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와 '영원'의 공존공간-조현택 사진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2-15 20:03 조회3,91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부재’와 ‘영원’의 공존공간- 조현택 사진전 2017년 제2회 청년작가 공모선정- 조현택 ‘밝은 풍경’2018. 2. 15 (수) - 28 (화)갤러리 리채 부재의 풍경을 찍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진가가 재현해야할 대상은 현실이 아닌 재현된 실재다. 부재한 풍경의 박제와 되 재현된 실재 사이의 간극에 사진가가 존재한다. 사라져 버릴 집, 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살아있었던 집은사진 속에만 존재한다.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익명의 유령처럼 사진 속에서 떠돈다. 암막 뒤 카메라 뒤에선 관음증적 욕망을 쏟아내는 현실 속 내가 존재한다. 방을 커다란 카메라로 만들어 카메라 옵스큐라 방식의 촬영을 진행했던 빈방작업은 사라져간 여러 집들과 내가 떠나왔던 나의 집과 나의 어머니가 함께 섞여 있었다. 시간의 일부를 기록한 것, 찍는 순간 과거의 것이 되는 박제된 이미지… 매순간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살아있는 내게 박제된 풍경 속 사진은 서로 물과 기름 마냥 섞이질 못한다. 그 물과 기름층의 중간의 표면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살아있던 집이 죽어가는 모습을 찍고 결국은 사라져 버린 현재에 사진 속 집을 보고 있는 빈방과 죽어있는 집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조현택 작가노트 (2017.2) 중 발췌 공허 속에 카메라 옵스큐라 공간의 조건을 설정하고 어두운 빈방에 작은 구멍을 통해 비쳐지는 바깥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사라진 공간의 주체와 삶의 자취를 기록해내는 조현택의 사진작업에 대한 작가노트 일부다. 무명의 삶이 흔적으로만 남은 특정한 빈집 빈 공간, 그곳에 살았을 어떤 이의 삶을 보듬었거나 그의 세상 무대로 무시로 내다보았을 바깥풍경. 어느 순간 우연찮게 발견되거나, 집요한 추적 끝에 선택한 이미지를 현상적으로 기록해내는 것만이 아닌, 텅 빈 공허 속에 어른거리는 어떤 삶의 부재와 실재, 사실은 부재하는 현재가 먼지처럼 쌓이면서 영원으로 희미해져 가는 한 생의 존재를 지금의 시점에서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정작 그 삶의 주체들은 늘상 생활 자체로서 바라봤을 바깥 풍경을 사라진 그들의 자리로 끌어들여 안과 밖을 빈 공간에 중첩시켜내는 이미지의 치환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의 소소하면서도 세밀히 기획된 연출들이 원래의 풍경처럼 깔려있기도 하다. 공간이 지닌 이야기와 작가 메시지를 보다 또렷하게 상으로 담아내기 위한 의도된 개입이다. 이를테면 비쳐지는 풍경을 또렷이 하기 위해 일부러 방문을 암막으로 가려 밝은 대낮 빛을 차단해서 원래보다 훨씬 깊은 어둠을 만들거나, 주인 잃고 덩그러니 남아있던 액자나 기타, 책상 같은 소품의 위치를 옮겨놓는 정도의 개입이다. 대신 그 공간은 틈입자의 기척조차 어른거리지 않게 최대한 오랜 기간 비워져 있던 원래 공간 그대로 보여지도록 연출해낸 것이다. 그가 주로 찾은 곳들은 농촌마을 공동화나 도시 재개발지역에서 주민들이 떠나가고 기본적인 철거들이 진행된 뒤 폐허처럼 남게 된 형해와 같은 공간들이다. 마치 “집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마음으로 가장 빛이 좋고 찬란한 순간을 기다려 집안과 집밖의 풍경을 함께 찍은 것이다.” 그가 사진으로 기록한 그 공간들은 이후 완전 철거되었거나 전혀 다른 공간들이 되어 있어 결국 그 집과 집을 둘러싼 바깥 풍경의 기록이 되어버린 셈이다. 조현택의 사진은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진 물리적인 공간과, 그 곳에 배어있던 인생사나 삶의 존재들을 부재에서 영원성을 지닌 실재로 회생시켜내는 작업이다. “사진이 인간의 삶에서 담당하는 영역에 대하여 좀더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는 이번 작업에 담긴 생각들이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계속된 자문자문과 함께 ‘밝은 공간’ 연작 속에서 잔잔한 파장을 만들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