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기운의 절대순간 표출; 김성숙의 추상회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03-29 19:15 조회2,71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우주적 기운의 절대순간 표출; 김성숙의 추상회화 “찰나에서 영원으로” 김성숙 초대전 2018. 03. 29 - 04.10 진한미술관 “순간은 절대적이다. 어느 순간 내 안에 일어나는 자아와 우주적 기운의 물아일체, 그 내면의 기운을 담아내는 순간의 표현은 절대적인 것이다.” 김성숙 교수의 화업에 관한 기본 의식이자 철학이다. 작가 내면에서 태동되는 에너지와 이미지를 응축시켜 화지에 옮겨내는 순간의 몰입과 더불어 절정에서의 희열을 말함이다. 텅 빈 화폭과도 같은 공허로부터 무형의 비가시적 에너지가 차올라 어느 순간 의도되지 않은 의식과 감정의 흐름을 화면에 터트려내는 것이다. 호남 추상회화의 선도자 강용운 화백이 “예술이란 자기 내부의 심층을 파헤쳐 현실의 화형(火荊)에서 불꽃처럼 타오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성숙 교수의 화폭은 대부분 실재하는 자연풍경이나 구체적 대상 그 자체보다는 그로부터 느끼는 기운과 감흥,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움직임과 감정상태를 짧은 순간 종이에 수채로 펼쳐낸 작업들이다. 형상 그 이상의 무엇인 무등산과 백두산 천지 가득한 기운, 낯선 이국의 정글 속 신비의 강과 호수, 환영처럼 허공을 비추는 달과 태양, 마음속에 짙게 배인 어느 계절의 풍경 등등 구상적인 요소들이 담긴 추상회화들과 함께 소용돌이와 파동과 흔들리고 어른거리고 번지고 파열하는 비형상의 화면들이 함께 섞여 있다. 특히 비구상 작품 가운데는 태초의 우주 대폭발 에너지를 형상화한 빅뱅 연작이나 천지간의 거대 기운, 만유가 잉태되는 신비로운 사랑의 유영, 세상과 내 안에 일어나는 카오스의 상태, 기억 속에 어른거리는 삶의 편린 등등 무형의 화제들이 많다. 일상 현실에서 무시로 느끼는 작업과 만유존재의 본질, 궁극의 가치에 대한 자문자답, 근원에 대한 탐닉과 정신적 갈증을 추상회화로 풀어낸 작업들이다. 설령, 명제나 화면 형상에서 구상회화로 읽힐만한 작업들이더라도 핵심은 외적 형상보다는 내면에서 교감되는 생명의 기운, 자아의 표출이 우선되어 있다. “붓을 들면 마치 나의 분신이 자연으로 나아가 새로운 태동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우주에 가득 찬 생명 에너지들이 현실의 나를 빌어 갖가지 모습들을 드러내는 찰나에 몰입하게 된다. 나의 작업은 결코 나 혼자만이 아닌 절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무형의 기운들과 함께 이루어내는 공동작업인 셈이다.” 말하자면 외적 대상과 그린다는 행위와 심적 상태 간에 일어나는 순간의 융합작용들이 주체의 의식과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며 ‘색채의 향연’처럼 터뜨려지는 것이다. 김교수의 작업들은 비가시적이고 불확정한 존재나 객체들이 작가의 자아와 교감을 일으키고, 주관적 감정·의식과 더불어 자연 또는 우주의 기운과 예술의지, 질료의 고유한 물성이 융합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잉태되어진다. 수채화를 즐겨 다루는 것도 재료 특유의 습합과 융화에 작가 자신도 의도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스며들 여지를 열어두기 위함이다. 은연 중 이루어지는 그 미묘한 작업과정의 가변성, 즉 어떤 순간 ‘amazing something'의 희열을 즐기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빈 화폭과 비가시적 기운의 공간·시간을 마주할 때 일어나는 내면의 태동을 의도적인 가감 없이 표출하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거친 필치와 즉흥을 실은 자유자재한 선묘들, 가공되지 않은 원색들이 그대로 화면에 채워지는 경우들이 많다. 심연 속 침잠된 기운과 표현욕구가 순간 비형상의 순수 감정상태로 표출되어 거친 추상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덧칠하지 않은 순수, 애써 다듬지 않는 무작위성, 순간의 심적 상태에 충실하려는 작화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십 년 가까운 교단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정년 직전에야 갖게 된 첫 개인전. 실기담당이 아니다보니 다른 전공영역을 존중하여 간간이 단체전과 주말 공동 창작공간에 참여하는 정도로 그림에 대한 갈증을 달래다보니 자기전시 한번 갖지 못하고 정년을 맞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들을 되돌아보고 내보이면서 창작활동을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상과 삶과 작업에 대한 수없는 자문자답, 현상과 상상의 응축, 감흥과 사유의 순간표출,, 이런 일련의 작업 맥락을 살리면서 무한 창작의 세계에서 보다 정제된 독자적 회화세계를 충실히 펼쳐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