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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끌어내는 회화 - 이인성 '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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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11-14 14:57 조회5,4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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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성. <장님과 징검다리 2> <균형잡기>, 2015. 117x91cm. 캔버스에아크릴



    생각을 끌어내는 회화-이인성

     

    광주롯데갤러리 창작지원전 3

    이인성 개인전 ()’
    2015.11.12-12.01
    광주 롯데갤러리
     

    회화 본연의 순수성은 미술이 의미 그대로 미술이기에 수반할 수 있는 표현의 힘과 결부된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표현력은 단순히 재현(再現)의 범주가 아닌 응축된 내면을 가시화하는 과정, 더불어 이러한 주관의 표출이 보편적인 정서로 치환되는 그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이와 관련하여 작품 안에서의 표현의 성질이 직설적인지, 혹은 우회적인지의 여부는 외려 감상자의 사유의 폭에 따라 다르게 결론지어 진다. 대부분은 미술작품에서 그 작업의 의도보다는 정해진 답을 찾고 싶어 한다. , 과정보다 즉각적으로 해석되는 뜻과 결론에 집중하는 태도는, 때로 작업의 주체를 친절한 작가와 불친절한 작가로 분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인성 작가의 최근 작업 성향은 그러한 친절함과 불친절함 사이 즈음이다. 이인성은 그 동안의 작업에서 현대인의 시대적 상실감과 공허함을 이야기했다. ‘인간소외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천착하며, 경험에 바탕을 둔 실재적인 프레임을 구축해 왔는데, 회화성 짙은 붓터치와 암울한 색감이 특징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혼란 속의 일상>, <Agit> 시리즈 등의 초기 작업에서 읽혀지는 화자의 관점은 주정적(主情的)이었으며, 작가는 어떠한 구체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주안점을 두었다. 또한, 화려한 도시 곳곳에 자리한 인물들은 섬세한 표정묘사가 배제된 채 흐리게 표현되었고, 그 개개인의 모호함과 익명성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불안 심리와 허무함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인성의 기존 방식은 개인적 사건을 전제로 한 것으로, 극명한 감정 전달이 목적이었다. 어찌 보면 특정한 내러티브를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서사성은 2013년 개인전 <Hisdy>를 거치며 희석되는 경향을 보인다. 무채색 위주의 색조와 단순화된 터치, 그리고 종전 보다 상징성이 배가된 화면 연출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색의 여지를 남겼다.

    작가의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다. 불교적 용어로 실존하는 주체가 없음을 의미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비어있음과 허무는 표피적인 개념으로서의 단순한 상실감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주체가 현실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열린 시선에서 교감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동화나 연극, 소설 등의 허구적 장르에서나 쓰일 법한 상징과 은유를 매개 삼아, 작가가 느낀 현재를 재구성하고 현실과 꿈 사이를 부유하는 우리의 내면세계를 우의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장님과 징검다리>, <신기루>, <보물찾기>, <> 등에서 보여지는 초현실적 공간은 일종의 판타지이자 실재하는 삶을 역설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보는 주체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그 판타지는 담담한 현재가 되기도 하고, 생의 신경증적인 강박이 되기도 한다. 비틀거린 채, 암청색 허공과 물 위를 건너고 있는 인물은 그 형체가 위태롭게 흘러내린다. 차가운 공기 안에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는 징검다리 위의 사람, 상하로 구획된 공간 위로 대치하는 두 인물의 긴장감, 불면의 밤을 보내는 듯한 우리의 무의식 속 자아는 비상을 꿈꾸는가 하면, 저 멀리 창공을 응시하는 인물, 혹은 심연의 하늘을 마주한 인물의 모습 등에서 다채로운 생의 현존(現存)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금번 전시작에서 눈에 띄는 오렌지색 공은 현실과 가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두고 작가는 일종의 추상적 이미지로 우리가 삶 안에서 추구하는 어떤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오렌지색 공은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염두에 둔 허구적 공간에 자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이상, 생의 찰나, 혹은 현재를 환기하거나 투영하게 한다. 부연하자면, 작가는 확연하게 설명될 수 있는 감정들로 교감하고자 했던 기존의 성향과 달리, 감상자에게 열린 해석을 요구한다. 중요한 쟁점은 사유의 주체이다. 작가가 작품 안에서 의미를 규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가 생각의 주체가 되는 그림, 그러한 작업 세계를 이인성은 지향한다. 결국에는 오렌지색의 선명한 색을 띠는 그 특유의 기호가 소통의 장치이자 주체를 치환시키는 장치가 되고 있다.

    물론, 창작행위에서 열린 해석의 관점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다르게 보면 그러한 태도나 화법이 창작자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지우는 것만큼, 이인성 작가가 조명하는 사회와 인간의 삶이 나름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길은 작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숙제가 될 것이다.

    끝으로, 작가의 이번 시도가 각각의 삶을 투영하고 보다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나아가 작품 안에서 정답이 아닌 과정형의 삶을 반추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고 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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