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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춘표 조각전 ‘미몽-이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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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4-15 13:08 조회2,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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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춘표 조각전 미몽-이브의 꿈

     

    일상의 꿈과 사랑, 그리움 등의 내면을 부드럽고 애틋한 서정의 여체나 문지방에 매달아 놓던 북어들로 담아 전해 온 정춘표의 조각전이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411일부터 23일까지 진행 중인 이 전시는 미몽 美夢-이브의 꿈이 주제다. 무엇보다 이전과는 또 다른 작업들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점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열여섯 번째 개인전이면서 50대 중반으로 향하는 중견의 시점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다잡는 의지의 집약이라 여겨진다.

    전시는 단순간결하게 같은 모양의 사과와 새형상들로만 채워져 있다. “누구나 꿈꾸는 멋지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사과를 통해 표현하였다고 한다. 미끈하고 단단하며 고운 빛깔의 모습과 향기, 상큼한 속살과 단단한 자기 씨앗을 품은 속내를 세상의 사람들의 모습이라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 정춘표 조각의 심볼이자 사랑과 희망의 메신저와도 같은 작은 파랑새 한 마리를 살짝 앉혀 일상 속 꿈과 사랑을 나누도록 하였다.

    정춘표 개인전.美夢.신세계.190412-41.JPG

    실제로 백화점 출입부에 놓여진 대형 작품도, 갤러리 쇼윈도우 상자에 담겨 있거나 허공에 매달린 것들도, 전시장 벽면에 거의 비슷한 크기로 선반 칸칸에 넣어져 배열되거나 바닥에 쌍을 이뤄 놓여진 대형 작품도, 모두가 매끈하고 아름다운 선과 고운 피부를 가진 사과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형상이다. 물론 색깔과 재료는 몇 가지 군집들로 달리 제작되어 있다. 짙은 빨강이나 파랑·초록·연두빛, 노랑, 핑크, 황금색, 주변 풍경과 관자의 모습이 거울처럼 맑게 비춰지는 은빛 스테인레스와 광택을 줄인 알루미늄, FRP 등으로 질감과 무게감을 약간씩 달리한다.

    재료 특성상 일부는 주물공장에 맡긴 것도 있지만 몇 가지 같은 모양들을 거푸집으로 수십 개씩 반복해서 떠내어 하나 하나 표면을 완전 매끄럽게 갈아내고, 도장을 하고, 마감을 하고, 이 모든 공정들을 오로지 한 가지 주제의식에 몰입해서 수행처럼 공력을 집약시켜낸 결과물들이다. 이전부터 그의 조각작업 대부분이 그런 노동집약의 산물이기 때문에 주제와 담고자 하는 메시지, 기본 형상, 연출방식들을 정하고 나면 장인처럼 신공을 들여 각각의 분신들 속에 애틋한 서정이 배어들도록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같은 소재나 색깔별로, 더러는 여러 색깔들을 끼워 섞어 선반에 넣고 허공에 매달아 놨는데, 팝아트처럼 대중적 취향에 맞추면서 누구라도 부담 없이 작가의 마음과 손길을 담아 갈 수 있도록 작품가도 재료에 따라 약간씩의 차등을 두어 거의 아트상품 수준으로 낮춰놓았다. 따라서 전시가 진행되면서 구매해 간 자리들은 비어가게 되고, 그 빈 공간들은 작가와 향유자 간의 교감의 흔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여체나 북어 작업에 비해 좀더 대중적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예술적 무게를 줄여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런 진행형 전시를 꾸민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정춘표의 작업에서 분명 새로운 변화를 내보이는 자리다. 다만, 대중적 취향과 감각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도 동어반복식의 동일형태 작업인 만큼 오히려 이를 극대화하는 설치방식으로 공간 전체를 한 통으로 연출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인 전시들처럼 소재나 색깔별로 그룹을 지어 군데군데 작품들을 배치하는 평이한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봤다면 전시 의도도 단순명료하게 집약하면서 전시 색깔도 더 뚜렷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 열정이 무르익어 가는 중견의 지점에서 30여년 작업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주어 앞으로의 작업도 가늠해보고, 많은 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전시공간에 참여하여 작품도 취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전체 작업 흐름으로 볼 때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다. 이런 교감의 마음과 변화의 노력들이 더 알찬 작업들로 영글어지길 기대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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