeung Mountain>(2019)를 제작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변화를 주었던 기존 작품의 경향처럼 이 작품은 다양한 색채의 줄무늬를 통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산수를 표현하였다. 그는 그동안 여러 고정화된 가치를 투영한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함과 강렬한 에너지를 품어내는 무등산의 이미지를 이 작품에 표현했다. 도시 근경에 위치해 광주의 상징체로서 수많은 화가들과 문인들의 소재가 되어 왔던 무등산을 산수화로 지속해서 그렸던 작가로서는 꼭 한번 그려 보고 싶었던 소재였을 것이다. 그의 <Rainbow Moodeung Mountain>은 자신을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던 토양 또는 정신적인 것에 대한 환원의 의미이며, 항상 변화를 추구했던 자신을 산수로 의인화한 표현으로 보인다. 전통 회화를 현대의 회화 속에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의 고민은 오랜 한국 미술의 과제였다. 급속한 서구화, 근대화 속에서 전통 회화는 나아갈 방향을 잃었으며 전통회화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문제는 우리의 것이 무엇이냐는 해결해야할 숙원의 과제를 던졌다. 이러한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의 과제는 그 토양과 문화 속에서 생성되고 변화를 거쳐 전개되어 온 가장 고유한 성격을 찾는 정체성의 문제이며, 세계화 속에 열려 있는 동시대의 삶과 문화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발현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 하루.K는 전통을 계승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자유롭게 펼치며,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의 시대 감성을 산수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하루.K는 12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의 주요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3년 신세계미술상을 수상을 했고 의재문화재단과 광주시립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전시 《기묘한 식객_하루.K “와신(嘩兟)짬뽕”》을 통해 2012년부터 제작한 <맛있는 산수> 연작부터 입체작품 <편집된 산수>까지 그간 청년작가로서 보여주었던 그의 주요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창작 의욕과 작가 생활을 영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예술가적 열정에서 오는 변화의 추구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된다. - 홍윤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작업대와 요리대가 하나가 된 하루.K '와신짬뽕' 전시 중 일부 대중문화 어법을 작업에 적극 끌어들인 하루.K 전시작품의 일부 예 추억 속의 호랑이무늬 담요와 중국 칠채산 이미지를 합해 그리 하루.K의 <무등산 무지개>, 2019, 캔버스에 유화, 227x900cm 하루.K <그림 속의 그림>, 2019, 종이에 먹과 채색, 160x130cm 하정웅미술관-청년작가 초대전. 하루.K의 '와신짬뽕' 전시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