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꿈과 기억의 채집- 김혜숙 개인전 ‘시간의 기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03-25 12:59 조회2,68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김혜숙 <Dream-memory> 연작 (부분) 일상 속 꿈과 기억의 채집- 김혜숙 개인전 ‘시간의 기억’ 2019. 03. 01 – 03. 31 / 광주 LH휴랑갤러리 “무의식은 기억의 밑에서 올라오는 정신성을 추구하는 작업의 중요한 요소이다. 일상은 반복되어지고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또 다른 과거의 기억이 되어버리는 것, 기억은 지난 과거의 일상들이 축적되어 화면에서 부유하고 채집된 기억들은 반복되는 붓질로 화면 위에 표현되어진다… 반복하여 신문을 접어 붙이고 선의 중복으로 표현된 나의 작업은 지난 기억과 꿈에 대한 치유의 과정임과 동시에 꿈과 기억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영역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나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Dream-memory’ 연작으로 ‘시간의 기억 Ⅴ’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혜숙의 작가노트 일부이다. 2016년부터 다뤄온 ‘시간의 기억’ 시리즈로 다섯 번째 전시다.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면서 또한 현대인의 무의식적 욕망과 기억과 꿈을 비춰내는 작업이다. 일상의 삶은 늘 드러난 현상들과 내면에서 일렁이는 심적 상태나 무의식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부유하고 침잠되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다 흘러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꿈과 기억은 일상 삶의 즉물적인 한 덩이 오브제로 채집되거나 함축된 비형상의 상징어법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김혜숙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일상의 즉물적 오브제로서 온갖 언어들로 기록된 일간지들을 차곡차곡 접어 세상의 무수한 날들을 축적시켜 왔다. 그 일간지들은 일정한 질서를 이루어 반복 배열되거나 네모난 구획을 짓기도 하고, 각각의 길이와 결의 방향을 바꿔 변형되고 일그러지기도 한다. 욕망의 연속, 갖가지 사건·사고·사연들로 빚어지는 세상의 명암과 흔적들이 담긴 일간지들은 “나의 일상과 함께 켜켜이 쌓여지는 시간의 켜이며 시간의 기억”들이 셈이다. 매일 같이 현실로서 마주하는 세상살이가 크고 작은 텍스트와 색채와 언뜻언뜻 비쳐나는 이미지들로 채집되면서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편으로 김혜숙은 이 같은 일상의 실체를 소재로 이용하는 일간지 구성작업과는 다른 결의 회화작업을 병행한다. 바깥세상에서 채집해 온 오브제들로 대변시켜내는 일간지 입체콜라주 작업과는 전혀 상반되게 작가 내면에 침잠된 심적 상태나 무의식을 캔버스에 흐릿한 선의 흐름으로 비춰내는 같은 ‘Dream-memory’ 연작이다. 흑백이 대부분이면서 간혹 청색이나 노란색을 택하기도 하는 이들 단색조 작업들은 불분명한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상·하단의 하늘과 수면공간으로 나뉜다. 근경에 펼쳐진 썰물의 갯벌 또는 수면공간은 약간의 물길이나 포말의 흔적들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묵직한 적요 속 아득한 일렁임으로 채워져 있다. 상하 2단구도로 화폭의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허허로운 하늘 역시 가느다란 필촉으로 묘사된 미세한 바람결만이 잔영을 남기고 있을 뿐 색채도 붓질도 절제되어 있다. 무시로 일어났다 사라지는 기억의 잔상과 추억과 일상의 그림자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바다와 함께 숱한 얘기꺼리로 드러날 듯 말 듯, 텅 빈 듯 가득한 듯 함축되어진 공간이다. 마음의 거울 같은 그 공간에는 불현 듯 어머니의 고봉밥 추억을 소환시켜내기도 하고 옛 백자항아리로 시간의 역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상상은 무의식을 통하여 자율성과 창의성을 탄생시키고 나의 화면에서 ‘내적 정신성’으로 표현된다.”는 그는 “덧없는 붓질의 흔적과 켜켜이 접힌 시간들은 수많은 꿈과 기억들을 통해 표현된 응축의 상상이며 무의식의 결과이다.”라고 말한다. 매일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듯한 일상, 수많은 시간의 흔적들이 세상에 그리고 나의 내면에 유형 무형의 결을 만들어내며 꿈과 기억으로 침잠되어 간다. 세상을 대하고 일상을 엮으면서 자신만의 색채와 목소리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탐구하면서도 삶이든 작품 세계이든 패턴화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지켜야할 기본 덕목일 것이다. 김혜숙은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단색회화의 정신성 연구-‘검댕이 회화’에 내재된 정신성을 중심으로]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많은 창작과 전시활동 중에 실험적 현대미술의 현장인 광주비엔날레에서 여러 차례 도슨트로 활동하면서 각양각색의 작가와 작품들을 직접 접하며 그 자신의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반추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전시는 개인전으로는 열여덟 번째이고, 여러 단체전과 국제여성미술제·아트페스티벌·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을 내보이고 있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