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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혼돈시국 관련 '전국미술인 시국선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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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12-27 17:05 조회3,2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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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우, <선무당의 미소>, 2016

    연말 혼돈시국 관련 전국미술인 시국선언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위해 형극의 길을 걷는 예술가. 춥고 배고픔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오직 하나 주어진 특권은 표현과 창작의 자유입니다.
    착한 예술가는 냉철한 직관으로 험악한 세태에 짓눌린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합니다. ‘양심 있는 예술가는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이 세상에 물음을 던지고 깊은 진실을 드러내야 할 의무를 다합니다. 한시대의 구조적인 모순을 까발리는 행동하는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목숨과도 바꿀만큼 소중합니다. ‘좋은 작품은 대중의 목소리와 감성을 표현하고, 증언과 예언을 통한 현실정서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사실적인 기록이 됩니다.”


    2016
    년 말미에 열리고 있는 전국미술인 시국선언전 병신년(丙申年) 꺼져!’ 전시기획 글의 일부이다. 지난 1220일부터 27일까지 광주민족미술인협회와 광주미술협회 공동주최 주관으로 중외공원 비엔날레전시관 1층에서 전국 미술인 83여명이 미술작품으로 외치는 시대현실에 대한 항거의 전시회이다. 총체적 혼돈에 빠진 국정농단의 현실에 분노한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그릇된 통치관과 비뚤어진 사욕들이 얽혀진 상상 이상의 황당한 권력남용들이 국회 국정조사특위와 특별검사 수사 등을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시의 울림이 크다. 시대의 혼돈기나 변혁기에 늘 창작의 혜안과 예술적 표현으로 비뚤어진 현실 모순에 대한 발언을 주저치 않았던 미술인들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기획한 이 전시회는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세상에 분노와 풍자를 전하고 있다.

    전시구성은 부조리한 현실과 정치·사회 문제, 국가 폭력, 불평등, 전쟁, 환경파괴 등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주제를 은유와 풍자, 패러디, 직접적인 표현방식의 평면회화와 일러스트, 조각, 설치, 사진, 현장기록영상 등으로 담아내었다. 이 가운데는 광장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 현장사진을 공개수집해서 함께 전시하고 있어 독특한 피켓과 깃발 등 행사현장을 살펴볼 수도 있다.


    강동호, <그네공주 해부도> 2016, 김용철, <코리안나이트>, 2016

    오래토록 현실주의 참여미술을 계속해 온 박철우는 목재조각들을 가시들처럼 얽어 침몰한 세월호를 만들고 그 깊숙한 곳에서 섬뜩하게 쏘아보고 있는 박근혜대통령 초상을 그려 넣어
    <선무당의 미소>라 이름 하였다. 강동호는 <그네공주 해부도>에서 그 특유의 도상모양들로 대통령의 머리와 왕관, 주사기, TV, 조정 당하는 로봇, 세월호, 촛불 등의 뉴스에서 오르내린 이미지들을 해체된 조립식 부품들처럼 늘어놓았다. 김용철은 <코리안 나이트>에서 파도가 굽이치는 민화풍의 일월도천수천안관음보살도형식을 차용하여 대통령의 몸체에 겹겹으로 최순실, 김기춘 등의 얼굴을 포개어 올리고, 양쪽 일월에는 정유라 승마와 최태민 목사 얼굴을, 화면 가득 흩날리는 지폐들을 묘사했다. 김화순은 <그들이 행복한 세상 길 위에 씨를 뿌리고>라는 제목의 화폭에 붉은 곤룡포를 입고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박근혜대통령을 욱일기와 일본군 복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된 일본 제국주의와 보수우파 정치인·집필진들이 떠받치고 있는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위에 올려 세워 놓았다.

    그런가 하면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허달용은 먹색으로 어두운 청와대 상공에 우주의 기운이 가득한 보름달을 띄워놓았고, 김규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의 분수대 주변의 광주시민 촛불집회 모습을 초생달 아래 묘사해 놓았다. 평소 가슴 깊은 곳에서 배어나는 잔잔한 서정을 짙푸른 채색으로 묘사하던 윤세영은 <별 것도 아닌 것이 너 때문에 피눈물>이라는 강렬한 분노를 담아내었다. 선홍빛 핏발이 선 눈동자와 눈자위에 가시나무 잔가지들을 첩첩으로 그려 올려 온 국민의 쌓여진 분노를 대변하였다. 인천민미협이 출품한 대형 천의 걸개그림 <레드카드-코리아>는 화면 중앙에 사라진 세월호 희생자들의 흰 실루엣들 위로 박대통령 부녀를 그리고 왼쪽에는 참교육 표식과 촛불집회, 소시민의 초상을, 오른쪽에는 바닥에 구멍이 뚫린 채 침몰하는 세월호와 희생자들, 울부짖는 유족과 진상규명 촉구시위 학생들의 모습을 흑백톤으로 배치하였다. 임남진도 이전에 발표한 적이 있는 <장막도>로 끝없는 탐욕과 욕망들이 올리는 제의장면과 세상풍경들이 4폭을 잇댄 대형화면에 묘사되어 있다.

    미술인들의 시국선언전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쳤던 2004년의 전시회를 비롯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단위로 종종 펼쳐진 예술적 저항의 현장이다. 이번 광주에서 치러진 시국선언전은 가을부터 계속 증폭되고 있는 국정농단의 황당한 현실 속 전국 곳곳 광장의 촛불집회와 궤를 같이 하는 긴급 기획전이다. 촛불민심과 미술인들의 염원들이 모아져 가려졌던 진상들이 명확히 밝혀지고 나라의 상하좌우 간에 신뢰가 회복되어 해를 넘기는 이 난국이 효과적으로 타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천민족미술인협회, <레드카드 대한민국>, 2014


    임남진, <장막>,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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