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기록과 남도흥취-하성흡 수묵화전 ‘一以貫之’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01-06 11:21 조회2,21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하성흡 <해남탱>(부분), 2015, 한지에 수묵채색, 162x130.3cm 시대의 기록과 남도흥취-하성흡 수묵화전 ‘一以貫之’ 2019.12.26.-2020.01.08.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화가 하성흡의 회화세계는 현실주의 수묵화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민중민족미술로 대변되던 참여미술 활동 시절에도, 우리 전통회화와 역사·문화를 연구하며 시대현실과 세상 실경을 화폭에 담아오면서도 근간은 늘 현실에, 수묵에 기본 뿌리를 두어 왔다. 혼돈의 시국상황이나 지난한 민족의 역사에 붓으로서 시의적인 발언들을 풀어내면서, 더불어 한편으로는 옛 진경산수의 묘미와 남도흥취를 화학도(畵學徒)의 자세로 진중하게 탐닉해 왔다. 사회적 변혁기의 시대상황에 대해 <끝까지 투쟁하자>(1990)처럼 짙고 거친 필획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박승희 열사 장례행렬도>(1992~93)처럼 꼼꼼한 세필묘사와 너른 관점으로 광주에 관하여 깊이 파고드는가 하면, 동학혁명의 의기와 현재의 삶을 생사의 경계를 넘어선 인물군상으로 결합시켜낸 <역사의 다리>(1994), 금남로 오월전 때 거친 부조식 인물상들에 먹색을 먹여 거리설치작품을 세운 <금남로에 꽃잎처럼>(1996), 이듬해 대흥사 천불전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작업, 1997년 광주비엔날레 때 ‘지구의 여백’이라는 대주제 아래 광주라는 현재적 ‘공간’의 일상을 비디오영상 작품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입체·설치·영상 등의 표현형식을 두루 탐구하고, 겸재의 진경산수 정신을 지금의 산천경계에 입혀보는가 하면, 역사의 대맥 속에서 과거와 지금의 시대현실을 꿰어보기도 하는 등의 수련과정을 다지면서 묵묵히 정진해 온 것이다. 하성흡 개인전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실경산수 작품들 이런 여러 경험들로 필묵의 묘미와 그 힘을 새삼 체득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민족문화 중흥기에 꽃피웠던 겸재와 단원의 필적 등 우리문화의 심지를 재해석해서 무등산과 광주와 시가문화권 누정·원림을 둘러싼 자연경관을 실경으로 그려내는 작업에도 몰두하였다. 90년대 <무등산> 실경산수 연작과 <소쇄원48영> 연작을 비롯, 식영정·환벽당 등 시가문화권의 사계 수묵담채화들이 그런 흔적들이다. 또한 <바람찬 날>(1990), <누구 오나>(1994) 등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생활주변 인물들을 시대의 풍속화처럼 필획의 맛과 먹빛의 효과를 살려 탐구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광주’에 집중하였다. 광주의 정신적 뿌리이자 상징인 무등산과 민주정신의 발화였던 5·18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화폭에 담아 <무등>(2003), <광주전경>(2008), <광주 100경>(2008)을 <장동풍경>(2011) 등을 제작하였다. 광주로부터 세상으로 넓혀가는 90년대부터 계속해온 작업들인데, 남도 산천과 전국의 풍광을 수묵담채로 화폭에 담는 작업들로 이어지고 있다. <보리밥집 당산>(2008)과 매월동·세하동 등의 광주 노거수들 연작(2011), <광주서구 8경>(2011), <백령8경>(2011), <바람 부는 대숲>(2013), <주작포란>(강진 구강포, 2014), <구례들길>(2015), <영암들녘>(2016), <도피안>(2018)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하성흡 개인전 '일이관지(一以貫之)' 전시작품들 이처럼 민족·민중·민주의 역사와 삶에 관한 현실주의 사실화와 남도정취와 시정을 되비춰내는 감성적 수묵화를 정진하고 탐닉해 온 하성흡의 작품세계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999년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소쇄원 48영’ 연작을 발표하던 때로부터 보면 참으로 오랜만의 개인전이다. 그 20여 년 동안의 작업들 가운데 몇몇 주제연작과 최근 작업을 내놓았다.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로서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전시제목처럼 의식을 깨우치는 선인들의 묵적과 자취, 격동하는 세상의 소용돌이와 뒤틀려진 진실에 대한 발언과 기록, 몸담고 살아가는 도시의 현재와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들을 화폭에 담으면서 그는 늘 세상을 꿰뚫는 혜안과 화필을 세우고자 묵묵히 연마의 과정을 이어 왔다. 이번 전시에는 2010년에 그렸던 것을 확대 보완해서 다시 그린 2017년의 <80년 5월 21일> 두 점이 나란히 걸려 있다. 80년 당시의 광주 시내 전경을 부감법으로 화폭에 채우면서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전남도청 분수대 주변과 금남로에 중무장한 계엄군과 시민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작품에서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2010년의 긴장된 대치장면보다 2017년 계엄군의 첫 발포가 일어나는 순간의 충격과 비극을 더 부각시킨 점이다. 계엄군은 분수대 주변에 더 견고한 대오로 위치이동 되고, 전일빌딩 앞과 남도예술회관 옆 거리에는 장갑차들 앞으로 열 지어 선 계엄군들 총부리에서 불꽃들이 튀면서 시민군들이 피투성이로 널부러지고 순간 대오에 혼란이 일고 있는 장면으로 수정된 것이다. 이와 함께 YMCA 상공에 추가 묘사된 헬기에서도 시민군을 향해 불줄기가 뿜어지고 있고, 금남로를 가득 메운 군중들이 혼비백산 옆 골목들로 피신하는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하성흡 <80년 5워 21일>, 2010, 한지에 수묵담채, 100x155cm / <80년 5월 21일 발포>, 2017,한지에 수묵담채, 143x176cm의 일부비교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다 생생한 5·18 기록화들을 계속 그려나갈 생각이다. 고3이던 당시 도청 가까이 살면서 수시로 거리상황을 가까이서 목도하고 합류했었고, 28일 도청 앞 마지막 집회 후에 집으로 도망쳐 나온 부끄러운 그때의 ‘비겁한 자기변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광주의 역사화”이며, “수묵으로 광주항쟁도를.. 공간에 담겨 있는 구체성과 공감력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실천이기도 하다. 수묵과 콘테로 묘사된 윤상원 열사 일대기 70여 점도 이런 숙제를 풀어가는 작업이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던 차에 때마침 2019년에 광산구와 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으면서 윤열사의 어린 시절부터 들불야학 강학과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산화한 일대기를 엮어내게 되었고, 그 밑그림들인 셈이다. 하성흡이 인터뷰에서 밝힌 “작가로서 사회적 의미에 가장 비중을 둔다. 그 시대, 시대적 삶의 공간, 역사 속의 ‘나’라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의 일단이다. 이와 함께 <아이들>(2014), <팽목항의 새벽>(2014) 등 세월호 참사, 시국의 상징적 기록으로서 <촛불>(2018), 진경산수 정신으로 담아낸 <금강전도>(2011)와 <관동팔경>(2019) 연작들, <소쇄전도>(2015),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미황사>(2018), 옛 감로탱 형식으로 현세 삶의 모습들을 묘사한 <해남탱>(2015)과 일상과 주변을 수묵과 채색으로 묘사한 <씨 뿌리는 사람>(2008), <우공이산>(2008), <장동풍경>(2011), <호박꽃>(2015), <역사의 다리 Ⅱ>(2017)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하성흡은 “가장 광주다운 작가가 되고 싶다. 이 시대, 이 지점에서 가장 나다운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역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시기를 진나면 감정도 의식도 객관화 된다. 구체성을 통과해야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20년 만의 개인전이면서 행촌문화재단의 노력으로 펴낸 두터운 화집 두 권으로 그동안의 작업이 중간정리 되었다. 이를 넘어 그 동안의 여러 모색과 경험들을 살려 광주역사 기록의 진면모와 세상의 진경들, 살가운 삶의 서정들이 하성흡 회화로 풍부하게 펼쳐져가길 기대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하성흡 <80년 5월 21일>, 2010, 한지에 수묵담채, 100x155cm 하성흡 <80년 5월 21일 발포>, 2017, 한지에 수묵담채, 143x176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