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례 두번째 개인전 - 'Lost & Found'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9-18 19:42 조회4,28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잃어버림...찾음’- 김광례 개인전 두번째 개인전 'Lost & Found' 2017. 09.14 - 09.20광주 예술의거리 갤러리봄 ‘자기(self)’의 종을 울리기 위한 개성화(individuation)의 과정 김광례 작가의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Lost & Found>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시되는 작품에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다들 알다시피 lost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는 뜻을 지닌 lose란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잃어버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고 ‘무엇인가를 찾는다, 발견한다’는 의미를 가진 동사 find에서 나온 found는 ‘찾은, 발견된’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일단 제목만 본다면 이번 작업은 잃어버린 어떤 것과 찾은 또는 발견된 어떤 것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작업에서 잃어버리고 찾은 것은 과연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라고. 물론 이와 같은 질문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것만 찾아보면 끝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이제 그의 작업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관객들이 전시장에 들어선다면 가장 먼저 폭 약 1미터의 삼베로 짠 것 같은 천 몇 개가 위에서 아래로 늘어트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지나면 한지를 이용해서 만든 살짝 구부러진 원뿔형의 조형물 네 개가 높이를 달리해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일 것인데, 이것들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가운데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다. 이것들 가운데의 가장 안쪽에는 마지막으로 작은 종들이 자신을 한 번 쳐보라는 듯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Lost & Found>는 가장 바깥쪽의 천과 그 다음에 있는 원뿔 모양의 구조물, 그리고 그 구조물에 둘러싸인 채 안쪽에 위치한 종들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으로서 관람 시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더하여 전시 타이틀과 동명의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과연 이것들과 전시 타이틀인 <Lost & Found>는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일까?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아마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필자는 간단하게나마 김광례 작가의 이전의 작품들을 참고해서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한 작가의 작품이 아무리 급변하더라도 그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그 작가만의 고유한 기질 같은 것이 들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의 <그대 이제 잘 가라>라는 작품을 보자. 이 작품은 5미터가 넘는 목선(木船)에 수백 개의 인간 두개골과 다른 뼈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배의 앞과 뒤를 삼베 천 같은 것으로 바닥에서 살짝 띠워 놓음으로써 부유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죽음과 관련된 작품이라고 생각할 작품이다. 두개골, 뼈는 전통적으로 미술에서 죽음과 덧없음을 나타내는 소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삼베 천은 우리나라에서 수의(壽衣)로 사용되고 있으며, 배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억하고 기억하라>라는 작품에서는 수많은 뼈를 이용해서 만든 총기와 킬링필드 희생자 700여명의 사진들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제작하기 위해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현장까지 다녀온 작가는 이들 작품 속에서 세상에서 자행되는 온갖 부조리한 죽음들을 애도할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슬픔에 대한 환기와 이를 통한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김광례 작가가 이와 같은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에는 그의 개인적인 성장환경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혈육들과의 사별을 겪었다. 자연재해, 예기치 못한 사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곁을 떠난 가족들을 지켜보며 작가가 느꼈을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쉬이 짐작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죽음들 역시 계속해서 그 상처를 덧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역으로 그만큼 더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강해질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은 그것들을 극복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우리의 본래 작품인 <Lost & Found>로 되돌아 가보자. 필자는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심리적인 상태와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작가 개인의 시각에서만 파악될 수 있는 모습들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작가의 개인적인 내면세계를 파악할만한 유용한 하나의 도구로서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과 그의 학파의 견해를 빌려보고자 한다. 융과 그의 학파에서 주장하는 것들 중 김광례 작가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개성화(individuation)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마음의 성장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이 우리가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융의 제자인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 1915-1998)는 소나무의 예를 들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나무의 씨앗은 소나무의 잠재적인 형태로서 소나무의 미래를 온전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개개의 씨앗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미래의 모양이 달라진다. 즉 씨앗 속에 잠재되어 있는 소나무의 전체성은 현실의 상황에 반응하면서 자신을 실재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하게 인간은 자신의 마음의 중심에 ‘자기(self)’라고 부를 수 있는 그 개인에게 고유한 본질적인 것이 있으며 이와 같은 ‘고유성(uniqueness)’의 실현이 개성화 과정의 목표라고 프란츠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이 개성화의 과정을 완성시킬 때, 즉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함께 하고 보완함으로써 완전해지는 상태를 향할 때, 인간으로서 하나의 전체적인 존재가 되고 안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개성화라는 마음의 성장과정은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의식을 무의식에 맡기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에 프란츠는 바위의 방해를 받아 성장이 더디게 되도 초조해하지도 않고 순응하며 사는 소나무처럼, 우리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지배하는 무의식의 강력한 힘에 몸을 맡기고 자기에게 고유한 것을 발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광례 작가의 작업 역시 필자가 보기에, 작가는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자기’가 의식(意識)을 행하는 ‘자아(ego)’에게 던지는 쉼 없는 메시지와 관계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겪었던 상실의 아픔은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며 오랜 시간 동안 느꼈을 공허함과 무기력함은 의욕도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츠가 말하듯이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비워진 에너지를 축적해야만 하는 무의식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작가는 8개월여의 작업 끝에 <그대 이제 잘 가라>라는 작품을 완성시켰다. 일반적으로 물은 무의식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물을 연상시키는 배가 죽음을 가득 채운 채 떠있다. 여기서 배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의식의 깊은 바다에 빠져서 수장되지 않으려는 작가의 마음속에 있는 ‘자기’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제 또 한 번의 과정을 향해서 작가는 나아간다. <Lost & Found>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삼베 천을 통과하면 한지로 만들어진 4개의 원뿔형 조형물이 은은하게 빛을 비추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이 조형물은 최근에 곁을 떠난 작가의 어머니 뱃속을 형상화한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듯이 여성에게 ‘자기’는 대지의 여신과 같은 여성상으로 화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4는 외적 조건에 오염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마음의 중심핵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은 4개의 조형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무의식이 죽음의 트라우마를 넘어서 가장 심오한 내적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를 상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4개의 조형물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는 종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종은 무엇인가에 대한 어떤 깨달음, 또는 스스로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서 종은 진정한 자신의 본래 모습에 대한 앎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작품에는 바람소리, 시냇물소리, 그리고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1989- )의 <Lost & Found>라는 잔잔한 소울음악이 작품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이다. <Lost & Found>를 작가가 듣자마자 깊이 공감하여 작업의 타이틀로 삼은 것도, 자연의 소리를 선택한 것도 필자는 빈 것을 채우고자 하는 무의식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이렇게 볼 경우, <Lost & Found>는 작가가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자기’를 찾아내고자 하는 무의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의 목소리가 시키는 개성화의 실현을 통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상태인 전체적인 존재로서 영혼의 안정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필자는 그가 자신의 종을 울리기 위한 힘찬 도약을 하리라 기대하는 바이다. - 김병헌 (미학미술사학 박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