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인 43번째 삶 속의 '화'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12-03 18:23 조회3,25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선후인 43번째 삶속의 ‘화’ 이야기 어느덧 창립 28주년, 43번째 발표전 그 사이 처음 이 모임을 창립할 당시의 제 나이를 가진 자녀를 두게도 되었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전공 동문들 모임인 [선·후·인]의 마흔 세 번째 발표전이 하정웅미술관 초대전으로 11월 24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89년 2월 첫 창립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오히려 어떤 해는 두세 번씩의 전시회를 소화해 가며 30여년 가까이 초심을 이어왔다. 이번 주제는 ‘화’이다. 불 火, 꽃 花, 재앙 禍, 소통 和, 말 話, 그림 畵 등등의 여러 복합적 의미를 지닌 다중어이다. 벌써 지천명을 넘나드는 나이들이니 세상살이 중에, 또는 세상과 자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삭히고 쌓아온 얘기들도 많을 터이다. 싱그럽던 20대 청춘들에서 이제 웬만큼 세상의 깊이를 감싸 안고 다독이며 살내 나게 살아온 중년의 전시회이니 삶과 자신에 대한 얘기를 각자의 ‘화’에 관한 얘기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미술관의 1층 세 개 전시실의 각기 다른 특성에 따라 아홉 작가들이 서로 공간을 나누어 작품을 설치하였다. 저마다 ‘화’에 대한 생각들을 각자의 작업과 삶과 생각들 속에서 풀어내어 주제작업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김수옥은 쪽빛 염색에서 얻어낸 푸른 물결의 천들을 몇 겹으로 늘어뜨려 정토와 연화장(蓮華藏) 세계로 흘러가는 <華-푸른 바다의 전설>을 꾸몄다. 불가의 가르침에서 세상 존재들 간의 서로 서로 연기관계가 연화장으로 이어지고 흩어지고 모아지기를 거듭하며 해인을 이루고 그 시간의 출렁임 속에 포말을 이루었다 스러지는 수없는 날들의 기록을 하얀 텐셀 천 염색으로 펼쳐놓았다. 그 들고 나는 하얀 포말과 천지간의 푸른 물결이 한 방 가득 채워졌다면 더 고요한 몰입으로 유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윤윤덕은 작가로서 사유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흔들림과 스스로의 다잡기를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설치로 옮겨내었다. 안으로부터 일렁이는 불같은 에너지를 “눈부시고도 치열하게 불꽃 튀는 삶의 광장을 향해” 태워 올리며 작업과 삶의 궤적을 그려내었다. 마그마처럼 들끓는 불덩이와 쉼 없이 출렁이는 삶의 파고가 만들어내는 선들의 흐름, 부딪히고 섞이며 다른 듯 연결 된 듯 자기 안에 존재하는 홍과 청의 에너지들을 길다랗게 늘어뜨린 천과 양쪽 네모진 화폭에 담아내고 부유하듯 피어나는 하얀 꽃송이들을 포말처럼 흩어놓았다. 내면으로 연결된 늘어뜨린 천은 세상 바닥 그득하게 펼쳐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미경의 <火- 무념무상, 무아의 세계>는 정작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번뇌와 감정과 자의식들의 내면 초상이다. “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마음자리가 일렁이는” 이 감정의 기복과 부침들 속에서 그 안에 끊임없이 어른거리는 세상사들을 혼자만의 방 안에 연출해 놓았다. 잿빛 하늘 스산한 풍경과 도도히 흐르는 물굽이 옆 위태로운 절벽길로 제각기 화의 덩어리인 봇짐들을 등에 지고 지쳐 쓰러지거나 잠시 멈춰서며 줄지어 일렬 행로를 걷고 있는 당나귀떼들의 설치물로 세상살이 풍경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메시지가 담긴 볼을 천으로 된 관에 통과시키며 화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암벽 같은 세상을 기어오르거나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작업이라는 노를 쉼 없이 저어야 하는 작가의 삶을 다른 쪽 벽에 연출해 놓은 것도 세상을 헤쳐 나가는 중에 수시로 일어나는 내면의 상념들에 다름 아닐 것이다. 숱한 얘기들을 시각언어로 드러내는 만큼 효과적인 집약과 함축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미경은 사람 사이 각자의 시선과 관계와 소통에 대해 의자를 상징물로 삼아 화합(和)을 향한 <관조하다> 메시지를 던진다. 비어 있는 의자로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 자신 의자가 되기도 하고 그 의자가 자신이 되기도 하는 ‘내안의 응시, 관조’의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기다리고 바라보는 그 시간들을 단순 채색 화폭에 각기 다른 위치 다른 모습으로 배치한 의자들을 통해 펼쳐 놓았다. 세상의 많은 얘기들을 빈 의자로 대변해내는 만큼 의자가 갖는 상징성을 더 말끔하게 집약된 의자묘사로 압축하고 배경을 이루는 바탕색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탁색을 걷어내면 더 좋았겠다. 명미희는 꽃처럼 스러져 간 소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넋 그림으로 <화(花)양연화(華)>를 그렸다. 한복저고리 같기도 한 불규칙한 판자와 나이테가 드러나는 목판에 그리움처럼 번져나는 꽃들과 고향 향한 새떼들을 그리고 드문드문 하얀 고무신을 혼백처럼 들여놓았다. ‘할머니들의 목소리로 전달된 참상… 곧 닥칠 감당할 수 없는 참혹한 삶의 고통 속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했을 기억의 대변이자 위로여서인지 설정한 주제의식에 비하면 그림조각들은 그냥 담담할 뿐이다. 김정희의 <기억-표현>도 사람사이의 소소한 기억들에 관한 편린 같은 그림들이다. 크고 작은 여러 화폭들과 도마·빨래판에는 허리띠, 자물쇠, 비누상자 같은 오브제들까지 곁들여 설레임·마음향기·용납·분노·발산·기대 등의 심적 작용들과 함께 밥한그릇·어머니·그리스도로 그려지는 구체적인 마음속 얘기들이 떠올려진다. “갈망하는 것이 자신 안의 상처 입은 마음과 화해하는 꽃을 피우는 것이지 않을까”라며 ‘주어진 것에 작은 감사와 기쁨’을 담아낸 소소한 마음일기 같은 것이다. 이영민의 <뜰>은 마음 안에 피어나는 맑은 꽃송이들이다. “뜰은 쉼이고, 매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기록하기도 하고 돌아보기도 하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작가 내면의 삶에 대한 담담한 관조와 감사, 자기성찰들이 원형의 화폭들에 엷은 안료와 때론 금속그물망조각의 오브제까지 이용하며 한 땀 한 땀 엮어져 있다. 생각을 비운 듯한 그림세계들이 점점이 서로 가까이 또는 조금 거리를 두고 붙여 선 구성은 그와 사람들의 세상살이 한 단면으로 보인다. 김은아는 화폭 속에 큼직하게 담아낸 꽃송이들을 <일상의 조각들>로 묘사하면서 일상 속 주인공인 자신과 주변을 들여다본다. 그가 사회생활 속에서 들여다 본 수많은 삶의 무늬들, “그곳에는 많은 색깔과 간격과 틈이 있었는데, 결코 가시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터무니없이 넓지 않으며 뜻하면 메울만한”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꽃은 아쉽고 아련한 시공의 상징’이면서 서로 하나로 조합되거나 각각의 단면들로 분절되기도 하는 세상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욕심 부리지 않은 화면구성이지만 굵은 붓질이나 색감에서 수필처럼 맑게 올려져도 좋을 것 같다. 박수옥도 “수행자가 깨들음을 얻기 위해 진리를 찾듯… 나의 무대에 가치를 더하며 붓끝에서 만개한 꽃을 피우게 할 것이다”는 스스로의 마음자리를 <도화유람>으로 그려내었다. 세 폭을 이어붙인 화면에는 회백색 바탕에 연푸른 풀잎들이 무리를 이루고 안개 속처럼 은근한 공간 속에는 나비떼들이 노닐고 있다. 채색 초충도를 연상시키는 그의 화폭에는 드러나고 은연 중 시공에 잠긴 듯한 여러 생명존재들의 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 화이트가 많이 섞인 채색은 담담한 듯 차분하면서 생기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작업도 삶도 나이들도 다르지만 서로를 북돋우며 가끔은 들고나는 경우도 있으면서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는 세월이 삼십여년이다. 그 꾸준함으로 서로의 회화세계를 존중하며 독자적인 작업들을 모색해가고 있다는 점, 전시기회와 여건에 따라 소소하게 꾸미기도 하고, 이번처럼 의욕을 내보기도 하면서 결코 타성에 빠지지 않게 모임을 가꾸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선·후·인’의 활동은 오래토록 관심과 기대를 받을 만하다. * 전시를 시작하는 날, 박경화의 퍼포먼스도 선후인의 ‘화’ 주제전시에 흥미와 다채로움을 더해주었다. 김수옥 <푸른 바다의 전설>. 2017. 천에 쪽염색윤윤덕 <너의 마음 깊은 곳에>, 2017, 혼합재한미경 <화-무념무상무아의 세계>, 2017, 혼합재이미경 <관조하다>, 2017, 혼합재, 100x242cm명미희 <화양연화>, 2017, 혼합재김정희 <기억-표현>, 2017이영민 <뜰>, 2017, 혼합재김은아 <일상의 조각들>, 2017박수옥 <도화유람>,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20x240cm박경화 퍼포먼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