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고공의 실존현장; 문선희 사진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3-03 13:37 조회2,41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문선희 <거기서 뭐하세요05>, 2019._40x60cm_Pigment print 세상 속 고공의 실존현장; 문선희 사진전 2019. 02. 27-03.19 / 예술공간 집 ‘거기서 뭐하세요’ 그런 말을, 그렇게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세상을 내려다보아도, 세상이 그를 올려다보아도 서로가 아득하기만 한 거리의 절박한 생존현장.. 가급적 지상에서 높이 떨어지고 몸뚱이 버틸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되어진 아스라한 굴뚝과 광고탑과 고층공간들. 문선희의 이번 세 번째 발표전 사진들은 모두가 세상에 대해 절규 또는 침묵으로 사투를 벌렸던 그 치열한 고공농성의 현장들을 3년 동안 찾아다니며 기록해낸 작업들이다. 이제는 덩그러니 써늘한 구조물만 남아있고 일부는 농성직후 철거되어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 세상 곳곳 시대의 현장이었던 곳들을 실사촬영한 기록들이다. 흑백의 사진들은 모두 같은 구도로 아득한 바다가 수평으로 하단에 배치되고 적막의 허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아득한 수평선 너머 한 가운데에 일직선으로 뻗어 오른 굴뚝이나 광고탑, 송전탑, 교각, 성당종탑이 수직으로 배치되어 있다. 소외된 외침, 고독한 투쟁, 무엇하나 확실치 않은 막막하고도 절박한 시간들의 사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 고공농성 현장 아래 공장들이나 건축물들, 다른 도시시설물들을 지워내고 오직 한 가닥 보루만을 우뚝 세워 놓았다. 바다는 그의 마음이 세상이 심란할 때 조용히 홀로 찾곤 하는 그만의 은밀한 장소이다. 그 바다의 쉼 없는 바람의 흔적과 일렁임들을 장시간 노출로 담아내고 도회지 소란스런 삶의 흔적들도 소거시켜 ‘순간이지만 영원한’ 세상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들 처절한 실존현장은 회색빛 침묵 속에 잠겨지고, 쉼 없이 이어지는 또 다른 세상사들에 밀려 과거로 잊혀지면서 외려 아무 말도 건넬 수 없는 최소한의 기표로서만 상징되고 만다. “그 수직의 구조물은 그와 퍽 닮아 있었다. 저 위에서 유한한 존재다 무한한 싸움을 시작했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인가. 그의 시간이 깃든, 그의 염원이 서리고 마음이 맺힌 그 굴뚝을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시야의 끝, 수평선은 착시이고 환영일 뿐 그곳은 세상의 끝이 아니다.” “거기서 뭐하세요.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침묵이 태양을 삼킨다. 바람은 당신만 취한다. 당신은 묶었는가 묶였는가. 이국의 노래가 광야에 흐른다.” 세상 생명 있는 것들의 생과 사의 경계에 대한 사실과 서사와 서정을 담아가는 문선희의 연작 작업들 중 ‘묻다’ 주제 작품들이 그의 글들과 함께 책으로 나왔다. 3월 8일자로 세상에 나온 같은 제목의 ≪묻다≫인데, 이전에 전시로도 선보였던 구제역·조류독감 살처분 장소 100여 곳의 그날 이후 몇 년 뒤의 현장모습들을 기록하고 글을 붙인 책이다.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와 사진전문 ‘갤러리 나우’가 공동주관으로 3월 6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출판기념행사와 함께 전시회가 열린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문선희 <거기서 뭐하세요02>, 2019,_66x99cm_Pigment print 문선희 <거기서 뭐하세요07>, 2019,_40x60cm_Pigment print 문선희 <거기서 뭐하세요 13>, 2019,_66x99cm_Pigment print 문선희 작가(오른쪽)와 예슬공간 집 문희영 디렉터(왼쪽) 문선희의 [묻다](책공장더불어, 2019.03) 앞뒤표지 문선희의 [묻다] 목차 문선희의 [묻다] 속내용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