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문명과 자연생태의 공존- '네번 접힌 미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8-31 10:06 조회2,225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네번 접힌 미래' 전시를 맞이하는 마종일의 <두걸음 앞으로 세걸름 그 옆으로 돌아서> 부분 기술문명과 자연생태의 공존- '네번 접힌 미래' 2019. 7.25-9.22 / 담양 담빛예술창고 인류 기술문명과 자연생태 환경은 서로 대립관계일 수도 있고 공존의 파트너일 수도 있다. 자연생태계가 자체 순환체계로 생명활동을 이어가며 생멸을 거듭하는 가운데, 인류는 그런 자연의 일부 시·공간을 빌려 문명세계의 진보와 편의성을 넓혀 왔다. 인류 역사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처한 현실과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며 창조적 활동과 삶의 편의성을 넓히려는 노력들로 엮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연과 인간세상의 상관관계를 시각예술로 반추해 보는 담양 담빛예술창고의 여름 기획전 ‘네 번 접힌 미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7월 25일 시작해서 9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마종일·정위상무·천재용·엘리자베스 윈턴(Elizabeth Winton) 네 작가의 각기 독자적인 조형어법들을 통해 이에 관한 여러 생각꺼리들을 비춰보는 전시다. 네 명 모두가 미국의 첨단 거대도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인데, 도시 규모나 첨단기술이나 삶의 유형이 전혀 다른 담양의 창고공간을 찾아 자연과 문명 사이, 또는 기술사회와 생태문화, 예술과 자연 사이에 가교를 놓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 안팎에 설치된 마종일의 <두걸음 앞으로 세걸름 그 옆으로돌아서> 부분 담빛 마당의 길목부터 전시장 내부 천정까지를 마치 혈맥이 흐르는 해체된 돔처럼 에워싸고 있는 색색의 대나무설치물이 먼저 맞이한다. 장흥 출신 재미작가 마종일의 <두 걸음 앞으로 세 걸음 그 옆으로 돌아서>라는 작품이다. 오뉴월 불볕더위 속에서 한 달여 간 작업해서 꾸며놓은 건축적 구성과 ‘입체드로잉’의 결합체이다. 첨단 현대문명의 집결지인 뉴욕의 환경이 몸에 배인 그가 청정 자연생태 고을을 찾아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에 인위적인 원색들을 입혀서 서로 얽히고 섥히며 허공을 가르는 무수한 선들의 조합으로 카오스 속 구조적 질서를 엮어 놓은 것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학교미술관의 기획전 ‘진동 : 한국과 미국사이’ 전시와 광주시립미술관이 전라도 천년을 기념해 마련한 ‘천년의 하늘, 천년의 땅’ 전시에서도 컬러풀한 대나무 구조체를 선보인바 있다. 모두가 대나무라는 소재 특성을 활용한 자연 재료와 인위적 구조의 조합, 팽팽한 긴장감과 유연한 곡선들의 교차를 설치작품들이다. 현대 건축물들의 기존 틀을 벗어난 각양각색 구조들과 자유분방한 드로잉의 선묘를 실재 공간 속에 풀어내면서 현대사회의 불확실한 성향들과 개개인의 내면심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들 ‘장소특정적 입체드로잉’은 “정해진 장소와 시간, 그 현장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환경 등에 따라 대응하는… 인간 내면세계에 관한 심리적 투시의 지도”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정위상무 <기술화석-Jackie를 위하여#1, #2> .2019. 천에 beeawax. 91x73cm 지난 몇 년 동안 광주 전남지역 미술현장에서 주로 기획자로 활동해 오던 정위상무는 이번 전시에서 모처럼 그의 본업인 시각예술 작업들을 <기술화석 TechnoFossil> 연작으로 보여준다. 인공문명의 부산물들이 생태환경에 미치는 재앙들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업들이다. 대양을 떠도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나 폐사한 동식물들의 사체에 쌓여있는 축적된 오염물질들처럼 자연적으로 소멸되지도 않는 기술화석이 지구에 화석 같은 층위를 더해가는 생태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담겨있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인간은 지구표면을 식민지화하여 필요에 따라 변화시켰다. 인류가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가 등장하고, 도구와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 합성물질들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지층으로 남게 된다. 자연과 인공은 대립만이 아닌 기술과 자연본성을 융합해서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 형식은 질료들의 속성과 작업의 행위 흔적만으로 화폭을 채운 비정형추상이 대부분이면서 인공물이지만 ‘정제된 오일과 가공된 밀랍’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특정 형상이 없는 화폭들은 넓은 붓자국들의 궤적과 흘러내리거나 중첩된 안료들, 일부 조각난 지도 같은 화폭에 부분적으로 갈라질 만큼 두터운 밀랍이 겹쳐 발라져 있기도 한다. Elizabeth Winton <6;00AM (Perrindo violet)>, 2019, 77x121x128x120cm 젊은 뉴요커 작가인 엘리자베스 윈턴은 부지불식 흘러가는 시간의 기록과도 같은 화폭들을 보여준다. <2:00PM> <4:00PM> <6:00AM> <9:00PM> 등과 같이 특정시간에 일어나는 유형무형의 움직임, 또는 내면과 외적 환경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비형상의 화면으로 표현한 ‘시간성’에 관한 주제 연작으로 보인이다. 물론 이 ‘시간성’은 외적 세계의 물리적인 변화흐름들이기도 하면서 내면에 침잠되고 비춰지는 심리상태나 감정과 사유의 그림자들일 수도 있다. “움직이는 전체의 부분, 또는 특정한 흐름을 갖거나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며 중층적인 상황을 함축”하는 그의 화폭들은 한지를 이용한 부드러우면서도 맑은 색면들의 중첩이 두드러진다. 색채와 필법과 가늘거나 넓은 선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화면에 부분적으로 LED가 내장된 것도 밝은 색감의 화면효과를 은밀하게 돋우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스치고 비벼지고 가로지르는 붓질의 흔적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하면서 자유로운 화면형식과 더불어 모서리들이 불규칙하게 어긋난 사각 패널들의 형태도 화면의 신선한 생동감을 높여주고 있다. 천재용 <당신이 모르는 오르가즘에 관한 것들> 포퍼먼스 흔적 조각과 설치, 사진, 영상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천재용은 전시 개막일에 <당신이 모르는 오르가즘에 대한 것들>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욕·서울·담양 등이 인쇄된 알록달록 풍선들을 관객들이 마음대로 바람을 불어넣어 카페 바닥을 바람결 따라 흘러 다니게 하거나 책장·테이블·난간 같은데 곳곳에 매달아 띄워놓고, 더러는 너무 크게 불다 터지기도 하면서 재미난 놀이마당을 만들었다. 그는 작가노트에 “나라와 지역, 시간과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각프레임, 반복 순환되는 미시적인 것들을 복원하는 것으로 일상에 만연한 욕망을 이야기한다.”고 쓰고 있다. 공간과 프레임과 예술형식에 구애됨 없이 일상공간 속에서 예술이라는 행위로 유무형의 시각예술 행위를 연출한 것이다. 서진석은 전시평문에서 “천재용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실험적 예술작업으로 연계시키며 인간·사물·공간의 관계성을 지속해서 연구해 왔다.”고 평한다.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된 개막 퍼포먼스를 전시기간 중에는 담빛 카페 책장에 일부 남아 있는 풍선으로 그 흔적을 대신 확인할 수 있다. ‘네 번 접힌 미래’ 전시는 출신지도 문화적 배경도 활동환경도 서로 다른 이들이 이시대의 자연과 인공기술과 일상과 예술에 관한 이합집산 또는 상호 복합적인 관계를 각자의 조형언어로 풀어놓았다. 특히 영산강 상류줄기인 백진강의 물줄기를 끼고 관방제 고목 그늘 아래 인공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한 담빛예술창고의 환경과 장소성을 살려 뉴욕과 담양이 상징하는 첨단 인공문화와 천연의 자연생태 환경과의 관계를 미래의 관점을 예감하며 여러 각도에서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담빛예술창고의 3 공간을 하나의 맥락으로 거닐며 네 작가의 작품을 깊이 있게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볼만 하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