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문명의 속도 사이 간극; '완행버스'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의식과 문명의 속도 사이 간극; '완행버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10-21 17:23 조회3,232회 댓글0건

    본문



    윤남웅의 '토질' 인물군집과 [완행버스] 작품들 일부 



    의식과 문명의 속도 사이 간극;완행버스

     

    차가운 기계문명과 삭막함과 세상살이의 고담함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그립다. 인간적인 감성과 인간다움, 인간의 직관과 통찰의 가치가 절실한 때이다.

    완행버스는 빠르지 않은 속도로 운행하면서 승객이 원하는 곳마다 서는 버스를 말한다. 예측불가하며 비효율적인 운행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성을 인간미로 표출되는 인간의 감성과 인간의 감각과 통찰의 발현으로서 직관두가지로 압축해 보여주고자 한다. 사실 감성과 직관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고유성은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완벽하지도 않다. 그러나 인간만이 만드는 완벽하지 못한 서투름의 미학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드러내주고 더욱 인간답게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는 하정웅컬렉션 작가인 전화황, 박병희, 곽인식, 손아유, 문승근의 작품과 강운, 서영기, 유승우, 윤남웅, 이정록, 이진경, 정선, 정송규, 한희원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그들 간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감성과 직관이라는 큰 주제 안에 상호 보완적 관계로 위치한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지난 923일 시작해 1022일 끝나는 완행버스전시를 기획한 김희랑 학예연구관의 전시도록 글 중 일부이다.

    초고속열차, 최첨단 디지털문명, 4차 산업혁명 등등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어 있는 지금의 우리 삶에서 아날로그 감성과 느림의 미학, 완행의 여유를 불러일으키려는 기획이다. 예술이 꼭 기계문명이나 속도와 대치되는 영역은 아니지만 감성과 직관이라는 미적 토대와 사유의 바탕을 시각예술작품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따라서 감성쪽에는 한희원·이정록·정송규·윤남웅·이진경·박병희·정 선·전화황을, ‘직관쪽에는 김재성·서영기+이정은·손아유·문승근·유승우·곽인식·강운 등의 작품을 배치하였다.



    전시관 1[감성] 쪽에서 꼭두인형과 허수아비를 결합시켜 그 특유의 민초 인물상들을 만들어낸 윤남웅의 '토질' 군집과, 시장통·서낭·골목길·담벼락 어디서든 마주친 것 같은 낙서인 듯 일기인 듯 삶속의 글씨들과 소품들로 올망졸망 꾸며낸 이진경의 작은방이 이 버스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띄워준다.

    한희원의 깊은 상처와 나무등은 흙벽·화강암 질감의 거칠고 두터운 화면은 문학적 감성을 돋우고, 정선의 빨래판 떠내기 부조 연작의 사모곡도 잃어버린 고향과 원초적 그리움을 담아내며, 이정록의 나비연작 중 들판에 버려진 채 삭아져가는 고물버스에 반짝이는 나비떼들의 노란빛은 버려지고 새롭게 날아오르는 존재를, 작은 네모점들을 무수히 반복해서 찍어내어 수공의 축적으로 이루어낸 정송규 화백의 무등을 바라보다와 생명의 소용돌이 흑백화면인 생명의 소리는 추상화면이면서 절제된 아날로그 미감을 보여준다.

    또한, 재일교포화가 고 전화황 화백의 갈색조 목조미륵반가사유상 화면이나 출생과 현실로 존재하는 두 조국을 비춰낸 두 개의 태양은 어슴프레한 향수의 감성이 담겨져 있다.



    2층의 [직관] 작품들로는 물과 공기의 외부 개입에 대한 순간적 반응을 의도된 우연효과로 연작해낸 강운의 물위를 긋다, 일정간격으로 침핀들을 앞쪽으로 찔러내어 드러날 듯 말 듯한 얼굴 형상들을 만들어내거나 사각상자들의 각면 명암과 그림자들로 침묵의 공간을 만들어낸 김재성의 질서에 관한 어법연작, 서영기의 버려진 폐기물을 정성들여 화폭에 되살려낸 그림과 이정은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필름 투사영상의 협업에 의한 공간연출들로 꾸며져 있다.

    거기에 유승우의 폐품상자 골판지에 무념무상의 그리다는 으로 어떤 형상과 흔적들을 끄집어내기, 투명하게 겹쳐 어른거리거나 일순간의 필획으로 둥근 원을 담아낸 곽인식의 수채와 먹 화면들, 반복해서 겹쳐 칠한 붓터치와 색들을 쌓아올리거나 형태를 지워낸 손아유의 드러나는 것 잠기는 것’ ‘형태의 소거 또는 흰색의 간격’, 어느 방향으로든 쇠공을 굴려 두루마리에 시를 써가는 문승근의 무한시[직관]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작가들 작품의 성향이 감성과 직관 분류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하정웅컬렉션의 재일교포작가 작품들을 포함해서 전시를 꾸미다보니 전체 작가와 작품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어색하고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개별코너에서 전시개념을 한껏 띄워주는 작품들이 있어 오만 것 다 싣고 뒤뚱데뚱 느릿느릿 종착지까지 달려온 완행버스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윤남웅 <사람>(부분), 2017, 나무와 흙과 짚


    이진경 "저럴게 살아있는 생명력이 더 궁금하다" (작가노트 일부)


    한희원 <K도시의 풍경>, 2016. 캔버스에 유화, 150x260cm


    정송규 <생명의 소리>, 2014, 캔버스에 유화, 268x400cm 


    곽인식 <Work 82H>, 1982, 종이에 수채, 100x100cm


    유승우 <짓>, 2017, 종이에 식물즙


    김재성 <질서에 관한 어법>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