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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송展, '개와 의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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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9-03 17:26 조회5,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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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송, ‘개와 의자의 시간

    91일부터 20일까지, 광주롯데갤러리

     

    목수 김씨김진송이 이곳 전라도 강진으로 이사 와서 살기 시작한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출품작들은 전부터 그가 해오던 나무작업인데, 형편상 느티나무를 주로 썼지만 동백, 비자, 가죽, 녹나무 같이 다른 곳에는 없는 이 지역의 수종들을 써서 작업한 것들이 많고, 때로는 헌집을 뜯어낸 고재古材의 결을 살려 작업한 것들도 있다. 이전에 선보였던 움직이는 인형들도 내놓는다.

    ...

    8-90년대 서울 중심의 현실미술 자장磁場에서, ‘머리를 쓰는일을 해오던 그가 돌연 남한강 가 아버지의 고향마을로 돌아가 몸을 쓰는나무작업을 시작한 일은 그의 여러 책들에서 말했듯, 보다 깊고 넓은 삶의 방편에서였다. 굳이 나무를 재료로 삼은 까닭은? 아마도 우리/인간의 삶과 나무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지구상의 동식물 중에서 나무가 가장 오랫동안 나이를 먹어가며 살아온 개체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는 여덟 번의 개인전과 움직이는 인형들을 중심으로 한 상상의 웜홀’(예술의전당, 2013) 같은 기획전, 영상, 저술 작업들을 해왔는데,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의 나무작업을 통해 그가 품었던 여러 감성들을 공유했다.

    개와 의자의 시간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가 해온 이런 사유의 연장이다. 나무 말고도, 개는 아마도 동물 개체군 중에서 가장 먼 시기부터 우리 인류사와 함께 해왔을 거다. 같은 포유동물로 야생에서 만났을, 최초의 늑대였던 그들과 우리는 서로 너무 가까이 교감하며 지구별에 살아왔다. 우리는 그들이 서성일 때, 가만 어느 곳에 머물러 있거나 물끄러미 앉아서 사유의 습관을 이어왔고, 이를 끝없이 변화시켜 왔다.

    죽은 나무를 다시 살려낸 그의 나뭇결에 대해, 그는 여느 예술가들이 흔히 그렇듯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작가적 열정이라는 방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밤마다 별을 헤아리며, 저 먼 어둠 속 우주공간과 8억만년 후면 동식물이나 광물은 물론 티끌조차 남기지 못하고 우주공간으로 사라져버릴 이 지구의, 한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온 힘을 쏟아 깎고, 다듬고, 문질러서 윤을 낸 나무의 생애다.

    그의 몸과 나무가 만난 형상들에서 우리는 그의 개에 대한 생각의 자락을 엿볼 수 있다. 개는... 다리가 있고... 오래 전 사람들은 필시 앉거나 상대를 길들이고 싶어서 의자의 형상이 개를 닮았을지 모른다. 직접 행태를 드러내 그가 깎아낸 어떤 개들은 먹이를 찾아 킁킁대며 어슬렁거리거나, 먼 곳의 어떤 것을 향해 컹컹 짓거나, 혀를 낼름거리며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자세로 서 있거나, 오래 전 잃어버린 야성의 본능을 드러내 짖어댄다.

    보다 실용적 쓰임의 용도를 가늠하고 다듬어낸 의자들에서 우리는 결코 오만하거나 거칠지 않은 한 사람의 수고로운 몸짓과 나무, 그리고 그가 사유해온 선과 색과 행태들을 만난다. 기왕의 나무작업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거의 쓰여 본 적이 없는 비자나무와 동백나무의 그 고운 살결을 말해 무엇하랴. 붉다 못해 검은 빛으로 드러나는 가죽나무의 속살, 그리고 그것으로 드러낸 개의 형체는? 강 가 버드나무의 형을 깎아 만들어낸 통의자, 도도하게 등받이를 높이 추겨 울린 의자, 그저 펑퍼짐하게 앉아있거나 귀를 쫑긋거리거나 어디 먼 곳을 바라보거나 먹이나 짝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개의 형상들이다.

    그것들은 가능한 한 절제되고 균형 있는 선과 형, 실제의 쓰임을 고려한 높낮이,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개와 나/우리 사이에 얽힌 관계의 의미망을 선사한다. 김진송이 펼쳐 놓은 나무의 시간을 따라가다가 어쩌면 현실의 우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어떤 길을 찾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 미망의 늪 속에 빠져 헤매일지 모른다. 상상,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이고, 20일간의 전시기간 중 94(월요일)은 휴무다. (문의 010 3627 2914 고영재)

    - 윤정현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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