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c의 세상 만화경 수놓기 ‘다시 하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10-07 13:14 조회1,83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마c의 세상 만화경 수놓기 ‘다시 하류’ 2020.09.05.-10.18 /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세상 곳곳의 사람살이 계류들이 흐르고 모아져 거대한 하류를 이루고 있다. 버려진 마대나 닳아빠진 포장마차천, 빛바랜 헌 옷가지와 제복들과 야리야리한 속것들, 시골집 뜨끈한 아랫목 그리운 이부자리천, 헤진 소쿠리 등등 이집 저집 사라져가는 삶의 자취와 물건들이 빼곡하다. 거기에 모냥이 어울릴 법한 다른 깐치동 천쪼가리나 비닐조각들을 짜깁기 하고 일일이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수를 놓아가며 세상사람들 초상을 엮어 놓았다. 시끌벅적 요동치는 인생 한가운데이거나,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가는 세상살이이거나 간에 저마다의 척척한 삶과, 고단한 밥벌이의 땀내와, 질퍽거리는 욕망의 늪과, 번지르르한 술수 등등의 잡동사니를 한데 모아 오만 무늬들로 다시 엮어 ‘야술놀이’를 펼쳐 놓았다. 다오다천의 알록달록 꽃무늬나 포장천 조각들이 강한 색색으로 조합된 바탕 위에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키치나 패티시나 팝, 또는 물신주의나 도착이나 관음 등등의 도상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자체로서 지금의 세상을 되비춰내는 것이다. 소시민들의 일상에서는 아예 딴 세상얘기 같은 예술의 품격이나 무게감과는 전혀 다르다. 지난날의 고향의 채취, 재개발로 사라진 오래된 마을의 골목집들, 질펀한 시장바닥이나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도회지의 그늘, 아니면 문화와는 담 쌓은 인생들의 경박하거나 저속한 것이라고 치부하던 온갖 것들이 그야말로 하류로 떠밀려 몰리듯이 캔버스와 물감과 붓질을 대신한 비닐천들과 짜집기와 바느질들로 천자락 가득 가득 수놓아져 있다. 예술이라는 관념적 가치의 성역을 벗어나 소재도 재료도 기법도 교감하고자 하는 대상도 모두 일상현실에서 찾는 마문호식 리얼리즘 미학의 실천인 셈이다. 벌써 15년 넘게 이어진 이런 바느질 작업은 그래서 계층도 계급도 구분하지 않고, 일과 놀이와 휴식들이 여기저기 한 세상으로 자리하고, 인물과 동물과 식물들이 함께 공생하며, 바깥 사회무대와 소소한 개별 가정사와 은밀한 개별행위가 하나의 장으로 펼쳐져 있다. 물론 이 ‘다시하류’ 작업들은 마c가 사회 한복판에서 동시대성과 현장기능을 찾아 부대꼈던 민중미술과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연장이다. 때로는 장똘뱅이가 되고 야술무당이 되고 기이한 퍼포머가 되어 장터와 광장과 미술관에서 알 듯 모를 듯한 행위들을 벌리고 다닌 것도 다 마찬가지 활동들이다. 벌써 15년 이상 이어온 이 바느질 수놓기 작업은 끊임없이 갈라지고 합해지며 흘러가는 세상흐름을 따라 시대현실과 삶의 현장과 살내 나는 도상들로 꼼꼼히 기록되고 있다 더러는 향수를, 또는 회한을, 당혹감이나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겠지만, 크고 작은 방방마다 만화경처럼 펼쳐놓은 작업들은 예술이랍시고 과도한 포장이나 주관적 개입 없이 사람 사는 세상 모습 그대로를 각각의 사실들로 담아놓은 것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