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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화세상 - 마c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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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10-02 16:42 조회4,7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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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 ‘화양연화

      

    나의 작업 중 레드그라픽이 적나라한 세상 까발림이라면 
     화이트버전은 레드의 반대로서
     적나라하지만 보이지 않은 내면의 상처처럼
     세상의 보이지 않은 치부들을 백색화면에 백색바느질로
     모노그램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단색화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것은 그려지는 게 아니라
     깁고 바느질하고 만들어지는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손바느질 작업으로 세상얘기를 포장천에 기워내는 마c(마문호)의 12번째 개인전이 광주 장동교차로 옆 쿤스트라운지 지하의 슐츠&융 갤러리에서 10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3년 전 ‘무늬'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서 가졌던 때와는 대조적인 전시다.

    그야말로 동시다발로 넘쳐나는 세상사 풍경들이 마c 손에 걸려든 제복·원피스·속옷들의 코스튬과, 레드시리즈·화이트시리즈 손바느질의 넓은 비닐포장천 드로잉과, 옷가지와 캔버스 작업의 병치, 시끌사끌한 비디오영상 소리로 가득하다. 비닐포장천에 평면 단색조 바느질 작업들이 갤러리 흰벽 배경에 맞춰 프레임 작업처럼 디피됐던 2013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냥 토악질을 해대듯 거의 빼곡하게 엮고, 매달고, 쌓아 놨다.

    물론 평면 바느질 드로잉작업이 일부 재등장 하고는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제도와 권위·욕망을 담은 남성제복과 그와는 대조되는 여리고 순수함의 상징인 듯 살랑이는 스커트나 원피스, 하얀 속살 같은 드레스나 소녀 의상 등의 여성복 등을 빌어 각색한 코스튬으로 세상사를 비틀거나, 근래 몇 년간 대인시장에서, 도회지 길거리에서, 베를린 낯선 땅에서 기이한 복장으로 나대고 다닌 코스튬작업과 야술무당놀이-'예술무당프로젝트' 행적의 기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입구 공사판용 19금 안내표지를 시작으로 코스튬과 포장천 시리즈작업들이 켜켜이 레이어를 이루며 작품제목처럼 ‘덤불’ 속을 더듬듯 이미지와 텍스트를 읽어나가야 한다. 전시공간을 커튼처럼 나누고 가리고 중첩시켜낸 비닐포장천 바느질드로잉 연작은 이전에도 소개된 적이 있던 것이다. 만화방창 명멸하는 세상풍정들인데, 사람과 초목과 애완견 등이 만들어가는 소소한 일상이거나 당장의 삶들에 치어 사는 하루살이 인생사, 억압된 욕구의 자위, 웹툰 장면으로 묘사된 지구 어디선가 시시때때로 일상 뉴스로 흐르는 전쟁·테러·살상의 공포 등이 어지럼증 나게 혹은 무덤덤하게 그의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포장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포장천은 콜라쥬 형식으로 여러 색과 무늬의 포장천 조각들을 기워 삶의 이러저런 단상들을 엮어 놓기도 했다.

    너풀거리는 비닐포장천의 드로잉과는 달리 캔버스 바느질드로잉과 화려한 꽃무늬를 자수로 놓은 옷가지를 쌍으로 나란히 구성한 경우도 있다. 그 작은 캔버스 공간 가득한 세상만사 붉은 실 바느질그림은 질퍽이며 달아오른 에너지의 발산으로 다오다천 꽃무늬이불보 패널과 짝을 이뤄 뜨겁거나, 역시 꽃무늬 이쁘게 수놓아진 저고리 옆 패널에는 얼굴 없는 예수가 세상이라는 십자가에 못 박혀 있기도 하다.

    쌈박한 조화로나마 꽃단장한 갖가지 제복들이 낚시에 걸린 물고기들처럼 꾀어져 어린 소녀의 하얀 원피스 아래로 늘어져 있거나, 시장 아짐들의 꽃무늬 원피스들이 무리를 이루어 엮어지기도 하고, 순결한 여학생의 하얀 드레스에는 구명조끼가 입혀져 있기도 하다.

    전시장 안쪽 후미진 구석의 속 것과 인형과 꽃들이 범벅이 된 파라솔 그들 뒤 낡은 텔레비전 모니터에서는 그의 ‘바꾸네 바꾸네 바꾸네’ 예술무당프로젝트 영상이 메가폰 소리를 쏟아낸다. 묵언수행처럼 홀로 수년에 걸쳐 한 땀 한 땀 이어나가는 끝 모를 바느질 작업과는 대조적으로 세상으로 나와서는 기인 같은 복장과 무당놀이 행위굿과 메가폰으로 질러대는 동어반복 발언들로 전혀 상반된 '야술'행위를 벌이고 다녔던 영상기록이다. 낡을 대로 낡은 구형 텔레비전의 지직 거리는 영상은 장소나 현장감을 알아보기 어려울정도지만 그 공간들마다의 현장음과 "바꾸네 바꾸네 바꾸네" 메가폰 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마c가 울긋불긋 색동옷에 헬멧을 뒤집어쓰고 저잣거리와 시장통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외쳐대는 야술무당놀이 해원굿은 무엇인가.

    억압, 제도, 섹슈얼리티, 리얼리티, 무찌르자 공산당, 터전을 불태우라, 우리의 소원은 똥일, 19금, 반공, 바꾸네 바꾸네, 금기, 금지..

    기를 쓰고 세상 덤불 속을 헤쳐 가는 이 시대의 발버둥인가, 야술무당을 뒤집어쓴 한판 세상비틀기 놀이인가. 전시 보러가기 전이나 마찬가지로 길게 그의 작업을 지켜볼 일이다.


    나의 작품 중 레드그라피 시리즈 열두 점을 모아봤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한 점이 빠져있다.
     2010년부터 일 년에 한두 점씩 컨셉에 맞추어 해온지라
     붉은색시리즈 맞추기가 힘들었다.
     내용과 소품으로 집중을 요하는 작품으로
     이 시리즈는 올겨울까지 마치려고 하는데
     중간에 한 점씩 컬렉션하는 고객들 때문에
     원래 계획인 스무 점 맞추기가 힘들다.
     아무쪼록 올겨울까지 20점을 맞추어서
     내년에는 레드그라피라는 켄셉으로 전시를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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