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제와 백진강에 펼쳐진 '담양국제예술축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11-09 09:14 조회2,10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마크 리무장 <잘 지켜봐>, 플라스틱, 태양열전지판, LED다이오드 관방제와 백진강에 펼쳐진 ‘담양국제예술축제’ 2019. 10.12-12.30, 담빛예술창고 기획 8개국 10작가의 자연생태와 시각예술의 접목 가을빛이나 단풍색이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런 가을의 정취 속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야외 설치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담양 담빛예술창고가 기획한 [2019담양국제예술축제]이다. 지난 10월 12일 시작되어 12월 20일까지 국제공모를 통해 초대된 작가 10명의 자연풍경과 어우러진 환경미술 작품들이 관방제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담양은 물론 한국의 유명 여행지 중 한 곳인 죽녹원과 인접해 있고, 영산강 상류인 백진강을 낀 관방제림의 아름드리 고목들 숲길만으로도 계절의 흐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자연생태환경과 시각예술이 결합된 특별한 힐링의 공간을 꾸며놓은 것이다. 친환경 생태고을을 지향하면서 국제적인 문화예술 거점공간을 가꾸어가는 담양군의 정책 시행을 뒷받침할 겸 관방제 아래 자리한 담빛예술창고에서 환경미술제 형식으로 기획하였고, 추진동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담양문화재단과 전남문화재단이 후원하였다. 담빛예술창고 장현우 관장의 총괄기획으로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갤러리스트로 활동 중인 안요한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SNS로 국제공모를 띄웠는데 31개국 51명의 작가들이 참여신청을 냈다. 지방의 군 단위라는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에서 높은 호응을 보인 것이다. 이 가운데 제출된 활동자료와 작품구상안을 심사해서 8개국 10명의 작가를 선정 초대하였다. 낯선 환경을 찾아온 이들은 아직 햇살 따가운 9월 말부터 보름정도씩 짧은 시간을 아껴 현지작업들을 진행했다. 주최 측은 될 수 있으면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우선하되 각자 의도하는 작품효과를 최대한 실현시켜낼 수 있도록 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크게 보면 담빛예술창고 주변과 관방제 입구 주차장 주변, 이 두 곳을 연결하는 관방제 중간부분으로 묶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담빛예술창고 가장 가까이에 설치된 독일 작가 이렌 안톤의 <개입 침입 네트워크>는 잔디밭 나무들 사이를 중간 중간 볼들이 들어가 볼록거리는 색색의 스판 띠들로 그물망처럼 엮여 놓았다. 인간의 신경세포망 구조를 연상시키면서 이곳 관방제에 내려앉은 새로운 별자리를 상상하게도 하는데, 자연생태와 배치되는 문명의 시스템 오류를 보여주려는 의도라 한다. 그 가까이에 있는 배미선의 <그물>은 노랑과 투명한 나일론 천 소재들에 둥근 구멍들을 내어 나무들 사이에 걸쳐 놓았다. 식물과 나무의 생물학적 세포구조 처럼 서로 연결되고 생멸을 거듭하는 자연 질서와 숲의 치유공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관방제 입구 주차장 옆에 있는 이스라엘 작가 바 프롬의 <열린 자궁>도 흥미롭다. 자작나무 합판을 재단해서 등고선이 첩첩이 쌓아올려진 어느 산맥의 입체조감도 같은 모습인데, 움푹 들어간 계곡 안쪽이 인체 모양을 띠고 있다. 관람객들이 이 인체모양에 맞춰 드러누우면 빙 둘러 첩첩 산맥들이 감싸 안은 어머니 자궁 안에서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자연은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다는 의미를 이색체험으로 느껴볼 수 있다. 캐나다 작가 마리아 하포넨코는 <10분>이라는 세모난 움집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대나무통들을 잘라 붙여 만든 아담한 세모 방이다. 대통들을 통과하는 바람소리와 투명필름들로 비춰지는 색색의 햇살들 속에서 10분 정도의 들어앉아 잠시 힐링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 명상의 공간이다. 또한 대나무로 엮어 만든 아치형 조형물에 인체 형상의 문이 나 있고 거기에 플라스틱 조화를 늘어뜨려 인공의 문명을 비판하는 멕시코 작가 마틴 렌테리아의 <자연의 문>, 고목숲 아래 잔디밭에 축소된 원형 모양을 설치해 권력의 상징이자 치열한 경쟁의 장을 자연 속에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한 미국 일라이 브라스코의 <스타디움>도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관방제 숲 그늘을 걷다가 큰 나무둥치에 기대어 사색에 잠긴 남자를 보고 흠칫 놀랄 수도 있는데 인도작가 라제쉬 타찬의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바람결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이수연의 대나무 모빌 작품 <숨결의 소리>, 연못 수초들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는 물새들처럼 하얀 도자주전자들을 설치한 김치준의 <담빛 연못 풍경> 등등이 관방제를 따라 배치되어 있다. 이들 잔디밭이나 숲그늘을 끼고 있는 작품들과 달리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눈동자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발상이 재미있고 시각적으로도 독특해서 인증샷들 담기에 인기가 많은 작품인데, 프랑스 작가 마크 리무장의 <잘 지켜봐>이다. 둥글고 하얀 안구들이 둘씩 짝을 이뤄 물결 따라 천천히 움직이면서 마치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리거나 주변을 살피는 눈초리처럼 보여 진다. 자연 훼손이나 강의 오염을 감시하는 파수꾼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태양열 에너지 패널들이 부착돼 있고 안에 LED 다이오드가 넣어져 있어 밤에는 어두운 강물 위에 빛나는 눈동자들이 떠 있는 풍경을 만들어 준다. 첫해 시도라 규모가 크지 않고 작품 숫자도 많지 않지만 그래서 자연공간 속에서 인위적으로 끼워 넣는 억지스러움이 적고 천천히 음미하며 체험해 볼만한 작품들이다. 예술은 천연 그대로의 자연과는 달리 우리 자신과 일상의 삶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문화적 활동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 이번 예술축제와 연결해서 감상하면 더 좋은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다. 담빛예술창고에 펼쳐진 [신자연주의 26주년전] 작품들이다. 가나인, 김상연, 김안선, 박지완, 서용선, 유율금, 이용환, 이지연, 정복수, 정의철, 징울, 홍준호 등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 사람의 몸과 그들이 처한 환경에 관한 성찰의 작품들이라 각자의 주관적 관점과 발언들로 표현성이 강렬하다. 이들이 말하는 ‘신 자연’이란 바로 인간의 몸을 말하는 것이어서 밖에 설치된 자연환경미술 작품들과 대비되어 보일 수도 있다. 이 신자연주의 전시는 11월 15일까지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이렌 안톤 <개입 침입 네트워크-망 No 58>, 13x3x13m 배미선 <그물>, 10x2.7x8m 마르틴 렌테리아 <자연 문>, 4.1x3.2x1.4cm. 김치준의 <담빛 연못 풍경> 바 프롬의 <열린 자궁>, 마리아 하포넨코 <10분> 라제쉬 타찬의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이수연 <숨결의 소리> 일라이 브라스코 <스타디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