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의 집결; ‘머피스’ 창립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1-20 20:41 조회2,57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의 집결; ‘머피스’ 창립전 2019.01.18.-01.31 / 계림동 야크갤러리 머리에 피도 안 마른’S (녀석들?)!! 모임 이름이 완전 셀프디스, 아니면 아주 저돌적이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현대조형미디어 전공 3·4학년생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제목이 ‘0%’다. 다음 달에 졸업하거나 이제 4학년이 될 신예들이 0% 출발선에 서있음을 의미한다. 탈-이미지, 그룹퓨전, I-con, V-Party 등등 그동안 대학재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그들이 성장해서 지금의 광주 또는 한국 청년미술의 주역들로 활동하고 있는 터에 신예그룹의 등장에 관심과 기대가 쏠린다. 새해 벽두에 새 다짐을 실행에 옮기는 이들 신예들의 창립전을 선배인 김명우 작가가 계기를 만들고, 선배 엄기준이 운영하는 야크 갤러리에서 첫 전시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비록 거칠고 넓지 않은 지하 갤러리지만 외려 기성문화에 닳지 않은 이 생경함이 피도 안 마른 날 것들의 등단에 더 큰 응원을 보내게 한다. 의욕과 번민과 이러저런 생각들이 많은 때인지라 대부분 세상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완전 제로 상태인 현재의 자신을 반추해보는 자아성찰 작업들이다. 그들 스스로 “아직 아무 것도 없는 0%상태지만 앞으로 노력하고 경험을 채워나가야 할 시도할 수 있는 의미”라면서 “경쟁과 기억, 관계,욕망 등 사회 속 모순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자이름인 강수지는 다양하게 직·간접 경험한 사회현실 속에서 억압 당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설치와 사진작업으로 드러내었다. <Don’t miss it>(2019)는 금고 같은 작은 사이즈의 철제 캐비닛 열린 틈새로 한 무더기 사진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모두가 그가 지나온 삶의 단편들을 기록한 사진들인데, 캐비닛 문의 여러 갈래 상처들 마냥 순탄치 않은 청년의 삶을 자소상처럼 보여준다. 이 가운데 몇 점을 확대시킨 같은 명제의 패널사진들도 기계공작과 도예작업과 피아노 연주 등의 호기심 많고 도전정신 왕성한 현재를 담아낸 예들이다. 고명훈의 <Avoidance>은 높직하게 만든 검은 상자에 올려놓은 LED모니터에 수많은 뉴스들이 명멸하고 그 위에 미니어처 크기의 한 청년이 지친 듯 무심한 듯 옆으로 누워있다. 시시각각 각종 매체에 휩싸여 있지만 결코 충족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의 욕망에 노예처럼 끄달리고 있으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현대인의 초상을 발목 아래가 없는, 사실은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김채영은 <뿌리가 없는 나무는 없다>라는 설치작품으로 세상의 삶을 계절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현재 또한 뿌리들로 함축시켜 놓았다. 세 유리통의 흙이나 반투명 액체 속에 여린 묘목이 담겨 있고 그 아래 마른 흙무더기를 뚫고 나무의 잔뿌리들이 뻗어 나와 있다. “지금의 나는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모습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허무하게 보낸 시간일지라도 내가 모르게 피워낸 것들이 있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흙무더기 나무뿌리들 아래 붙여둔 네모난 빈 통들에 무형의 자신과 미지의 세상에 대한 반추와 기대가 담겨 있다. 오성현의 <위군자(僞君子)>는 벽면 가득 일정간격으로 검은 선반들을 붙이고 그 위에 미니어처 인물상들을 배치하였다. 그 한쪽 붉은 선반 하나에 검은 바윗돌 위 홀로 선 사유하는 인물은 자신의 현재 심중이다. “사회 속 경쟁에서 성공과 행복의 척도를 타인과 비교하며 마치 벼랑 끝에 있는 듯” 느끼는 세상의 모순과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리 짓거나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앉아 있고, 홀로 선 인물들의 공중발판 같은 선반들이 조밀하게 엮고 있는 그림자들의 음영효과가 사회 속 개개인의 존재들을 되비춰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로 연출되어 있다. 전시장 한쪽 공간을 영상부스로 자연스레 활용한 이수진의 <GILTCH>는 비디오영상 맵핑작업이다. 허공에 떠있는 불규칙한 흰 판들에 얼굴형체들이 파편처럼 투사되고 그 이미지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반복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매번 혼돈하지만 그 혼돈의 과정 또한 나의 모습이고, 확실하지 않은 여러 방향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영상이미지로 연출한 것이다. 영상매체이면서 감각적인 모니터 영상을 보여주는 박혜진의 <20c in 21c>도 흥미롭다. 이국적인 이미지의 외국영화 속 인상적인 두세 컷들을 차용해서 행복에 대한 회상과 상상을 영상으로 편집해 내었다. 익숙하거나 낯선 것들 속에서 행복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하게 되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재 또한 언젠가 그리워할 ‘그때’”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과거 영화 속 인물들을 현대로 불러낸 시추에이션을 만들어내었다. 평면작업에서 윤상하는 보호헬멧을 쓴 아이들의 모습 <Link>와 <Boxing Girl>을 출품하였다. “유년시절의 기억인 일기와 사진첩을 잃어버린 기억상실의 허탈감 때문에 기록에 집착하는”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단색의 원색 바탕에 놀이하는 중인 듯 하면서도 서로 경계하며 방어적인 모습의 띤 아이들 표정에 중점을 두어 만화 캐릭터처럼 그려놓았다. 정덕용의 <우리는 변해있었다> 연작은 보이지 않는 틀에 갖힌 채 무수한 시선들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모습을 팝아트적 색감과 붓질로 그려냈다. “관계와 집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생활에서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행동하며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패널의 그림과 그 위로 중첩된 아크릴판의 레터링이 드리우는 그림자들로 풀어내었다. 그런가 하면 이철은 캔버스에 주변 지인들의 얼굴을 픽셀화시켜 묘사한 뒤 직선의 미로구조를 그려 넣고 그 미로 곳곳에 게임 속 이모티콘들을 배치해 놓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을 타인이라는 미로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였다.”는데,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갈림길 마다 방황하고 혼돈을 겪으며 깊어지기도 하고 종말로 향하기도 하는 세상살이를 정갈한 도상으로 비춰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를 초대한 야크갤러리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 처음 조우하게 되는 참여작가들에게 예술인생의 동기부여와 원동력이 되고 초심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를 보낸다. 조만간 나서야 할 사회나 예술인생에 대한 방향설정과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실현해 나갈 방법들에 대한 고민도 많은 시기에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문자답들을 시각예술작품들로 풀어낸 이들에게 선배 동료들의 응원과 기대가 모아지기를 바란다. 전시는 1월 18부터 1월 31일까지 열린다. * 야크갤러리는 계림동 마사회 앞 네거리에서 광주고등학교 쪽으로 50여에 있다.(동구 구성로 266 블랙빈3호점 지하1층)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채영 <뿌리없는 나무가 없다>(부분) 오성현 <위군자(僞君子)> 박혜진 <20c in 21c> 강수지 <Don't miss it> 윤상하 <Boxing Girl>과 <Link> 정덕용 <우리는 변해 있었다> 연작 이철 <Maze'an> 고명훈 <Avoidance> 이수진 <Giltch>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