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무게와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 정광희 표인부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7-27 09:50 조회2,56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무안군립오승우미술관의 정광희 개인전 전시실 ‘먹의 무게와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 정광희·표인부 초대 개인전 2019. 06.29-09.25 / 무안군립 오승우미술관 묵선의 수행을 닮은 정광희의 ‘자아경’ 쌓고 스미고 우리고 빼고 허공에 띄우고 터트리고… 먹의 물성과 정신성의 교합을 여러 방식으로 탐구해 온 수묵화가 정광희가 이번에는 켜켜이 붙여낸 책갈피에 해체된 먹빛 글자의 흔적들로 마음을 비추어낸 화폭들을 붙여 모아 너른 공간에서의 파동을 실험하고 있다. 무안군립 오승우미술관이 초대한 ‘먹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라는 개인전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먹빛의 울림을 잔잔히 연출하고 있는 너른 공간의 여백이 두드러진다. 본래 생각과 형상작업의 출발점이자 그 귀결처이기도 한 공간과 여백에 관심이 많은 정광희는 ‘자아경 자아경(自我經-自我鏡)’ 연작 화폭들만을 한쪽 벽면에 길게 펼쳐놓고 나머지 벽면에는 띄엄띄엄 몇 점의 작품들만을 배치했을 뿐 너른 전시공간을 대부분 비워두었다. ‘자아경’은 자기마음의 경전으로서 자아경이자, 스스로를 일깨우는 경책이자 거울로서 자아경이라는 중의적 명제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연작은 자성으로 침잠된 내면으로부터 우려내어져 한 점 한 점의 화폭으로 책갈피처럼 모아진다. 묵언수행과도 같은 그 작업과정의 현재인 186점이 13m로 펼쳐져 텅 빈 적막의 공간에 먹향을 번져내고 있는 것이다. 정광희의 먹 작업은 지극히 묵선(墨禪)의 세계와 닮아 있다. 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서 일정 공간이나 화폭을 채우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성과 지식의 기호화된 체계로서 텍스트, 또는 전통이라는 내림으로 틀 지워진 서예나 수묵작업의 형식과 관념을 깨트리는 실험을 거듭한다. 그런 수행 중에 돌연 백자 달항아리와 함께 허공에서 떨어뜨려져 하얀 화판에 파열되는 먹의 무작위적 기운으로 인위적인 묵필의 행위를 대신하기도 한다. "진정한 지식은 문자를 넘어 존재한다. 내마음 깊은 곳에서 퍼 올린 수많은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비밀의 집이 되었다. 결국 이것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것이다. 수행과도 같은 정광희의 작업과정들은 그동안의 ‘아는 것 잊어버리기’ ‘인식으로부터의 자유’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나는 어디로 번질까’ ‘반향(Reflection)’ ‘심점(心点)’ 등의 연작 주제들로 이어져 왔다. 일찍부터 서예를 통해 먹을 다루기 시작했으면서도 그런 체화된 경험과 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선가(禪家)의 ‘불입문자(不入文字)’처럼 얽매임이 없는 무한 세계를 탐닉하고 싶은 것이다. 186점을 넘어 계속해서 증식해 나갈 ‘자아경’ 작업도 켜켜이 접어 채워진 한지고서 화폭 위에 해체된 문자들이 점차 덧쌓여 짙은 먹색으로 무게를 더하는가 하면, 점점 덜어내고 비워져 빈 여백을 이루기도 한다. 화폭마다 담긴 생각과 행위의 흔적도 효과도 무게감도 각기 다르겠지만 먹과 공간과 예술적 행위들을 넘어 물질과 정보의 범람 속에서 오히려 정신성을 상실해 가는 이 시대에 ‘자성의 길’을 묻는 작업이다. 무안군립오승우미술관의 표인부 개인전 전시실 바람처럼 일어나고 사라지는 세상사들의 풍경 "기억은 현실의 어떤 상황이나 어느 장소, 어떤 시기를 통해서 떠올라 의식됐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바람을 인식하는 형태와 닮아있는 것이다. 기억들은 쪼개지고 지워지면서 모호한 잔상으로만 남아서 결국에는 상징화된다." '바람의 기억' 연작을 계속해 온 표인부의 작가노트 일부이다. 그의 말대로 ‘부지불식간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기억들’은 바람과 참 많이 닮았다. 누구의 어떤 삶이든 수없이 계속되는 일상의 편린들이 모아져 인생을 이루고 그 편린들은 기억 속에서 흔적 없이 망각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렬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거나 흐릿한 잔상으로 남아 나의 현재에 영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색칠을 한 색지들을 촘촘히 오려 붙여 깃털 같은 군집으로 색색의 화폭을 채워내는 표인부의 작업은 기억된 상념의 술회이자 그 치유의 형상들이면서 또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 사고나 이슈들에 관한 현재적 반향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전에 ‘삶이 스미는 풍경’을 거쳐 한때 몰입했던 ‘소요하는 자연’ 연작의 흑백 화폭들에서는 간추려진 기억 속의 산수 자연이나 수목 형상을 긁어 그리고 덮어 지우기를 반복하며 결국 그 표상을 해체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로부터 이어진 지금의 ‘바람의 기억’ 작업은 형상은 사라지고 내면에 자리한 반추된 기억과 삶에 대한 사유가 추상으로 퍼 올려진 표현들이다. 바람결처럼 일어났다 사라지고 휘몰아쳐 오는 상념들이면서 또한 세상 여기저기서 이러저런 모습으로 일어나는 오늘의 바람이고 태풍들인 것이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바람의 기억4>는 같은 연작이면서 형식을 달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화폭에 담겨진 바람결이 아닌 아예 전시공간을 휘감는 회오리를 설치형태로 바꿔놓은 것이다. 색지들을 찢어 붙여 꼴라주 드로잉을 한 100여장의 둥근 배접지들이 크게 원을 그려 돌며 전시장을 휘감고 있다. 개인의 기억과 상념으로부터 사회 문화적 관계와 바람들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그만큼 화폭보다 더 큰 공간의 의미로 키워내 본 것이다.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업도 형상은 걸러내되 현재의 일상이나 세상사들을 어떤 식으로 작품에 반영해낼지에 대한 표현형식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다. 서로의 예술세계가 다르고 표현형식은 다르지만 자기성찰과 세상과의 관계에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나란히 옆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정광희·표인부의 작품들에서 서로 간에 이어지는 동세대의 연결고리를 찾아 볼 수 있다. 무안군립 오승우미술관이 초대전으로 기획한 '바람의 가벼움이 표상을 넘다.'라는 두 작가의 개인전은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정광희 <자아경-자아경(自我經-自我鏡)>. 2016~ . 한지에 수묵 .3mx13m 정광희 <자아경-자아경(自我經-自我鏡)> 일부 정광희 <자성의 길 5>. 2019. 한지에 수묵. 130x194cm. 부분 표인부 <바람의 기억 14, 15>. 2018. 캔버스에 종이. 190x150cm 표인부 <바람의 기억 13>. 2018. 캔버스에 종이. 190x150cm. 부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