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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세상-상상의 매개; 2016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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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9-08 20:00 조회3,7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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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세상-상상의 매개; 2016광주비엔날레



    올해로 열한 번째인 광주비엔날레가 엊그제 개막해 초반을 시작하고 있다. ‘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제목을 걸고 92일부터 116일까지 66일 동안 진행된다.

    이번 전시제목인
    8기후대는 모호한 또 다른 세계나 지대를 지칭하는 듯해서 상상의 촉수를 곧추 세워야 할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뭔가 흐트러지고 잃어버린 본질가치를 새삼 환기시키는 듯한 명제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마리아 린드(스웨덴 스톡홀름 텐스타쿤스트홀 관장) 예술감독이 의도하는 제목의 의미는 예술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시대변화를 탐지하고 창조적 상상력으로 미지의 세계를 예측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예술 본래 역할에 대한 탐구와 실천·매개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는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


    전시의 규모로 보면 37개국에서 101작가(, 120)가 참여해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5개 전시실을 중심으로 바깥에 설치된 작품들과, 광주시내 공공기관과 사립미술관 등 9개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참여하는 작가들의 숫자나 활동배경이나, 이번 비엔날레 전시공간으로 분산 배치된 장소의 범주로 보면 상당히 넓게 펼쳐진 상태이다. 전시에서 다루는 개념적인 영역들 또한 특정 주제에 집중하기보다 이즈음에 화두가 되고 있는 세상의 주요 이슈들을 다각적인 채널과 형식으로 엮으면서 제8기후대로서 불확실한 세계, 모호한 듯한 출구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의 키워드와 공간연출의 특징

    11회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키워드는 7가지로 제시된다. ‘땅 위와 땅 밑(땅과 천연자원으로 대변 되는 지구 생태계와 이에 대한 문화인류학·사회정치학적 고찰), ‘노동의 관점에서’(변화하는 작업조건이 일상의 삶과 기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과 작가적 개입) ‘분자와 우주 사이’(거대우주를 움직이는 분자의 역할과 기능), ‘새로운 주체성들’(사회 주류문화에 도전하는 타자적 존재와 주체성에 대한 근본적 조명), ‘반항에 대해’(사회의 수직적 구조에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유영방식), ‘불투명할 권리(동시대미술에서 보여지는 형식적, 경제·사회적 역량들이 추상화되는 경향에 대한 예술적 전략), ‘이미지의 사람들’(이미지 범람시대, 새로운 권력의 도구가 된 이미지의 의미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이다.


    대체로 생태
    , 노동, 주체성, 저항, 우주, 비가시성 등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작품도 현실발언, 풍자와 비유, 저항, 역사 환기, 유목적 삶, 생태, 상상 또는 가상세계를 다룬 몇 가지의 유형들로 묶여진다. 다루는 매체나 표현의 형식이야 평면, 설치, 영상, 현장프로젝트 등으로 다양하지만 형식과 내용은 깊은 상관성을 맺고 장소와 공간의 특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의 형식에서도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전시공간의 연출이다. 대부분 파티션의 구성 없이 전시실을 넓게 터놓은 상태에서 각 작품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도록 배치되어 있다. 골목길 같은 높은 파티션의 부스벽들 사이로 동선을 찾아 옮겨 다니던 이전에 비하면 훨씬 개방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개별작품과 주변과 전시실 전체를 열린상태로 관람할 수 있는 구조이다. 관계와 매개를 중시하는 이번 비엔날레 전시기획 의도를 공간디자인에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 시대 갖가지의 활동과 현상,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상풍경을 만화경처럼 펼쳐놓은 1전시실, 암막과 검은 카펫으로 만들어진 어두운 공간에 제각기의 영상언어와 사운드로 메시지들을 담아놓은 2전시실, 독립된 작품들이 일정 구역별로 배치되면서 7개의 키워드가 혼재되어 있는 3전시실, 불확실성과 추상성에 대한 가상과 상상의 이미지들로 넓고 밝게 트인 4전시실, 스크린영상과 관객 참여장치들로 대미를 장식하는 5전시실들이 연결된다.


    대부분의 전시공간은 관람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규모나 강렬한 시지각의 자극보다는 작품들 서로 간에
    , 또는 관람객과 작품 사이에 잔잔한 교감과 매개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도 이전의 스펙터클한 전시예들과 달라진 점이다.






    예술의 관계와 매개역할 대상 범위 확대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공간들은 각각의 장소성에 부합하는 작가와 작품을 배치해서 전시의 공간과 형식과 내용들을 색다르게 연출하였다. 이전에도 중외공원 밖 도시의 일상공간이나 폐공간에 전시를 분산 배치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나 장소의 성격으로 보면 훨씬 더 접점이 넓혀진 상태다.

    이는 올해 연초부터 진행한 전시연계 또는 지역연계프로그램들까지 더해져서 물리적인 전시공간과 더불어 도시의 역사
    , 지역사회, 시민의 일상에까지 2016광주비엔날레의 연계망을 확대한 것이다. 먼저 전시공간 만 봐도 비엔날레전시관과 중외공원 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일곡동 한새봉두레, 두암2동 누리봄커뮤니티센터,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등 통상적인 실내 전시실만이 아닌 도시 속의 녹지공간, 주민공동체 공간까지 고루 펼쳐지고 있다.


    주제전과 더불어 동반전시들도 골고루 연결된다
    . 광주미술협회가 기획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광주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한 광주 청년작가 포트폴리오리뷰전’, 공모를 통해 선정된 광주 전남지역 미술공간들의 기념전들(주문화예술회관, 광주롯데갤러리, 은암미술관, 국윤미술관, 한희원미술관, 카가갤러리연대, 담빛예술창고, 대담미술관, 프로젝트, 행촌미술관)까지 치면 꽤나 넓게 벌여져 있다.


    특히
    92일부터 4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된 개막포럼은 이번 비엔날레가 예술의 관계와 매개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행사로서 보여주면서 그 성격과 참여자, 구성내용에서 많은 부분 새로운 시도였다. 전시의 준비기간 중에 네트워킹을 계속 추진하여 국내외 중소형 문화공간이나 시각예술관련 기관·단체들 100여개소가 ‘2016광주비엔날레 펠로우로 연결되었고, 이들 가운데 50여 개소 관계자들이 개막에 맞춰 광주비엔날레 현장에 모였다. ‘크고 작은 모두의 힘으로라는 포럼제목 아래 예술생태학의 현주소와 현대미술의 가치, 지속성, 스케일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 무등산 등산과 비엔날레 외부 사이트 탐방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비엔날레의 계속되는 과제이기도 한 국제성과 지역성,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잡는 접점을 현장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풀어본 셈이다.





    지역·시민과 함께 진행하는 과정 중심의 비엔날레

    지역연계 또는 지역성의 재고는 단지 개최지로서 광주라는 한정된 구역에만 머물 일은 아니다. 세계를 이루는 무수한 지역단위들이 있고, 그 작은 활동들이 연결되어 국제성이나 큰 세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차적으로 행사가 펼쳐지는 개최지의 물리적, 인적 공간들을 연결하고 협업하고 무대를 그 속으로 옮겨내는 작업들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대폭 확대되었다. 그동안 후발주자이자 열악한 문화인프라를 만회코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국제적 위상과 연계활동이 어느 정도 상위권의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지역연계에 좀 더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 이번 행사에서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단의 이런 기본방향과 과제를 소화시켜낼 만한 기획자를 찾았고, 마리아 린드 감독이 그동안의 관련활동을 토대로 이를 다각적인 방식으로 실현해 내었다.


    그런 의도를 시민들과 더불어 실천해가는 지역연계프로그램으로
    월례회를 진행하였다. 지역협력큐레이터 역할을 맡은 대인예술시장 미테우그로 공간을 거점 삼아 예술서가’, ‘작가스크리닝’, ‘작품포커스’, ‘독서모임등이 매월 이루어졌다. 아울러 광주걷기프로그램으로 양림동, 월산동, 동명동, 도심 오월사적지, 계림동 등 광주의 역사와 삶의 현장을 시민과 작가들이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골목골목 탐방하고 다녔다.


    비엔날레와 함께 차를에는 예술감독과 큐레이터가 주변 상인, 지역주민, 미술교사 등과 자유로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여 비엔날레나 문화에 대해 서로 얘기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광주와 서울의 대학을 찾아다니며 비엔날레와 현대 미술문화 관련한 강연, 세미나를 하고 다닌 인프라스쿨도 제11회 광주비엔날레의 파장을 널리 미치는 활동들이 되었다. 월례회는 행사기간 중에도 계속되어 910월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많은 작가들이 지역공동체나 특정지역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협업형태로 작업을 진행하여 도시 곳곳이 비엔날레의 현장되고 많은 시민들이 비엔날레의 주체가 되었다
    . 주전시 작품 이외에도 시민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나도 아티스트는 그 대표적인 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25개팀이 충장로2가와 5, 양림동 펭귄마을 입구, 미산초등학교 정문 앞, 쌍암공원, 원당산공원, 용봉동 중앙어린이공원, 비엔날레 광장 등에 저마다의 솜씨로 문화마당을 꾸며놓았다. 그동안 예술과 일상의 삶, 전문영역과 대중성 사이에 가교를 만들어 온 나도 비엔날레 작가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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