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서지 못한 세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4-16 08:28 조회7,66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세월호 참사 추모전-‘아픈 세월, 슬픔의 바다’에 설치된 <꽃영정>. 2014. 메트로갤러리 넘어서지 못한 세월… 세월호 참사 1년의 추모미술오월에서 세월까지 풍자비판지극서원 모아 해원길 열기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암울한 시대의 고뇌를 헤치고 나가 끝내 이루고야 말 희망을 음악으로 담아내던 가객 김민기의 노래 ‘친구’ 일부이다. 최근 그가 ㅎ일간지 인터뷰의 세월호 관련된 얘기 중에 그 사건을 차마 노래로 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죽음을 가지고 내가 함부로 묘사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더 기억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에 “같이 살든가 같이 죽든가, 그러지 않곤 그 죽음을 묘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당사자만큼 절실하지 않으면, 그걸 묘사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집단적 절망과 참담, 분노로 대형 싱크홀처럼 순식간에 꺼져 내렸던 작년 이맘때 우리사회의 침몰이 세월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새잎처럼 돋아나고 있다. 중계방송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던 말도 안 되는 그 침몰과정과,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수면 밖으로 명명백백 드러나지 않는 진실의 실종이 1주기를 맞으면서 맨붕된 기억들을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워낙에 큰 충격이 계속되는 세상이라 시간이 흐르면 또 그렇게 잊혀질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낡아져가는 현장 깃발과 빛바랜 리본들 사이로 새로운 기원들이 끊임없이 더해지고, 일상에 묻혀 잠시 희미해지는 듯 하던 그 생채기가 이 화려한 봄날의 풍경과 오버랩 되면서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해가 바뀌도록 아물지 않는 이 집단의 상처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과 더불어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결코 망자나 가족을 대신해줄 수 없는 동시대 많은 이들이 그저 맥없이 팽목항과 분향소와 추모현장을 찾아 메아리 없는 서원을 칠흑의 바다 속으로 띄워 보냈다. 많은 미술인들도 노란리본 하나 꽃 한 송이 헌화하는 심정으로 주체할 수 없는 속 얘기들을 추념의 공간에 펼쳐 놓았다. 세월호가 절망의 나락으로 완전히 가라 앉아버린 한 달여 뒤인 지난해 오월, 광주 금남로4가 지하철의 메트로갤러리에서는 참사희생자 추모특별전이 열렸다. ‘아픈 세월, 슬픔의 바다’라는 같은 제목의 전국단위 온라인 전시에 이어 광주미술협회와 광주민족미술인협회가 공동주관한 이 행사는 작가와 시민·학생 등 100여명이 각자의 비통과 분노를 담아낸 그림, 설치, 추모시들로 꾸며졌다.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미술학도들, 고교 미술부들, 미술학원생들은 희생자 숫자만큼 ‘꽃영정’을 나눠그려 합동분향소 제단을 대신하였다. 8월에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프로젝트 개막행사는 미술을 통한 ‘세월호’ 추모작업의 절정이었다. 홍성담, 홍성민, 정영창, 전정호 등이 시내 메이홀을 공동작업장 삼아 시민방문자들과 함께 한 달여간 <세월오월>을 제작하였다. 일곱 폭짜리 이 작품은 전시되지는 못했지만 대형 걸개그림 현수막으로 개막식 직전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쳤고, 그 이미지는 언론매체와 온·오프라인을 타고 세상 널리 오래토록 회자되었다. 그 ‘달콤한 이슬’ 전시에 이이남은 ‘re born’이라는 희생자들의 회생을 기원하는 색다른 미디어 영상작품을 설치하였다. 침몰한 모니터가 물을 쏟으며 서서히 건져 올려지자 순백의 비둘기가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오르는 영상인데, 세상의 간절한 염원을 상상의 이미지로 대신해낸 작품이었다. 비엔날레 20주년 프로젝트 개막일 밤 금남로에서는 대규모 거리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길 위의 작업실’이라는 형식으로 전국에서 찾아온 화가, 만화가 등 100인의 예술가들이 기다란 흰 천들을 펼쳐놓고 ‘5·18에서 세월호까지’를 주제로 현장그림들을 제작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 과정에 함께 했다. 한편으로, 제10회 광주비엔날레의 시민참여프로그램인 ‘나도 비엔날레 작가’ 중에서도 세월호 추모 거리미술제가 열렸다. ‘진실 마중길’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되는 광주법원 앞 가로수에 추모의 그림과 글, 뜨개질 소품들을 전시하였다. 이 거리행사에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광주시민 상주모임 주관으로 여고생, 아동센터 아이들, 다문화 기족 등 310여명이 마음을 모아 동참하였다. 기록되고 보전되지 못한 역사는 흔적조차 잊혀질 수도 있다. 그동안 공동의 염원을 결집하는 시위성 행사이든, 일회성 현장이벤트이든, 책략이나 입장이 반영된 집단행동이든, 진실은 결국 통하리라 믿는다. 지난 1년간 우리시대 미술은 세월호 참사를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되뇌어 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으니, 1년의 추념과 서원이 모아져 순백의 영혼들이 흑암의 바다를 열고 비둘기처럼 날아오르길 기원해 본다. -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5.4.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