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觀)_세상을 바라보다’ 조진호 작품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 익 작성일19-01-24 13:46 조회2,25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관(觀)_세상을 바라보다’ 조진호 작품전 2018.12.03.-19.02.28 /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작가에게는 언제나 하고픈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때론 자신의 이야기, 혹은 타인과 우리의 이야기이다. 목적이 있어야 결과가 발생하는 것처럼 작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의 언어를 언제나 되새기며 번민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표현처럼 한번 자신의 몸 밖으로 나가면 되돌릴 수 없기에 신중하여야 한다. 조진호 작가는 약 4년의 시간동안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공직생활을 하며 자신의 작품세계와 조형적 언어에 대하여 언제나 고민을 하였다고 한다. 일종의 시간적 단절로서 자유롭게 집중하여 작품을 제작 할 여건이 되지 못해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서울 나무갤러리에서 “한국현대목판화 발굴”을 주제로 80년대부터 진행하였던 판화작품들을 정리하여 선보이는 전시를 임기 종료직후에 제안 받았을 때 한편으로 몇 년간 작가활동의 공백으로 마음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 작업을 되돌아보고 정리를 할 수 있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전시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에게 있어서 모두가 끝났다는 5.18은 언제나 진행형인 역사적 사건으로 작가가 실행했던 30여년의 예술적 업을 마무리하는 마음과 노력이 나무갤러리의 “무유등등전”의 취지였다고 한다. 작가는 전시를 치루며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특히 개인전의 경우 그 성과가 두드러진다. 작업실과 전시장은 사뭇 다른 여건으로 작가는 다시금 타인의 시각으로 자기검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계기는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과 예술가로서 삶의 의미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자기확인의 기회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 멀어진 서울 인사동에 자신의 작품을 펼쳐놓고 참 많은 생각과 기억을 만났다고 한다. 작가의 신분으로 되돌아온 그가 다시금 자신의 용광로에 불을 붙이고 연장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하여 “마음의 칼”을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작가는 화순에 살고 있다. “화순, 나, 나의 땅, 나의 일상”등을 고민하며 이제 진정한 민중미술을 오늘과 자신의 상황에서 또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감정과 관점에 따라 대상이 달리 보인다는 생각으로, 그 자신 스스로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그에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는 운명처럼 그저 좋아서 하는 단계를 넘어서는 진실한 소통의 목적에 있다. 긍정적 삶을 표현하는 오늘의 민중미술, 오늘의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 작가로서 보아야 하는 세상, 올바른 세상, 변화를 위한 가치기준을 포함하는 최소한의 시대 흐름과 연계된 자신의 직관으로, 일상을 넘어서 초월하는 깊이 있는 고민을 행하고 있다. 이번 무각사 문화관의 로터스갤러리에 소개되는 “관(觀)_ 세상을 바라보다”는 작가가 일생을 고찰하며 연구하던 다양한 주제 중에서 우리 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운주사”를 주제로 하였다. 그가 세상을 향하여 지니는 마음가짐을 제안하는 전시이다. 이름 없는 석공이 거대한 역사를 이루었듯이 그의 작품에 흑과 백으로 드러나 빛과 그림자로 다가오는 목판화의 형상들은 우리가 한동안 잃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네 삶의 다양한 애환을 단순명료하게 마음에 쏟아져 안겨오는 한줄기 빛처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마치 깨달음의 글귀처럼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운주사는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니다. 미래불(未來佛)이라 불리는 미륵불과 탑으로 구성된 우리의 세상이다. 문화적인 측면으로도 우리의 다양한 얼굴들이 존재하며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의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다. 작가 스스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 운주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석불과 석탑 그리고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은 한편으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기억 이전 무상(無常)의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그가 오늘까지 벼르던 “마음의 칼”에 의하여 새겨진 목판화 작품을 보노라면 인간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이제 한줄기 바람에 씻겨가는 허무하기 그지없는 번뇌임을 공감케 하기 때문이다. 전시의 주제인 “관(觀)”은 본래 본다는 의미를 지니며, 본다고 하는 행위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일종의 감정 혹은 선행되는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목적의식을 지니며 대상을 마주하는 마음으로 인간 본연의 특정한 감정이 함께 한다. 그렇지 않고 무목적으로 대상을 보는 것은 그저 우리의 눈에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이는 우리의 기억에 남지 않는 스쳐 지나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의미처럼 모든 것은 마음에서 출발하여 꽃과 열매를 맺는다. 판화는 단순한 프린트가 아니다. 특히 조진호 작가의 목판화는 일종의 노동행위처럼 물성과 시간의 댓가이다. 성실하게 이미지를 떠올리고 칼을 이용하여 힘주어 세겨내는 공력이 요구된다. 나무판에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단순명료하게 담아내며 매 순간 마다 빠른 결정으로 판을 완성해야 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민중 목판화가 지니는 표현적 특성으로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대상을 함축 시키는 장점으로 보는 이에게 의사전달이 간결하다. 목판에 각을 하는 과정이후 종이에 드러나는 흑백의 아름다움과 간결한 완성도는 마치 서예작품처럼 평면회화와는 다른 조형성을 제안한다. 칼을 잡은 이유는 판화에 관한 애정으로 젊은 시절부터 느꼈던 목판화만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음미하고픈 마음에서라고 한다. 작가는 2008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자신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열었다. 지난 5개월간 운명처럼 무려 60점의 목판화를 단숨에 제작한 그의 노력과 집중력의 결과물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의 끝에서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미학적 경험을 조진호 작가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윤 익 (미술문화기획자) 조진호 <觀2>, 2018, 종이에 혼합재, 145x450cm 조진호 '해바라기' 연작, 2018, 종이에 드로잉, 혼합재 조진호의 운주사 천불상 소재 목판화 연작, 20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