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방황' 윤준영 창작지원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8-10-08 11:16 조회6,13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윤준영 <wall>, 2018, 한지에 먹 콩테 채색, 291x97cm ‘환상방황’ 윤준영 창작지원 개인전 2018. 10. 02 - 10.24 / 광주롯데갤러리 타자를 위한 성찰 개성과 독창성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자유와 개별성을 지향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만의 고유성은 경쟁사회 안에서 매우 쓸모 있는 무기를 쥔 것처럼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모든 요소가 전면화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개개인의 다름이 온전히 인식되고 수용되고 있는 가에 관해선 회의적이다.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나와 타자의 거리는 아주 가깝게 좁혀지는 듯하지만 같은 가치와 같은 성과, 같은 규범을 추구하는 사회에서의 디지털적인 소통이란, 획일화된 가치를 확인하는 공허의 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윤준영 <광활한 적막>, 2018, 한지에 먹 콩테,_72.7x53cm 윤준영 작가의 본 작품전의 주제 <환상방황>은 그러한 배경 속에 놓인 현대인의 상실과 좌절, 공허의 심리를 보여준다. 환상방황(環狀彷徨 Ringwanderung)은 방향 감각을 잃고 동일한 지점을 맴도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기복이 심하지 않은 지형에서 짙은 안개나 눈보라, 폭우, 피로에 의해 사고력이 둔화돼 같은 지점을 원을 그리며 맴도는 상태를 지칭한다. 작가 작업세계의 출발점이 사회 안에서 체감되는 소외와 불안, 갈등, 단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근작에서는 사회적 갈등 요소가 보다 개인화 또는 체화되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동체의 물리적 형태임을 역설하던 집합공간들이 실은 두터운 벽과 벽으로 고립된, 의미 그대로 단절된 공간들의 응축이었던 것에 반해, 근작에서 주로 보이는 미로와 같은 구조물은 사회라는 전체적 질서에서 무력화된 개인의 현재를 암시한다. 작가는 작업초기의 응축된 공간들을 드문드문 창이 나 있는 큐브 형태로 분절시켜 주제를 부연하기도 했지만, 이내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무수하게 꺾인 벽들로 인해 출구를 찾기가 어려워 보이는 구조물 안에는 희망과 기원을 상징하는 푸른 달이 떠 있다. 먹과 콩테로 구성된 무채색의 화폭에 간간이 등장하는 푸른색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일종의 환기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환기장치로 등장하는 새와 나무, 의자 등은 삶에 대한 희망, 고독, 상실의 현재를 대변한다. 끝 모를 우주와 같은 어둠 속에 부유하듯 떠 있는 섬, 검은 물결로 굽이치는 적막한 바다, 근원 혹은 회귀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 미로 속의 집, 생의 에너지가 연소되고 있는 희망이 사라진 방, 집으로 가는 길이 막막해 보이는 높은 산 아래의 너른 들판까지, 이렇듯 윤준영 작업세계에서 두드러지는 공간의 특수성 혹은 묘미는 공간 자체가 지니는 서사적 힘에 기인한다. 애초 사회와 삶에 대한 기록으로서 등장했던 작가의 ‘구성된 공간’은 구체적 서사성에서 시적 함축성으로 그 성질이 변화되어 왔는데, 외려 설명적 요소를 걷어냄으로써 사유의 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 개인으로 이동한 관심영역의 변화는 화법만 다를 뿐 여전히 그 서사적 흐름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의 일치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회의 큰 벽 앞에서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 인정받지 못한 개인의 위기는 사회 전반의 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소통, 정보의 바다, 자유, 세계적이라는 미사여구로 치장된 지금을 면밀히 바라보면 그것은 과잉소통이며 지식과 인식이 거세된 범람하는 정보일 뿐임을, 자유의 미명 아래 나와 타자는 사회와 조직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 생산적 객체일 뿐임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의적으로 서술한다. 소통의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나와 타자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닌 익숙하고 동일한 하나의 그 무엇으로 전락한다. 더불어, 낯섦과 다름이 배제된 채 좁혀진 거리는 도리어 각자의 자아를 상실하게 하고 끊임없는 소외와 공허를 파생시킨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색조에 다소 불친절하고 우울해 봬는 윤준영의 공간은 또 다른 우리의 내면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생의 상실감을 화폭으로 가시화시키고자 하는 작가적 의도에 각기의 다양한 사유가 더해지기를 바란다. 궁극에는 나와 타자를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 고영재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윤준영 <가끔은 끝도없이 적막해졌다>, 2018,_한지에 먹, 콩테, 채색, 100x78cm 윤준영 <inner>, 2017,_한지에 먹 콩테, 73x91cm 윤준영 <반짝이는 빛 속에 있기를 바랐는데 매일 까만 어둠을 헤맨다>,_2018, 한지에 먹, 콩테, 채색, 130.3x97cm 윤준영 <inner>, 2018, 한지에 먹, 콩테, 채색, 70x150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