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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의 가치; 나경택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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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10-04 13:42 조회5,3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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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 오월항쟁 당시 옛 전남도청앞에서 취재 중인 나경택 당시 광주일보 기자(왼쪽)



    기록의 가치; 나경택 사진전

     

    2016. 10. 7 - 11. 2

    광주 롯데갤러리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폭발의 검은 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고 있다
    . 울부짖는 아이들 사이에 발가벗은 어린 소녀가 눈에 띈다. 이후의 증언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상황은 폭탄 공격으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민간인 소녀가 거리를 향해 내달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흔히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이 한 장의 사진은 베트남전 종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록물로써, 1973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후잉 콩 우트의 <전쟁의 공포>이다. 이 긴박하고도 극적인 프레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쟁이 죄 없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순수의 상징인 아이들이 생과 사의 현장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고, 이내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렇듯 보도사진은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이라는 개념을 파생시킬 정도로 공적인 힘을 수반한다. 역사의 기록이자 서술인 신문에 등장하는 보도사진은 일반 사진과 유사하게 사실성을 지니지만, 그 주체, 즉 사진기자의 가치관과 시대를 바라보는 쟁점 및 주제의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단순히 사실 보도를 넘어선 고발이 되는가 하면, 정보를 접하는 이에게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롯데갤러리에서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나경택 사진전>은 그러한 보도사진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증명한 한 언론인의 기록을 공개하는 자리이다. 1967년부터 2007년까지 40년간 남도의 현장을 담아낸 사진기자로서 기록의 의미, 그리고 보도사진의 가치를 증명해온 나경택의 미공개 사진들이 최초로 선보여진다. 지난 2011, 5.18 광주민중항쟁 기록사진(흑백필름 2,017)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되어, 더욱 그 역사적 가치를 실감케 한 나경택 기자의 기록물은 기자의 진실보도와 보도사진의 영향성이라는 부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익히 공개된 역사적 사건 중심의 결과물이 아닌, 197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남도의 생활상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흐름으로 꾸려진다.

    80여 컷의 보도사진은 단순히 현장의 단면으로 보이나 그 안에는 항상 시대가 있으며, 당대의 감성이 자리한다. 공설운동장에서 대규모로 치러진 고교생들의 교련대회, “형님은 짧은 머리, 언니는 긴 치마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결연한 표정으로 서있는 어린이들, ‘승공(勝共)’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섬마을 등굣길의 바위, 막걸리가 오가거나 혹은 유원지 속 유흥으로 점철된 부산스러운 선거운동 모습, 일명 춤바람으로 검거된 유부남과 가정주부들까지, 과거의 사회상이 프레임 곳곳에 배어 있다. 이와 함께, 1989년 남부지방 최악의 홍수 당시, 국방부의 대규모 병력 투입을 이끌어낸 수해현장 사진은 기자로서 현장을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남도연가 南道戀歌>라는 주제로 선보여지는 본 전시를 위해 나경택 선생은 보관하고 있던 2,000여 컷의 필름을 제공했다. 보통, 사진과 함께 기사 송고가 끝나면 채 정리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이 필름인 것을 감안할 때, 그 보관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우수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그의 보도사진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었는지에 대해 새삼 재고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더불어 사진의 면면에서, 급박하게 돌아간 어쩌면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우리 현대사의 변화무쌍한 모습들이 지금의 시점에서 더욱 절절히 다가오기도 하고, 그와 유관하게 삶의 태도도, 삶의 형태도 참 빠르게 변해왔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시간의 증인으로서 살아감의 다양한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면밀히 기록해두고자 했던 대기자(大記者)의 열정에서 동시대를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언제나 현장에서 치열한 언론인으로 살아온 나경택 선생의 이번 전시에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연가가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시간 속에 잊혀져 채 기억하지 못한 소중한 삶의 단편들을 상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 고영재 (광주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나경택 기자가 촬영한 오지호, 조방원(위), 김형수, 오승윤(아래) 화백 사진


    나경택은 지난
    40여 년 동안 광주·전남북지역을 중심으로, 사진의 기록적 가치와 기억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왔다. 특히 그의 사진-세계를 대표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록은 한국 현대사에서 근원적인 폭력이미지이자 대항이미지로 재전유 되어 왔다. ‘말할 수 없는 역사로 존재한 광주항쟁의 기억은 나경택의 사진기록에 의해 전파되었고, 근원적 이미지로서 막중한 몫을 차지했다.

    5.18 기억의 한 축을 맡아온 나경택의 낡은 앨범 속에서 발굴해 낸 또 다른 사진이 있는데, 바로 이번에 펼쳐 낼 가까운 옛날 남도지역의 일상과 남도 사람들이다. 이제까지 지역의,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의 소실되어 가는 사진앨범에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역사의 선명한 기억의 장소에 불려오는 일은 희박한 일이었다. 그동안 개인, 지역, 공동체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나경택은 이번 전시에서 삶과 역사를 낱낱이 기록하는 장치이자 기억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환기하고 있다.

    - 최연하 (사진비평)



    나경택 전 연합통신 광주전남지사장의 풍물사진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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