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무브먼트'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09-18 11:16 조회7,85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윤윤덕 <검은 메아리> ‘플라워 무브먼트’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2018광주비엔날레 기념전-10월 31일까지 무등산 증심사지구 길목에 자리한 무등현대미술관 일원에서 환경미술제가 열리고 있다. 2013년 ‘지구 환경의 날’ 기념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여섯 번째가 된 연례 기획전이다. 이번에는 2018광주비엔날레 기념전 성격으로 무등현대미술관과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가 함께 공동주최하고 있다.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정송규 관장은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강도가 세자는 데다 지속시간도 길어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재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환경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막상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안일함에 다 같이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고 기획의도를 말한다. 이번 환경미술제는 미술관 안팎과 공원관리사무소 주변 녹지공간에서 김수옥 김용근 김용안 김판삼 심우채 오순영 윤윤덕 이정기 전민준 조성숙 최희원 한미경 등 12명이 각자의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이 시대 환경에 관한 메시지들을 담아놓고 있다. 먼저 미술관 전시실에 설치된 윤윤덕의 <검은 메아리>는 검정색 비디오테이프 가닥들을 천정에서부터 폭포처럼 늘어뜨리고 그 아래 검정비닐봉지로 접어 만든 검은 꽃들을 물보라처럼 바닥과 벽에 흩어 놓았다. 지구재앙 예고의 상징물이 된 플라스틱섬 영상기록에서 받은 충격과 위기의식을 설치형태로 구성하면서 멍들고 얼룩진 지구의 초상과도 같은 넓은 천작업을 배경처럼 벽에 걸어두었다. 이정기의 <시대의 유물-화석>도 마찬가지로 바다로 흘러들어간 해양쓰레기들을 소재로 삼았다. 한반도 넓이의 7배에 달하는 크기로 계속 커져가고 있다는 태평양의 플라스틱 섬이 인류에게 되돌려줄 엄청난 비극을 허옇게 표백된 플라스틱용품 뭉치의 화석으로 떠내어 쇼케이스에 담아 놓았다. 인문학과 문화현장 활동을 펼쳐온 동강대 김용근 교수도 이 미술제에 출품하여 <하늘을 날고 싶은 생명>을 제목으로 인류역사에서 자행되어 온 고래사냥을 그림과 설치로 구성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북유럽에서 식량확보 수단으로 지속되어온 검은 고래 사냥 전통, 다용도인 향유기름을 얻기 위해 수많은 고래들을 계속 학살하고 있는 자연생태계 파괴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한미경의 <누굴 포획하는가?>는 노끈을 일일이 엮어 만든 한 쌍의 그물설치물에 자연생명체들과 유기화학물질 등을 시각적인 소품으로 가두어 놓았다. 관람객이 그물을 떨어뜨려 하늘을 나는 황새를 덮쳐잡는 행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순간 정적을 깨는 방울소리가 나도록 설치해서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를 새삼 드러내는 작업도 눈길을 끈다. 김수옥은 근래 집중하고 있는 천연염색 작업의 하나로 쪽과 감물을 들인 천을 휘장처럼 늘어뜨려 <Eco Blooming>이라 이름하였다. 화려한 인공재료와 인위적 첨단기술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로 천연의 색감과 저절로 번지고 스며드는 문양을 얻고, 더욱이 햇볕을 받으면서 더 짙은 색으로 변해가는 자연의 변화현상을 작품으로 떠낸 것이다. 심우채의 <묵언> 두 점도 이 같은 자연과의 교감 작품이다. 자연의 물성을 그대로 품은 수채화로 시간의 퇴적과 삶의 흔적들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번잡한 세상사로부터 내면의 세계로 침잠해 들고자 하였다. 작품 속 소품인 무쇠 추들을 함께 전시해서 시간의 무게와 변화를 느껴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김용안의 유화 <hidden>은 안개 자욱한 산세들을 신비로운 색감으로 묘사하면서 현실과 이상세계, 생성과 소멸, 권력의 욕망과 가식적 치장의 이중성 등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아놓았다. 미술관 밖에는 초화류로 꾸며진 사슴 한마리가 노닐고 있다. <사슴섬-생명의 섬>이라는 제목으로 조성숙 작품인데, 목재로 만든 뼈대에 관람객들이 작은 화분들을 얹어놓으며 사슴몸체를 완성시켜가는 것이다. 무등산의 햇살과 비와 바람과 더불어 사슴 한 마리를 키워가는 관객참여와 현장진행형 작품이다. 최희원은 두 개의 고목둥치에 인간사 108가지 <표정>들을 새겨 넣어 자연과 인간의 서로 다를 것 없는 생멸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기이한 수석들을 채집하며 자연 속에 묻혀 살아온 오순영 씨는 무등산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800년 된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부빙가> 고목의 몸체를 그대로 옮겨다 세워놓았다. 생장이 멈춘 이후 완전한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자연과 인간 생명의 유한성, 생과 사와 자연과의 상대적 관계 등을 생각게 한다. 그런가하면 전민준은 등산로 초입의 쉼터에 철제 각파이프와 굵은 철사, 돌덩이들을 이용해 <휴머니티 I,II> 남녀 인물상을 꾸며 놓았다. 더불어 사는 동반자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과 성격을 가진 개별존재들인 각각의 사람들, 시간 따라 삭고 녹슬어 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초상인 셈이다. 반면에 그 옆 김판삼의 <공존>은 등산로 초입의 쉼터에 푸짐한 몸뚱이와 잇몸까지 활짝 열어제낀 수더분한 함박웃음의 여인네를 세워놓아 오가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무안에서 못난이미술관을 운영하는 분인데, 자연 본래의 꾸밈없는 순수를 소박한 인물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광주의 상징이 된 무등산 큰 산 아래 자리한 생태환경적인 장소성 때문에도 이 미술제의 특장점이 될 수 있는 옥외 초목들 속의 작품들은 예전에 비해, 또 오히려 실내작품보다 많지 않다. 미술관의 주력사업이지만 행사를 꾸며내는데 필요한 여러 여건들이 수월치 않은 단적인 현상이다. 비영리 민간사업의 운영상의 한계가 뻔한 만큼 공동주최자 입장인 국립공원사무소가 어떤 생각과 문화적 접근을 갖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에 따라 이 미술제의 명운뿐 아니라 명산 무등산을 더 값지게 하고 자연생태환경에 대한 보전의식과 심신의 치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바다미술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자연생태환경 속 미술제가 열리고 있지만 무등산의 상징성과 무게에 부합할만한 행사로 성장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연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이 환경미술제에 공동의 의지와 열의들이 모아질 필요가 있다. 환경미술제 관련 자세한 사항은 무등현대미술관 (062-223-6677)으로 문의하면 된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김용근 <하늘을 날고 싶은 생명> 한미경 <누굴 포획하는가> 이정기 <시대의 유물-화석> 김수옥 <Eco Blooming> 심우채 <묵언> 일부 조성숙 <사슴섬 생명의 섬>, 김판산 <공존>, 전민준 <휴머니티 I,II>, 최희원 <표정>, 오순영 <부빙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