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프롤로그' 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5-13 20:25 조회6,95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광주 프롤로그' 展 전시명칭| 광주 프롤로그 Prologue in Gwangju 展전시기간 | 2015. 5. 16(토) ~ 6. 16(화) 32일간 전시장소 | 롯데갤러리 광주점(롯데백화점 11F) 미운 정 고운 정 깃든 ‘그곳’ 오랜 기간 여행을 마치고 들어서는 집, 흔히들 “내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자연스레 내뱉는다. 반가운 계절 냄새만큼이나 내 삶의 체취가 오롯이 배어 있는 집은 무엇보다 익숙함이 미덕일 터이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일상, 우리의 삶터 또한 그렇게 시간 속에 흘러가 버린다. 봄기운의 절정인 오월, 롯데갤러리는 우리의 삶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삶터라 함은 ‘광주’를 지칭한다. 광주의 오월은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는 작업으로 여느 때보다 부산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과거형에 머물러 있어, 쟁점 또한 정형화되어 있는 듯하다. 이는 현재의 광주를 드러내는 작업들이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경란, 김보수, 박인선, 박화연, 안희정, 정선휘, 최요안 등의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모두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있는 이들로,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이룬다. “각 세대에서 바라보는 진행형의 광주는 어떠한 모습일까”라는 새삼스러운 물음에서 시작된 본 전시는, 소소하지만 살아 숨쉬고 있기에 소중한 우리의 터전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쾌하거나, 혹은 담담하거나 - 일상의 재해석 김경란은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얻는다. 작가는 폐비닐, 페트병, 괘종시계 등의 재활용품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끝은 또 다른 시작임을 강조한다. 설치작품 <끝과 시작 사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꽃무더기는 광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한 막걸리 브랜드의 페트병이 주 재료이다. 선명한 화이트 플라워로 재탄생한 막걸리병, 그것의 의외성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서민의 애환 혹은 시금털털함으로 대변되는 매체의 화려한 변신이 일상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다큐사진작업을 선보이는 김보수는 광주의 재래시장, 백화점, 거리, 식당 풍경 등 소시민의 일상을 건조한 시선에서 담아낸다. 홀로 고개를 숙인 채 한끼 식사에 열중하는 사람들, 소비재의 화려함이 넘쳐나는 공간을 무던하게 즐기는 이들, 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사람냄새 풍겨나는 재래시장의 모습 등에서 광주의 다양한 하루하루가 드러난다. 무등산 가는 길의 풍경을 표현한 박화연의 작업 또한 담담하면서 때로는 적적하다. 위태로운 지금의 광주를 담고자 한 작가의 풍경 속 공기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작품 <부유하다>의홍림교 근처 버스정류장의‘키 작은 하늘’, 작품 <숨>의검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은 눅눅한 대기는시간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다르게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호흡은 여느 때처럼 변화 없이 부유하고 있다. 장소성의 가치 광주라는 장소성에 집중하는 박인선, 안희정, 정선휘의 작업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도시 속 건물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인간의 자화상이다”고 역설하는 박인선은 광주의 재개발 단지 내 오래된 건축물들을 다룬다. 주로 동구 학동 근처에서 촬영한 프레임들은 작가의 그래픽 작업, 채색 과정을 거쳐 초현실적인 구조물로 재구축된다. 뿌리 채 뽑혀 허공에 매달린 주거공간의 기하학적인 모습에서 도시 난개발의 부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수한 시간들을 견뎌온 사라지는 공간들은‘지나간 과거와 소멸되는 현재’라는 기이한 역사성을 함축하며, 관람자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천에 인화한 사진 이미지를 입방체의 큐브 형태로 제작하는 안희정은 ‘기억을 가진 공간’, 즉 장소성의 가치에 천착한다. 작가는 지역의 근대문화유산들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데, 근대화 역사의 박제로 남아 있는 건물들, 그 장소성의 의미를 되새기려 한다. 건물을 재구축하는 과정은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일부로 만드는 과정이자, 작가의 표현대로 ‘기억의 재개발’이다. 광주의 시간을 여실히 보여주는 정선휘는 2015년의 수박등(월산공원)을 그려냈다. 1970년대 광주 아파트 건설의 상징 격인 신우아파트가 가까이 있는 이 장소는 봄이면 매화꽃이 만발한다. 작품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에서는 여전히 자연의 호흡으로 자리한 수박등 아래로 도시의 변화된 모습이 선연히 들어온다. 간간히 보였던 아파트 단지는 도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답답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2005년 당시 동일한 시점에서 수박등 아래의 광주를 조망했는데, 해당 작품<어둠은 가고 꽃은 피어 오르고>의 소박한 조망을 현재의 모습에 견주어 보는 것도 흥미롭다. 10년 전 작품에서 출발한 2015년의 작업, 어둠 속에 묻혀버린 수박등을 중심으로 피어난 도시의 화려한 야경은 작가가 공들인 LED 불빛에 의해 더욱 극적인 서정을 선사한다. 한편 지역이 수반하는 정신성에 천착한 최요안은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표현했다. ‘무등(無等)’, 비할 데 없이 높거나, 혹은 온전한 평등을 의미하는 무등의 속뜻을 다시 돌아보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표현한 무등산 서석대를 가까이에서 보면, 세상사의 온갖 얼굴로 장식된 신문, 잡지 등의 콜라주가 중첩되어 있기에, 장소가 드러내는 가치나 의미에 보다 쉽게 접근하게 된다. 광주시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 작품 <분노하라> 또한 매스미디어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이채롭다. 현재진행형의 메시지로 넘쳐나는 상징적인 콜라주 작업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부조리와 모순 탓인지, 외려 담담히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월의 광주는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적 쟁점과 무관할 수 없었던 예술에서의 참여의식과 그 성향은, 현대한국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철저히 당대의 현실과 합목적성을 띠는 거대한 흐름이었다.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의 진중함과 예술에서의 동시대성이 여느 때보다 투명하고 진실하게 드러났던 때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예술에서의 동시대성의 가치는 다분히 퇴색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적 쟁점을 공론화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고, 지역미술계 내에서도 진행형의 광주를 이야기하는 작업이 미약하거나, 혹은 그러한 작업이 잔존하더라고 특별히 조명되지 못하는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태여 의식적으로 무겁거나, 습관적으로 진지하기만 한 태도를 지양한다. 미술가들이 바라보는 광주의 현재는 각자의 삶, 그 범주 안에서 녹여내고 드러나는 것이며, 어떠한 이즘과 ‘광주’라는 정치 사회적 특수성에 한정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내용적∙ 형식적 접근이다. 결국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광주라는 삶터를 오롯이 체감하고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광주를 대변할 수 있는 진행형의 ‘Prologue in Gwangju’가 보다 풍성해지기를 기대하며, 많은 분들의 왕래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 고영재(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