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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현장에서 바라본 오월광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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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05-29 18:57 조회3,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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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38주년 기념 걸개시회전이 열리고 있는 망월동 구묘역

     

       

    미술현장에서 바라본 오월광주 풍경

    오월전 / 상무관프로젝트 / 현실풍자전 / 참여그림마당 등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은 올해 광주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다. 세계 정치무대에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한 남북·북미관계의 숨 가쁜 변화와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과 더불어 올해 5·18 기념행사와 오월 광주정신이 안팎으로 새롭게 재조명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개입설 등 5·18에 관한 진실왜곡의 실체나 당시 여성투옥자들에게 가해졌던 성폭행과 고문사실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영화 택시운전사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등 대중문화 속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등등으로 시민사회의 고무와 분노와 다짐들이 교차되는 오월 한마당이었다.

    이런 가운데 해마다 광주의 오월을 되새기며 시대를 비춰 온 미술전시나 문화예술행사들도 예년 못지않게 풍성했다. 이들 중에는 올해로 30회째가 된 오월전을 비롯,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문화공간들에서 마련한 기획전과 작가들의 개인전까지 오월과 시국, 시대문화를 담아내는 형식과 내용들에서도 그 폭이 훨씬 다양해졌다. 5·18이 직접적인 소재가 되거나, 한국전쟁 이후 여전히 진행 중인 분단조국의 현실과 제주4·3사건과 세월호 사고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더욱 선명해져가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들을 다양한 시각과 매체, 조형언어들로 표현해내었다.    

    오월전’ 30회 기념전과 학술토론회

    1991년 처음 시작해서 올해로 30회째가 된 이 전시는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주관으로 510일부터 27일까지 양림미술관에서 불어라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정기회원전을 가졌다. 그동안 5·18 역사현장을 지키며 금남로나 망월동묘역에서 열었던 전시를 올해는 광주천 건너로 옮겨갔다. 28명의 회원이 참여한 이 전시에서 정희승의 신작 <나는 너다>는 시각적 강렬함이 두드러졌다. 길바닥에 쓰러진 오월 희생자의 얼굴과 거센 불길 같은 머리칼, 비통한 심사가 화폭에 피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자신의 초상을 두 폭의 캔버스 그림으로 나란히 걸었다. 굵고 회오리치듯 구불거리는 붓터치와 비감한 청회색조, 빗물처럼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안료, 내려감은 눈과 꼭 다문 입술 등이 작은 화폭이지만 큰 울림을 만들어내었다.

    이재칠의 <담쟁이 백골>도 붉은 바탕에 백골처럼 허옇게 삭은 담쟁이덩굴을 초상처럼 그리면서 그로부터 연푸르게 돋아나는 새 잎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응축시켜 놓았다. 조정태도 붉은 캔버스에 계엄군의 집중총격으로 생지옥이 된 시민군 무리인지 응어리진 산천인지 추상적인 흑회색 형상에 노란 점들을 배치하고 <정조준> 이름붙인 두 점을 걸어놓았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 회원들뿐 아니라 신예 청년작가들이 늘어나고 사실적인 현실참여 작품만이 아닌 메시지를 함축시킨 추상형식들까지 전시의 구성내용에서 많이 다양해진 점이 눈에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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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민미협 오월전의 정희승(위), 이재칠(아래 왼쪽), 조정태(아래 오른쪽 작품)
      

    한편으로 광주민미협은 오월전’ 30회째를 기념하면서 두 가지 특별한 행사를 함께 마련했다. 그 하나는 광주만의 5·18이 아닌 전국으로 연결되는 오월정신의 확장을 위해 서울을 비롯 여러 지역에서 참여하는 민족미술인협회 순회전을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열었다. 51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촛불이여, 오월을 노래하라!’ 이 전시는 광주를 포함한 전국 130여명의 작가들 작품으로 한국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장을 펼쳐 보였다. 원로부터 젊은 청년작가까지 한국 민주주의 역사나 시국관련, 또는 현실 삶에 관한 직설과 풍자, 서사형식의 여러 조형적 발언들을 고루 보여 주었다. 다만, 모처럼 전국단위 참여미술 전시이면서도 이전에 발표된 작품들이 많아 신선함을 주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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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미협 전국회원전과 오월전 관련 학술토론회

    또 하나는 이 민미협 전시 개막식에 앞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였다. ‘30년간의 오월전-발굴·조사를 위한 1차 학술토론회인데, 그동안 오월현장을 지켜온 오월전의 역사를 재정리하기 위해 관련 작품이나 자료들을 다시 찾고 조사 연구하는 협회차원의 정책사업을 5·18 4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추진한다는 발표이자 첫 출발점을 연 것이다. 사업단장을 맡은 박철우, 사업팀장 최병진 작가의 추진계획 등에 관한 발표에 이어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 허달용 광주민족예술인협회 회장, 정희승 작가가 광주 민족민중미술운동과 초기 오월전 등에 관한 회고와 추억담들을 구술형태로 들려주었다. 5·18 관련 광주 오월미술에 관한 자료발굴과 조사·연구사업은 5·18기념재단에서도 추진 중이지만 그와 별개로 협회 자체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념비적인 상무관프로젝트

    올해 오월 문화현장에서 기념비적인 행사의 하나는 상무관 프로젝트-오월지킴이와 영원의 노래일 것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작품은 재독작가 정영창의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이었다. “오월의 죽음이 누워있던 응축된 비극의 장소,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하는 그리움과 통곡, 그 너머의 공간인 상무관에 그는 검게 착색한 쌀알들을 8m 폭의 화판에 펼쳐 형언할 수 없는 역사현장의 진실과 무게를 묵언의 공간으로 펼쳐 내었다. 상무관은 망각에서 깨어나고, 상처가 치유되며, 광주정신의 실천을 위한 나눔과 평화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침묵과 고요 속에 심연의 기운을 비형상으로 절제시킨 이 작품을 제작했고, 그 검은 화폭에 금박의 작은 점을 보일 듯 말 듯 배치하여 망망한 역사의 흐름에 희망의 빛을 기원하였다.

    또한 광주 참여미술의 현장을 지켜온 허달용과 조정태는 5·18현장의 복원을 요구하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오월 어머니들의 초상을 함께 전시하였다. 허달용은 오히려 그 당시 모습으로 복원되면 감당하지 못할마음의 생채기를 안고서도 현장에 나오는 어미들의 심사를 묵직한 수묵초상으로, 조정태는 그분들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늘 밝게 기운을 내시라는 의미로 화사한 사실묘법의 유화초상을 그렸다. 각각 5점씩 준비한 이 초상은 전시 후에 주인공들에게 증정되었다.

    한편으로 이 상무관프로젝트 개막행사로 진행된 연극배우 이당금(푸른연극마을 대표)의 진혼과 씻김의 퍼포먼스는 표정과 행위, 언어들이 너무 절절하여 특별히 초대된 오월지킴이 어머니들은 물론 참석자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절규와 억누름과 기원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오월어미들은 마른 눈물을 흘리거나 멍한 시선을 애써 허공으로 돌리거나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극과 전통굿이 결합된 퍼포먼스와 사실과 추상의 미술전시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상무관프로젝트는 오월문화의 또 다른 공감의 장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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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무관 프로젝트 현장
      

    기록과 응시와 염원의 조형언어들

    이밖에도 오월을 관통하는 여러 현실주의 유형의 전시들이 이어졌다. 메이홀에서는 홍성담의 오월판화 한마당’(5.15-5.31), 갤러리생각상자에서는 제주 4.3현장의 답사와 5·18 기념공간들을 현장 기록사진으로 이어낸 리일천의 백비-43518 길위의 기록’(5.17-6.30), 은암미술관에서는 세월오월호 유족들의 초상과 현실 삶을 사실 또는 서사적으로 그려낸 김화순의 _사람_’(5.15-5.24), 갤러리27번가는 이전의 세밀한 사실화풍 대신 만화와 패러디를 섞어 한국사회의 그릇된 정권과 모순과 고통과 연원을 풍자·은유·직설 코드로 대형화폭 6점으로 펼쳐낸 김우성의 질풍노도 똥바다’(5.19-6.15), 아트팩토리 큐브미술관에서는 노무현대통령 서거 9주기를 추모하며 노대통령의 초상과 시대현실과 그런 사회현실 속 작가로서의 심사를 수묵 위주로 풀어낸 허달용의 산이 된 바보’(5.24-6.13), 5·18민주광장 분수대 주변에서는 광주 오월정신을 역사현장에서 되새기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100인 릴레이아트 걸개그림마당’(5.24) 등의 미술행사가 열렸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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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오월풍경을 만들어준 김화순, 리일천, 허달용(위)과 김우성, 홍성담(아래) 개인전
      

    오월미술은 마치 계절과도 같이 매년 5·18 중심부에서 광주의 한 표정을 만들어 준다. 작품세계에서 현실을 소재 삼거나 사실화풍을 견지하는 작가나 모임, 미술공간들은 이 오월을 전후하여 시의성 있게 전시들을 하고 싶어 하고 그런 다양한 전시들이 오월광주 문화현장을 꾸며주는 것이다. 이런 전시와 작품들 속에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우리의 현재 삶과 내일을 향한 각오와 꿈들이 담겨 시대의 초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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