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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종의 흙장난 그림세상 개인전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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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3-30 15:35 조회3,5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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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종 <땅 2>(2016, 왼쪽), 골판지에 아크릴,흙 / <흙장난>(2015, 오른쪽), 종이에 먹, 짚, 흙

     

    박문종의 흙장난 그림세상 개인전 영산강

     

    "예전에는 바다나 다름없었는데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어 보도사도 못할 지경이다.
    ...
    물도 가는데 나라고 못갈소냐.
    흐르는 물만 따라가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바래다줄 것 같은
    심리적인 부추킴을 당했다고나 할까.."


    농투사니처럼 논고랑깨나 질퍽대고 다녔을법한 황토 흙물화가 박문종 작가가 광주신세계갤러리 개인전
    '영산강'(2017.3.23~4.4)에 붙여놓은 글줄 일부이다.

    무안뻘밭 가까이에서 나서 담양 수북의 논두렁들 끼고 산지 오래인 그가 이전보다 훨씬 재미지게 바지가랭이 걷어 부치고 놀아본 한지 위 흙장난연작들을 들고 나왔다. 전시제목은 영산강이지만 같은 제목의 대작 외에는 땅과 흙과 들과 사람이 주된 소재다. 최근 작업들에서 보아왔던 황토흙물과 먹을 함께 쓰면서 거친 붓이나 솔로 낙서하듯 훑듯이 그려낸 시골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다.

    대부분 흙이나 볏짚, 종이떡 같은 자연재료들을 그대로 두툼하게 올려 그림 표면이 이전보다 훨씬 투박하고 그만큼 요철도 크다. 거기다 흙장난으로 그림놀이 하듯 화선지나 오브제들을 꾹꾹 누르고 구멍을 뚫고 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면서 동시에 드러낸 풍경과 보이지 않는 배경을 함께 열어 그림이 담아내는 세상을 넓게 터놓은 작품들이 많다. <황토밭> <흙장난1> 경우는 하얀 화선지에 불그스름한 황토물을 적시어 밝고 화사한 인물모양을 큰 자로 그려 놓긴 했는데, 이 또한 종이를 구기거나 윤곽을 따라 구멍을 뚫는 등 일반적인 화면의 개념을 떠나 있다. 또한 <흙장난>이나 <2>처럼 거름기 시커멓게 삭은 논흙물이나 대지의 풋풋한 속살 같은 황토물과 찢어진 종이조각들과 볏짚이 뒤범벅되고 그걸 손가락과 대꼬챙이로 촘촘하게 쑤시거나 불구멍들을 내어 가면서 전답인지 몸뚱이인지 분별없이 꾸깃거리는 한지와 골판지를 무논삼아 한판 놀아본 작업들이다.


    박문종 '흙장난' 화면처리를 보여주는 작품의 일부 예

    <>도 비슷한 경우다. 크기도 덕석만큼이나 넓은데다 다른 작업에 비해 화지 바닥처리를 두텁게 한 그림을 갤러리 벽과 거리를 두어 천정에서 내려뜨려 놓았다. 흙색으로 화면 가득 채워 둥그런 원형을 그리고 바깥쪽은 흰 물감을 덧칠해서 배경을 만들어 주었다. 둥글게 짠 덕석 같기도 하고 논 가운데 방죽 같기도 하고 보는 사람의 추억이나 정서에 따라 연상되는 것은 다를 것이다. 큼직한 둥근 형태 안에는 구겨진 주름살들과 가느다란 선들이 모여 드러날 듯 말 듯 많은 얘기와 숨결들이 담긴 듯하고, 유심히 들여다보면 선묘로 알 듯 말 듯 사람얼굴의 이목구비가 숨은 그림처럼 들어있다.

    <인물> <> <3> 같은 소품은 형태가 비교적 또렷하게 유지된 작품들이다. 이 경우도 흙물과 먹을 농도를 맞춰가며 인물 흉상이나 머리 부분을 그리고 볏짚을 섞거나 구멍을 뚫어 표현방법의 변화를 시도한 흔적들을 보인다. 확실히 이번에 함께 내보인 2001년의 <모내기> 연작에 비하면 훨씬 수묵채색의 재료와 방법에 대한 독자적인 세계를 찾으면서도 자연소재나 그 자연 속 인간 삶의 체취를 보다 농밀하게 작업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박문종 <땅>(2016), 종이에 먹,흙1

    그런가 하면 전시작품 중에는 글자들이 기호처럼 그림 가득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전시제목이기도 한 <영산강>은 용면·월산면·봉산·용전·대치·고막원·학다리·일로·독천 등등 지역명칭 글자들이 기호처럼 단순화된 인물들과 줄을 지어 구불거리는 누런색의 영산강 줄기 따라 논두렁길 따라 길게 내려뜨려진 화지에 붓걸음으로 이어져 있다. <전라남도전라북도>는 같은 글자들로만 반복해서 빼곡하게 채워놨는데, 어린 시절 귀가 먹먹할 정도로 듣고 자랐다는 원통형 탈곡기(족답기)의 웅웅거리는 리듬감에 대입해서 웅얼거리던 말이라 한다. 옆으로 긴 화선지에 굵고 가늘고 짙고 옅고 흐름이 있게 흙물로 선들을 긋고 그 줄 사이마다 먹글씨를 그려놓아 마치 농요의 악보라도 적어놓은 것 같다.

    다른 작업들이 어쨌든 화선지 종이에 표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면, 신문지로 하얗게 바른 네모난 상자 위에 쇠스랑을 올려놓은 <>은 농군의 소도구를 직접 소품으로 가져다놓아 눈길을 끈다. 구부정한 늙은 농부의 등골이나 깡마른 팔 같기도 한 쇠스랑을 상자좌대에 올려놓고 이라고 이름 붙여 놓았다. 이전에 그는 2004년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나 2008년 주제전 복덕방프로젝트(대인시장)에서 볏짚과 홍어물건 모양의 소품들로 설치미술을 선보인 적이 있다. 상자를 덮은 흰 신문지는 녹슨 쇠스랑과 대비되어 시각적인 효과가 선명한데, 어떤 면에서는 시끌사끌한 세상사를 풍자하는 의미일수도 있고, 굽은 소나무 고향 지키듯 이 땅과 삶의 뿌리이기도 한 농투사니의 초상과도 같은 상징성을 부여할 수 도 있다.


    박문종 <손>(2017), 종이상자 위에 쇠스랑

    이번 흙장난이라고 한 그림들은 그가 살아오면서 벗 삼았던 상괭이·짱뚱어·꼴뚜기·미꾸라지·들풀·잡초·벼 등등이 한데 어우러진 세상 풍경들이다. 도회지 일상 중에 잠시 물기 촉촉하고 흙냄새 물씬 올라오는 시골 들녘의 논밭길을 밟고 있는 기분이다. 모니터로 보여주는 자료화면의 작가 말하는 투나 얼굴표정도 우직스럽고 투박한 시골농부의 걸진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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