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성 초대전 ‘우주가족 이야기’ 개막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11-14 13:15 조회2,05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황영성 <우주가족 이야기>, 2002(2023년 재설치), 스테인레스볼에 부식 채색 설치 황영성 초대전‘우주가족 이야기’개막 2023.11.14.-2024.02.18. /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이 마련한 황영성 초대전이 시작됐다. ‘우주가족 이야기’라는 전시명으로 황 화백의 학습기인 1959년부터 최근까지 60여 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130여 점의 작품과 그동안의 활동자료들로 모아 살펴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59년의 비정형(앵포르멜) 추상회화부터 1960년대 자연주의 구상회화, 1970년대의 향토적 서정의 회색조 회화들, 1980년대 녹색의 전원과 가족들 모습을 평면화시킨 화폭들, 1990년대 해외 여행과 고대문명 탐구과정, 이후 점차 확장되어가는 세계관과 만유공생 가족 개념의 회화 연작, 그로부터 이어지는 2000년대 종이․알루미늄판․실리콘띠․스티로폼 등등 다양한 매체와 재료들로 무한대로 분화 증식 확장되어가는 기호화된 도상들의 가족도, 팔순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는 가족 회화까지 황영성 회화의 전체를 망라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같은 황영성 회화세계의 대주제는 ‘가족’이다. 평생 화업에서 일관되게 천착해 온 이 화두는 가슴 속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다각도의 시선과 조형적 변주로 펼쳐져 왔다.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부터 대자연의 뭇 생명들로 확대되고, 마침내 삼라만상 천지만물을 품어 안는 생명공동체의 ‘우주가족’으로 확장되었다. 황영성은 작가 노트에서 “나는 가족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의 주제도 가족이야기이다. 처음에 가족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전쟁과 가난이 빼앗아 간 나의 가족, 아버지,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시는 시기와 표현형식의 변화를 따라 6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0년대 청년기는 ‘자연주의 구상회화’로 자연소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호남 인상파류의 풍경화와 함께 빛과 색채의 흐름을 화폭에 녹여내는 인물화들이 대부분이다. 대상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그 회화적 분위기를 옮겨 내는데 우선한 작품들인데, <무등산의 겨울>(1960), <내장산 설경>(1968), <포구>(1973) 등에서 호남 인상파 화풍의 일반적인 특징인 밝은 색채나 생동감 있는 붓질들과는 다른 묵직한 색채와 거칠고 자유로운 붓선들로 주관적 표현성을 담아내었다. 또한 인물화에서도 <병동의 사월>(1969)처럼 회청색조에 관전풍 그림과 함께 <소녀 좌상>(1969)과 <누드>(1969)처럼 원색과 중간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빛을 따라 색채가 녹아드는 임직순 교수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기도 한다. 1970년대는 ‘회색빛 향토서정’으로 초가를 주 소재 삼아 단순 회색조 평면회화로 각색하여 토속적 삶의 체취와 더불어 초가의 구조적 조형미를 단색조 거친 마티에르로 재해석해내었다. 수집한 소재들을 화폭의 조형적 구성효과에 맞게 배치하고 회색 단색조와 흙벽의 화면질감으로 촉각적 효과를 올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엌>(1970), <노인들>(1972), <소와 농부>(1972) 등에서 보듯 각 소재의 묘사보다는 화면의 전체적 구성미에 중점이 두어져 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말로 갈수록 화폭은 단독 초가의 부분 구성이나 농부 가족의 모습에서 점차 자연풍경 속 마을로 시야가 확대되고, 조연이던 황소의 비중이 커지는 등 ‘소와 가족’의 화제가 가닥을 잡아간다. 10년을 주기로 큰 변화를 보이는 황영성의 회화는 1980년대는 ‘녹색 들녘과 전원 가족’으로 특징 지어진다. 초가에서 마을로 시야를 확대하던 황영성의 회화는 하늘 높직이에서 너른 들녘과 마을을 내려다보는 조감 시점으로 변화한다. 주조색도 녹색이 많아지고, 자연풍경과 동식물과 인간 삶의 무대가 한 화폭에 담기게 된다. <숲이 있는 마을>(1984) <농경도>(1986) <마을>(1988) <마을과 가족>(1988)에서처럼 녹색 들녘과 바람과 강줄기가 율동감 있게 배치되고, 여기에 초가마을과 농부네와 새들이 한 가족이 되어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이룬다. 이 시기의 <가족도>(1984) <큰 가족도>(1986) <장날>(1984)처럼 조형적 도상화만이 아닌 살가운 삶의 체취를 함께 녹여내기도 한다. 싱그러운 생명력의 기운을 품은 녹색과 안정감을 품은 회색, 천지자연과 인간과 동식물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진 목가적인 전원풍경의 신감각 조형화 작업이다. 1990년대는 ‘이국 여행과 고대문명 탐방’으로 활동반경과 회화세계가 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시기다. 세상 곳곳마다 다른 삶의 모습들과 그 독자적인 문화들의 차이와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만유공생의 세계관을 구체화하게 된다. 특히 아메리칸 인디언 루트나, 남미의 경이로운 아즈텍, 마야, 잉카문명 탐방은 인류공동체 의식이나 조형적 작업에도 큰 영향을 남겼다. <마야의 길에서>(1990) <잉카의 길>(1991) <토템적 풍경>(1993), <파리에서>(1991) <터키 유적에서> 등 고대와 현실, 원시 자연과 고대 유적이 신화적 요소의 도상들과 함께 고전 명화부터 모더니즘 시기와 근래의 실험적 예술활동들까지 고루 폭넓게 접하며 그동안 탐구해온 회화작업에 대한 현 위치를 가늠하고 새로운 좌표를 다잡는 시간이었다. <사람과 소>(1993) <행복한 풍경>(1994) 등을 보면 대상의 도상화나 화면구성에서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새 천 년을 맞이하는 2000년대 ‘만유공존 우주가족’으로 확대된 천지만물 도상들은 무한 증식하듯 모자이크처럼 화폭을 채우고, 캔버스만이 아닌 종이와 금속판과 스티로폼, 미러볼 등 갖가지 재료들에 독자적인 표현기법들을 다채롭게 시도하였다. 우주 삼라만상 모든 존재가 한 가족이 되어 격자형 같은 구성의 도상들로 배치된다. 단색조 선묘나 색을 채운 도상들로 압축되고, 부분을 오려낸 종이의 중첩, 가늘게 자른 실리콘 띠로 픽셀처럼 갖가지 도상들로 구부려 넣기, 은색 알루미늄판에 타출기법으로 점선 도상들을 나타내기, 스티로폼으로 3차원 부조나 입방체를 이루기, 매끄러운 미러볼 곡면에 만유가족 도상을 그려 넣어 우주공간의 행성들처럼 무한세계를 펼치는 등 만화방창하듯 ‘가족 이야기’ 연작들을 꽃피워낸다. 이와 문자를 도상화시킨 <도연명의 귀거래사>(2014) <반야심경> 등으로 회화와 문학의 결합도 독특한 묘미를 지닌다. 최근에도 황영성은 ‘멈춤 없는 화업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의 ‘가족 이야기’의 회상이자 반추이면서 종착지를 정해두지 않은 무한 여행이기도 하다. 가릴 것 없이 다루었던 갖가지 재료나 매체들에서 이제는 긴 여행의 호흡을 가다듬듯 다시 캔버스 회화로 돌아와 못 다한 ‘우주가족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황영성의 평생 화업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만유 공동체 세상을 향한 그리움이자 기원의 조형적 승화 과정들이다. 그러면서 그의 회화는 개념적이기보다 다분히 조형적이다. ‘가족’이라는 대주제를 오랫동안 화두처럼 지녀 왔지만 개념이나 의식으로써 주제 풀이보다는 시지각적 조형세계의 탐구와 확장 쪽에 더 많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무한대로 증식되는 도상이나 재료의 연결고리는 이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품어 안는 ‘우주가족’이라는 열린 세계로 이어졌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황영성의 청년기 비정형추상과 자연주의 구상회화 황영성의 1970년대 '회색빛 향토서정' 작품들 황영성의 1980년대 녹색 전원과 가족도 연작들 황영성 <가족이야기>, 1989, 캔버스에 유채 황영성의 1990년대 해외여행 고대문명 탐방 회화들 황영성의 2000년대 기호화 도상의 '가족이야기' 연작과 '문자도' 일부 황영성의 2000년대 실리콘띠 회화 연작 황영성의 2000년대 종이조형 연작 부식 채색기법으로 제작한 스테인레스 미러볼로 구현한 '우주가족 이야기'(2002, 2023 재설치) 공간에 선 황영성 화백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