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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기운의 땅-영암, 남도문화의 원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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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9-14 17:43 조회4,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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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필용. 월출산과 영산강. 2016. 캔버스에 유화. 65.2x91cm



    월출기운의 땅-영암, 남도문화 원류찾기

     

    호남의 소금강, 영암 월출산의 기운을 시각예술로 옮겨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가 기획한 [영암, 월출산의 기운을 품은 땅]825일부터 9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신세계가 1998년부터 해마다 계속해 온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기획전으로 올해 열여섯 번째 행사다.

    영암은 호남지맥의 혈류라 할 영산강과 너른 남도평야, 바깥세상과 드나드는 바다를 끼고 오랜 역사를 가꾸어 왔다. 이 땅dp 터를 다진 옛사람들의 자취가 배인 선사유적, 한반도와 일본 간 고대 국제문화교류를 열었던 왕인과 한국 풍수도참의 맥을 연 도선, 한국 최초의 시유도기 가마, 바위산 꼭대기의 신비한 물웅덩이 구정과 그 아래 절벽에 멀리 서남바다를 내어다보고 앉은 월출산 마애부처그 아래 불법의 으뜸자리를 닦아가는 천년고찰 도갑사의 불교문화유적들, 이후로 가꾸어낸 구림마을 상대포 흔적과 회사정을 비롯한 주변 정자들, 도기문화센터, 하미술관, 금정면 활성산 푸른 언덕 위 거인들처럼 팔 벌려 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 그런 영암의 자연과 삶과 역사 한 가운데 수없는 봉우리들로 솟아올라 기기묘묘한 형세와 풍광을 만들어내는 월출산까지 영암을 들여다 볼 꺼리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이 영암을 남도문화 원류찾기 테마로 삼아 찾아 강 운, 김경란, 김진화, 김해성, 노여운, 류재웅, 문형선, 박상화, 박세희, 박 철, 박화연, 송필용, 안희정, 이매리, 임남진, 임용현, 정선휘, 하성흡, 한희원, 허달용 등 20명의 작가들이 6월에 답사를 다녀온 뒤 각자의 어법대로 월출산의 기운을 담아낸 작품들을 내놓았다.

    이들 가운데 월출산 아래 출신인 김진화는 창과 반달과 호수와 별자리 이슬방울에 담기거나 꽃봉우리로 피어난 월출산을 종이에 푸른빛으로 그려내었고, 한희원은 별빛 총총 푸른 달빛에 빛나는 월출산의 교교한 자태를 신령스럽게 화폭에 묘사했으며, 유재웅의 까칠까칠 먹빛 월출산과 문형선의 원색꽃들이 지천 가득한 월출산 원경이 대조를 이룬다. 송필용의 영산강 줄기 너른 들녘과 월출산 묘사, 하성흡의 월출산이 품어 안은 영암고을 풍경, 허달용의 첩첩산과 사이사이에 안긴 전답들의 수묵산수, 노여운의 영암들녘 풍경은 재료와 필치의 묘를 살린 원경의 진경산수들이다.

    더불어 박상화는 꽃이 피고지고 비오고 눈 내리며 이따금 비행기가 지나가기도 하는 월출산의 사계를 비디오영상으로, 정선휘는 월출산 자락 들녘의 푸른 밤 잡풀더미를 스치는 바람결과 반짝이는 반딧불이들을 회화와 LED를 결합해 표현했고, 임용현도 월출산 기암준봉 뒤로 흘러가는 거대한 보름달과 운무사이로 잠시 몸을 드러내는 용을 영상설치로, 박세희는 들판 고인돌에 문명의 불을 다시 지피는 상실의 풍경으로 생멸의 시공간을 되짚는 비디오영상을 보여준다.

    또한, 이매리는 고대유적 발굴현장에 백골처럼 빛바랜 욕망의 하이힐들이 발굴 출토되는 장면들을 사진으로 연출했고, 김경란은 색색의 플라스틱 패트병들을 오려 목걸이와 귀걸이, 잔받침 등 발굴된 장신구를 만들어 투명케이스 안에 넣어 설치했으며, 임남진은 전통민화 형식을 변용하여 월출산과 용과 별무리진 호수로 이루어진 영암靈岩약자형태 문자도를, 김해성은 역사유물들을 바탕에 두르고 도갑사 불상이나 문수보살상, 왕인박사 영정 등을 소재삼아 알록달록 영암 인상을 그려냈다. 안희정의 영암에 산재한 정자와 누각들 흑백사진들은 건물모양의 부드러운 천주머니에 전사시켜 벽면에 설치하는 방식도 역사 속 문화공간들을 읽어내는 독자적 어법이다.

    이와 함께 박화연의 반추상적 채색소품인 영암들녘 바람과 마음속 풍경들과, 박철의 초생달과 북극성이 조우하듯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얼굴을 비추고 있는 야경사진, 강운의 먹색 한지조각들을 중첩시켜 붙여가며 구름 흐르는 허공을 묘사하거나 물위에 투명하게 번지는 맑은 기운을 묘사한 작품들도 영암이 지닌 신비로움을 담아낸 작품들인 셈이다.

    신진세대와 청년작가부터 중견까지 이십명이 참여한 이번 영암 월출산 전시는 역시 문화를 읽어내는 감성이나 사유, 독자적인 해석을 담아내는 소재나 묘법들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수묵산수 사실화부터 재해석된 반추상, 미디어영상과 디지털광소재의 결합 등 그 표현형식도 다채롭다. 삶의 터전으로서 현실공간이자 역사 자취를 넘나들게 하는 시공간, 신령한 기운이 깃든 기암괴석 봉우리와 산세들에서 작가들이 포착해낸 영감과 상상들이 천지간 월출산의 또 다른 모습들을 열어놓고 있다.



    박철. 동이의 꿈 1. 2014. digital print. 79x54cm / 김진화. The Brea+hing.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김해성. 영암기행. 2016. 혼합재. 각 120x90cm 3폭 / 임남진. 문자도 영암. 2016. 한지에 채색. 80x130cm / 하성흡. 영암들녁. 2016. 한지에 수묵담채. 89x177cm / 허달용. 첩첩산중. 2016. 한지에 수묵담채. 66x91cm


    박세희. 상실의 풍경. 2016. video. 2분30초 / 이매리. 문명 생성 융성 소명 그리고 진화에 관한 소고. 2016. 사진 / 안희정. 오래된집-구림마을. 2016. 텍스타일 프린트 / 김경란. 21c 영암에서 발굴된 장신구. 2016. 혼합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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