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선의 '응집, 그리고 이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08-27 19:29 조회6,83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박인선 <플라스틱 섬 3>, 2018,_혼합재, 72.7×60.6cm 박인선의 ‘응집, 그리고 이완’ 2018.08.20-09.07 / 양림동 515갤러리 절해고도 같은 삶일지라도 무시로 흔들리는 내안의 심상에 초점을 조절해 가며 사진인 듯 회화인 듯 거울처럼 비춰내는 응집과 이완의 시간들. 박인선의 작업은 자기 내면에 침잠된 사라진 것들의 기억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도시의 풍경들, 해체되는 본래의 생명자연과 삶의 거처로서 건축공간들을 접목 조합시켜내는 상상된 이미지의 결집물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작업은 세상 삶의 둥지들로 일상의 보금자리이다가 어느 순간 폐허처럼 단절되고 해체되어 거대도시 재개발의 폐기물로 사라지는 갖가지 뿌리 뽑힌 건조물들의 초상이 대부분이었다. 삶의 역사가 퇴적된 낡은 건물의 편린들과 간판들과 철거된 빈집의 파편들이 현장 실사로 모아져 그의 화폭에서 새로운 덩어리로 재조합되어 빈 공간에 떠 있는 연작들이었다. 형해 같은 잔해들이 엉켜 또 다른 건축적 형상을 이루기도 하고, 더러는 아예 소생의 희망은 없는 듯 잔뿌리처럼 삐져나온 철근들과 부스러져 떨어지는 콘크리트 파편들로 처연하기조차 했다. 시대를 대변하는 인간의 자화상 같은 도시 속 건물들이 살아가는 도중에 알 수 없는 형체의 구조물들로 변해가고 거대 신축건물에 밀려 사라지는 개발만능 시대풍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서사성을 뭉쳐놓은 것이다. 그런 도시의 상처와 상실에 대한 기록이자 재생작업이던 연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들은 폐건물 또는 폐공간의 흔적들 대신 초목과 녹색지대와 바닷가 풍경들이 견고한 아성으로 응축되어 또 다른 생명의 터전으로 별개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물론 그 자연풍경들 속에는 인공의 건조물들이 합체되어 있거나, 중장비가 푸른 녹지에 붉은 생채기를 내며 여전히 개발공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풀 한포기 살 수 없이 금새 바스라져 허물어질듯하던 폐건물 파편덩어리들과 달리 생명의 터전으로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가령, 낡은 콘크리트 건물 일부나 옹벽을 사각의 높은 축대로 삼아 그 위에 작은 인공 섬을 꾸며놓기도 하고, 그 콘크리트 덩이와 녹음 짙푸른 산이 위아래 뾰족한 삼각추를 맞대어 날카로운 긴장감과 함께 모래시계처럼 시한부를 암시하고 있는 <응집과 이완> 연작은 이전 폐건물 작업의 연장이면서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다. 또한, 허공에 행성처럼 떠 있는 둥그런 부표나 사각의 판 위에 푸른 초목들과 황토 밭떼기들이 펼쳐지고 그 한쪽에선 여지없이 중장비와 크레인이 자연녹지를 갉아들며 공사를 진행 중인 <플라스틱 섬>도 같은 주제의식에 의한 연작들이다. 어떤 경우는 그 인공의 콘크리트 덩이와 생명공간인 푸른 섬마을 풍경이 웅장한 선박의 형체로 결속되어 바닷가에 당당하게 정박해 있는 모습도 있다. “‘플라스틱 섬’이라는 주제는 해양에 투척된 쓰레기들로 뒤덮인 미지의 영역으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거대한 자연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진실과 거짓이 뒤엉켜 만들어진 풍경과 인간의 욕망에 대하여 조우해 보고자 한다.” 작년 제주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집중 작업하게 된 ‘플라스틱 섬’ 연작에 관한 작가노트의 일부이다. 박인선 <플라스틱 섬 1>(왼쪽)과 부분(오른쪽), 2017, 혼합재, 72.7x90.9cm 특히 이번 작품들에서는 도회지 폐건물 파편덩어리들과 푸른 생명 터전의 이종교배 같은 정교한 사진이미지 구성에 회화적 가필이 더해지면서 훨씬 더 실제 존재하는 풍경일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2016광주비엔날레 때 출품한 대작 <표류>를 비롯해 그동안 ‘뿌리’ ‘콘크리트 건물’ 연작들에서도 사진과 회화를 절묘하게 섞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지만 이번 전시작품들은 섬마을이나 바닷가 삶의 풍경들이 더 현장감 있게 결합되면서 이미지와 내면 언어가 훨씬 명료하게 응집되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부스러질 것 같은 콘크리트 파편덩어리들 대신 자연 녹지와 수면공간들이 넓게 자리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는 물론 심리적 이완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박인선의 도회지 삶 속에서 부지불식 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민한 촉수와 감성, 피할 수 없는 현대 문명사 속에서 인위의 인간세상과 자연생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생명공간에 대한 성찰은 조형어법에서도 더 내밀해지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로 꾸준히 진화해 갈 것으로 보인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박인선 <플라스틱 섬 2>(왼쪽)과 부분(오른쪽), 2017, 혼합재, 72.7x65.1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