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25 초대전. 'Ark : 서정적 시어에서 문학적 서사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허경 작성일23-07-29 12:59 조회1,34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KIM25 <Meet of each other-Ark 조우하다-방주>, 2023, 캔버스에 유채, 290.9x218.2cm Ark : 서정적 시어(詩語)에서 문학적 서사(敍事)로 2023.07.17-07.27 / 광주 은암미술관 김25는 오랜 시간 신비의 실체를 찾아 ‘불확정성의 경계’에서 내적 심상을 천착해 왔다. 신비의 실체는 《필연적 조우: Meet of each other(2022)》展을 통해 심연(深淵)에서 수면 위로 끌어 올려져 물결의 움직임과 상응되어 시어로 새겨졌다. 이른바 ‘파도가 된 시’, ‘그림이 된 텍스트’는 파도라는 객관적인 현실 세계에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 내적인 정서를 비교적 짧게 서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작가가 주로 인용했던 텍스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랭보의 시 ‘영원’, 올리버의 ‘파도’ 등에서 발췌한 문장들이다. 김25가 그동안 신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내적인 감각과 감정에 집중해 왔다면, 최근에는 어떠한 사건 또는 사실에 매혹되고 있다. 내적인 심상에서 외부의 사건을 주목하게 된 까닭이 궁금하다. 2023년 처음 선보인 <방주>(Ark)는 행동(movement) 시간(time), 의미(meaning)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일종의 서사성을 띤다. 일반적으로 서사는 인간 행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언어적 재현양식을 말한다. 그렇다면 서정과 서사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서(敍)는 펼친다는 뜻이다. 서정은 감정과 정서를, 서사는 사건 혹은 전개 과정을 펼치는 것이다. 예컨대 시=서정, 소설=서사라고 본다면 문학 외적인 영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서사가 존재한다. 김25의 <방주>는 어떠한가. <방주>는 언어적 재현양식보다 한층 더 구체적인 사건, 즉 시각적인 네러티브를 드러낸다. ‘방주’는 김25에 의해 리얼리티(reality)의 문맥 위에서 서사로서 재해석된 것이다. <Meet of each other-Ark>는 무수히 많은 텍스트가 넘실대는 거대한 바다 위… 인류의 갈등과 혼돈이 사무치는, 그야말로 카오스의 세계를 나타낸다. 김25는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로 전해지는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Odysseia)],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비딕(Moby-Dick)], 구약성서 [노아의 방주(Noah's ark)]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갈등과 혼돈에 휩쓸려가는 외적인 사건을 파도 위에 서술하였다. 여기서 서사의 본질은 작가가 설정한 사건 속에서 인물들이 펼치는 인과관계, 갈등을 중시하며, 무엇보다 시·공간을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결합을 통해 <방주>에 투영된 파도 위의 서사는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사건, 원인, 갈등, 결과를 예측하고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를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김25는 마치 화자인 것처럼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 모든 재앙이 하늘의 경고하면 노아의 방주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전쟁과 기아, 생태계의 파괴, 난민, 차별과 반목, 그 모든 것들에 내리는 하늘의 경고에 방주라는 구원이 존재할 것인가(…) 각자의 가슴속에 방주를 띄우고 오디세이아의 바다를 건넌다”라고. 오디세이아는 현재까지 서양에서 전해오는 문자로 기록된 최고(最古)의 서사이자 고전 문학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년 동안 많은 예술가가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웅의 모험을 그려왔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면서 겪은 역경을 기술한 오디세이아는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인간, 그 최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 중에서 어느 분이 나를 포도주 빛 바다 위에서 난파시킬지라도 나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암시하듯 오디세우스는 부(富), 미(美), 수(壽)… 인간의 모든 욕망이 충족되는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위기와 고통이 있는 바다를 건너 늙음과 죽음이 있는 인간세계로 돌아간다. 결국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모비딕](1851)은 오디세이아의 영향을 받은 장편 소설로써 인간과 자연의 투쟁을 다룬 서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이다. 특히 [모비딕]은 김25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준 문학작품으로 해석적인 면에서 다양한 의미 부여의 대상이었다. [모비딕]이 출간될 19세기 미국 동부지역은 세계최대 포경업으로 부와 사치, 물욕과 탐욕의 자본, 물질주의, 노예와 신분제도뿐 아니라 믿음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치솟고 있었다. 김25는 인간의 비극적 상황을 초래했던 다양한 사건을 들여다보며 <방주>라는 제목의 한 화면에 문명의 오류와 자만, 인간의 본성을 파동과 중첩해서 형상화하였다. 결과적으로 [오디세이아], [모비딕]의 내용이 함축된 <방주>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운명과 대자연, 우리가 헤쳐나가야 하는 삶, 살면서 만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시련 등을 묘사한 것이다. 작가는 서사의 행로를 따라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계 혹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방주>는 사건, 시간, 과정을 서술한 것이므로 문학적 서사라고 지칭할 수 있다. 하지만 김25가 그린 <방주>에는 배의 형상이 등장하지 않는다. 창세기의 이야기인 ‘노아의 방주’에 등장하는 ‘궤’ 즉 ‘방형의 배’는 대홍수, 환란 중에도 하나님이 택하신 인간들을 반드시 보호해 주신다는 약속의 증표였다. 인간이 아무리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벼도 깊은 심연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듯이 거친 죄악이 굽이치는 죽음의 물결 가운데 인류의 구원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림 속 재현되지 않은 ‘방주’는 바로 영원한 구원의 표상이다. 김25는 자신의 감정을 주관적인 독백형식으로 묘사했던 서정적인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카오스의 바다 위, 문학적 서사를 탐험하고 있다. 이제 작금의 시대를 탐색하기 위해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포용의 바다, 때로는 냉혹한 폭풍이 휘몰아치는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 김25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을 찾아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문학적 서사가 담긴 구원의 환영, 머지않아 ‘방주’의 윤곽이 점점 더 선명하게 그 위용을 드러내리라. - 김허경(미술평론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 KIM25 <Love from the Prophet 예언자-칼리지브란>, 2022, 캔버스에 유채, 91x72.7cm KIM25 <노아의 방주>, 2023, 캔버스에 유채, 각 162.2x112.1cm KIM25 <Meet of each other-Ark (1~3)>, 2023, 캔버스에 유채, 각290.9x197cm 3폭 KIM25 초대전 'Meet of each other ark' 전시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