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안공간들이 꾸민 실험적 아트페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11-19 19:34 조회2,54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광주 대안공간들이 꾸민 실험적 아트페어 발산마을 후미진 산동네 창고공간에서 별난 아트페어가 열렸다. 미술장터가 열린 장소도, 공간도, 사고 파는 작품들도 별나다. 광주 미술현장의 대안공간들인 지구발전 다오라×바림×뽕뽕브릿지가 함께 꾸민 '무형,디지털,파인아트&페어'(2018.11.16.~11.19)가 뽕뽕브릿지에서 4일 동안 열린 것이다. 9회째인 ‘광주국제아트페어-아트광주18’(2018.11.15.~11.18, 김대중컨벤션센터)와 하루 차이를 두고 열려 두 페어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었다. 산비탈 발산부락의 달동네 허름한 창고를 일부 손봐서 만든 전시장에는 낯익은 평면, 사진작업도 있지만 그보다는 엉뚱하거나 실험적 형식과 무형의 창작의 가치를 금전으로 거래하는 공유방식 등의 작품들이 많다. 실물거래와 온·오프를 접속시킨 매개형 페어인 셈이다. 광주를 기반으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세 공간들이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뭔가를 찾다 그들 방식의 페어를 벌리게 됐고, 따로 또 같이 어울려 자체 재원을 만들어 판을 벌린 것이다. 따라서 3개의 대안공간들이 각각 기획의 방향을 제시해서 공모로 참여시킨 작가도 있고, 기획에 맞춰 선정 초대한 작가들도 있다. 지구발전 다오라는 ‘무형(과정)의 예술’을, 바림은 ‘디지털의 예술’을, 뽕뽕브릿지는 ‘파인아트(영역)의 예술’을 내걸었다. 여기에 광주와 서울 등 타지에서 각각 희망하는 대안공간을 택해서 참여한 작가 29명의 작품들이 대안공간별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파인아트(영역)의 예술 - 뽕뽕브릿지 세 코너 중 가장 친숙한 형태이면서도 ‘순수미술’ 개념의 재정의를 내건 뽕뽕브릿지는 “정신의 순수성보다 표현의 순결을 강요하는, 이른바 강요된 순결을 거부하고.. 생각의 실천의 연대가 가능하고, 시각적 표현의 자유로움이 보장되며, 개인의 독립성을 추구하는, 이것이 소통되고 유통됨으로써 이 작은 ‘영역’의 또 다른 객체로 확산과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시바시 료타는 여러 산수암반 사진들을 부분부분 조합시켜 실제 풍경 같은 작은 행성덩어리 모양의 이미지를 패널에 꾸몄고, 이세현은 그동안 보여준 돌맹이 던지기 사진작업과는 역으로 특정한 장소에서 던져 올려 그 장소와 순간의 시간을 연결하며 촬영하던 돌맹이를 그 장소의 사진 위에 아예 오브제로 붙여놓았다. 브레인 콘(B-Con)은 짐승 해골모양에 잡풀을 기른 화분을 설치하였는가 하면, 리 옌은 돌맹이와 젓가락을 붙여 대화의 뿌리를 형상화시켰고, 김상연은 목각부조 인형에 영상모니터를 내장시켜 놓았고, 사타마는 골판지에 기하학적 패턴과 캐릭터 모양들을 구성해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시켰다. 강선호, 이혜리, 하구리 미도리 등도 뽕뽕브릿지 코너의 작가들이다. 무형(과정)의 예술 - 지구발전 다오라 다오라는 “결과 중심적 사고로 사물을 바라보곤 하는데... 사고 팔기 위한 시장에서 과정과 같이 형태로 구체화될 수 없는 것들, 무형의 것을 아트페어에서 판다면 어떤 값을 매길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형태에 상관없이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보려” 했다 한다. 이를 통해 “예술에 값을 매기기 위해 결과로만 판단하는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이며, 나아가 다양한 가치기준을 만들어나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하루K는 채묵 화폭이 제작되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현장스케치와 밑그림 형태 먹작업 등을 함께 내놓았고, 조정태는 80년 5·18 당시의 누렇게 빛바래고 버석버석 메마른 일간지를 낡은 벽지처럼 붙이고 붉은 칠이 된 작은 캔버스를 붙이고 붉은 반점들을 흩어 그려놓았으며, 또한 박화연은 애완고양이에 관한 음성다큐를 이메일로, 서평주는 그림게임 PDF파일을, 이성륙은 애니메이션 각 컷들을 구입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거나 USB로 공유해주고, 정유승은 텍스트와 비트음악을 결합한 영상을 1만원을 결재하고 감상하는 방식 등이다. 이들과 더불어 임용현, 임인자, 한태식 등의 작품도 다오라에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의 예술 - 바림 실물거래와 달리 온라인이나 디지털체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상거래 행위를 예술거래와 유통에 접목시키려는 게 바림의 기획의도다. 말하자면 ‘디지털의 예술’을 거래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기존의 미디어아트 정의에 디지털 매체가 함몰되지 않고 정립될 수 있다는 전제에... 디지털 기반의 작품을 사고 파는 이 행위가 매일 디지털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사고 파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기존의 ‘미술을 사는 경험’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있다. 자기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또 다른 이미지로 돌아오는 복제된 자신의 이미지를 구매하게 하는 임현정, 주변의 전기의 움직임이나 전자파를 감지시켜 소리로 변환하여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는 장난감 같은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후니타 킴,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 어디서라도 스마트 폰을 이용해 앱의 전원을 켜면 돌덩이에 온기가 들어오는 황효덕의 작업, 편광필름을 이용한 사진을 쇠사슬에 묶어 매달아 놓은 알루미늄 판에 띄워 정면성을 상실한 사진으로 디지털 어법을 아날로그 미디엄에 결합시킨 김현석 등등 흔치않은 작업방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김은지, 손윤원, 정혜윤, 양숙현, 임현정, 현박, 후니다 킴 등도 바림의 참여작가들이다. 온오프 접속방식의 실험적 미술거래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독자적인 운영철학으로 독립된 예술기획과 창작지원의 공간들을 운영하고 있는 세 대안공간들의 이번 페어는 기존 아트페어들과는 차별화된 미술작품 거래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화된 미술’과는 새로운 방식으로 뒤집어진 형상, 전혀 다른 무형의 과정이나 디지털 기반의 소통체계를 거래하는 온오프 접속방식의 이 페어는 창작자와 수요자, 구매자 사이의 또 다른 연결과 소비 또는 소장의 개념을 모색하는 실험적 미술거래소인 것이다. 10월에 있었던 KIAF를 비롯한 수많은 국내외 아트페어들, 특히 광주에서 같은 기간에 열린 대규모 컨벤션공간의 ‘아트광주’처럼 실물거래가 대부분인 기존의 미술장터과는 다른 시장이다. 물리적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형 무형의 거래품목들을 온라인으로 주문과 구매와 배달과 소비가 반응이 이루어지는 요즘의 유통체계와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방식의 미술시장이라 하겠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