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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미디어로 조명된 적요공간-권승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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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11-08 19:45 조회3,9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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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미디어로 조명된 적요공간-권승찬

     

    "그 많은 일상의 것들은 삶을 이루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산물이며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것들이지만
    각자에게 서로 다른 사적형태의 감성들이 녹아있다.
    나 개인의 어떤 취향의 것들을 특정장소나 공간에 대입시켜
    타인들이 느끼고 향유했던 어떤 인식의 고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광주 쌍촌동 가톨릭평생교육원 갤러리 현()서 권승찬의 멀티미디어 개인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에 1년간 나가 머물면서 모처럼 집중했던 평면회화 '남자' 연작과 함께 교육원의 지하공간에 네온피스와 영상설치작품들을 구성한 전시이다.

    평생교육원에 딸린 여러 크고 작은 공간들을 활용한 이번 개인전은 그동안 진행해 온 ‘Complex’ ‘시민참여 공공프로젝트’ ‘융복합 미디어설치세 갈래 작업들을 폭넓게 보여주면서, 갤러리의 회화작품과 지하공간의 미디어 영상설치로 나누어 놓았다. 30여평 갤러리에는 비슷한 크기의 캔버스들에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일상 흔적과 감정, 또는 개인사와 관련된 기억들을 거칠고 빠른 붓질로 수없이 겹쳐 그려낸 형태가 불분명한 추상표현주의 회화작업 오육십 점이 모아져 있다. 그린다는 행위나 대상의 묘사, 재료에 대한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상당기간 밀쳐 두었던 회화작업을 모처럼 타국에 나가 있는 기간에 다시 들춰내어 나날의 메모처럼 일기처럼 자기 일상과 자화상들을 그린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건 60년 만에 처음 외부 세상에 문을 연 붉은 벽돌집의 지하공간과 그 곳에 설치된 멀티미디어 작품들이다. 갤러리가 있는 교육원 건물 지하에 가톨릭대학이 옮겨가고 난 뒤 계속 방치되어 있던 크고 작은 공간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짜투리 공간, 미로처럼 길게 이리저리 이어지는 통로들에 원래 분위기 그대로와 거기 있던 폐품들을 이용하고 네온피스와 비디오영상들을 설치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모시켜 놓은 것이다. 옛 수도원의 밀폐된 공간 같은 미로들이 지하의 낯설고 생경함을 더하는데, 감각적인 네온피스의 선명한 원색 빛이 그 침묵과 적요의 공간에 비춰지면서 서늘한 긴장 속에서 묘한 신비감마저 감돌게 한다. 바깥 세속세상과는 경계를 둔 금욕의 수행공간은 밖에서 전혀 짐작치 못했던 긴 미로로 몇 번을 꺾어지면서 크고 작은 공간들을 이어주는데, 네온피스 불빛과 공간이 어우러져 시각뿐 아니라 내적인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거친 벽돌들의 벽체와 파이프들과 쇠붙이 설비들이 그대로 노출된 공간에 현장감을 살려 설치된 작품들은 그 동안 소외된 공간이나 사람 사이, 시간의 단편과 연속성을 잇는 작업을 계속 해 온 권승찬의 작업 특성들에 잘 부합되어 보인다.

    영상 작품들은 이전에 진행한 이주민 라디오방송국프로그램들의 현장기록 영상들과 공공프로젝트 진행의 기록들, 작가의 개인사적 기록영상들이 모니터나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다. 도서관에서, 골목마을 공유공간에서, 음식점에서, 축제마당 공연현장에서 진행된 이주민라디오방송국 영상들 또한 낯선 삶의 만남과 그런 가운데 소외와 위로 등을 담은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셈이다. 각기 분리된 듯 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침묵의 공간들에서 이러저런 바깥세상의 영상들이 상영되고 있는 것도 독특한 느낌이다.

    지하공간의 한쪽에는 무수한 발상과 일상들을 기록해 둔 드로잉과 메모들이 빼곡하다. “지나친 소통은 자신의 무기가 될 수 없다. , 이해시킬 수 있을 뿐이다” “노동은 당신의 정신을 좀 먹는다” “일년 동안 쓰레기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전시한 후 무게를 달아 판다같은 메모나, 시민들에게 수집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짜들을 지구모양의 원구에 채워 제작한다거나, 엘리베이터 앞의 여러 중첩된 바퀴들을 회전시키는 설치물, 허공에 띄워진 긴 그물모양 원통형 구조물, 문자들을 띠로 이어 색색의 유선형으로 디자인한 것 등등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몇 가지로 작업의 큰 맥락은 유지하되 다양한 재료와 형식과 공간들에 실험적 작업을 계속해 온 권승찬의 폭넓은 작품활동과이번 전시를 시험 삼아 앞으로 문화공간으로 더 활용될 수도 있는 금단의 종교시설 지하공간 느낌을 직접 현장에서 접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1118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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