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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이상, 보이지 않는 힘; 김용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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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6-13 18:38 조회7,1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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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이상, 보이지 않는 힘; 김용안

     

    김용안 기획초대전

    2015. 6. 12 - 7. 23
    주안갤러리 (광주 동구 제봉로 197)

     

    현실과 이상,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

    김 병 헌 (의재미술관 학예실장)

    필자는 김용안의 이전의 작품들에 관하여 그것들이 자연으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자연은 아니라 작가의 이상적인 관념의 세계를 나타낸 것으로서 거친 자연을 수정·보완하여 그것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고서, 그의 작업은 한편으로는 실제 자연이라는 현실의 경계에 한 발을 놓고 있음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어떤 관념적이고 정신적인 이상의 세계에 발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몇 해가 지나고 다시 김용안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물론 이전의 작품들 역시 그렇긴 하지만, 보다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서 우리의 현실을 어떤 면을 예술적인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람들이 요즘에 만들어진 안개 속에 드러나는 숲들이 그려진, 그리고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새들이 그려진 그의 작품들을 본다면 일단 아름답고 다소 몽환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분을 경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좀 더 유심히 바라본다면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을 찾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보기에 그의 작품은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내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역설적인 무엇이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작품에서 산이나 산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은 보이지 않는 안개에 둘러싸여 있음으로 인하여 마치 인세에 없는 어떤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을 묘사하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안개로 인하여 몽환적으로 보이는 숲이나 산의 자태가 아니라 이것들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안개가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림 속의 단순한 배경처럼 보이는 안개는 그야말로 형태도 잡히지 않고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안개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모든 숲들의 형태를 규정하는 장악력을 갖고 있는, 말하자면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채 무한한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처럼 그려져 있다. 이에 반하여 나무들과 그것들이 어울려 있는 숲과 산의 정경들은 이상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개에 의해 그렇게 보일뿐 개별적으로는 어떤 권력도 갖고 있지 못하는 존재이다.

    이와 같은 것은 다채롭게 그려진 아름다운 새들의 그림에서도 역시 통용되고 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은 나무의 가지처럼 보이는 곳에 자유롭게 않아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새장 속의 새가 아님에도 마치 그러한 것처럼 어떤 보이지 않는 틀에 묶여 있는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림의 새들처럼 우리 역시 겉으로는 공존과 평화를 부르짖으며 노력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으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암투와 암묵적 부조리를 행하는 그런 존재는 아닌가라는 역설이 새들의 그림에서 엿보인다.

    이처럼 김용안의 그림들은 어찌 보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1)의 원초적이고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will to live)’에 의해 나타난 하나의 표상으로서의 불안하고 고통에 찬 세계를 그려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어떤 면에서는 이와 같은 삶에의 의지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서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를 말한 니체(F. W. Nietzsche, 1844-1900)를 떠올리게도 한다. 즉 성취나 야망 또는 삶의 가자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어떤 의지를 나타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의 그림은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가 말하는 힘 또는 권력(power)’과 연관하여 본다면 보다 쉽게 이해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권력을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어떤 한 사람에 의하여 유지될 수 있는, 말하자면 개인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푸코는 권력이란 어떤 한 사람이 갖고서 통제력을 행사하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같은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걸로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은 사실상 어떤 구체적인 특별한 모양도 없으며 자율적인 것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도처에 존재하는, 다시 말해서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된다는 말이다.

    권력관계들의 어떤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행위들에서 나오는 이와 같은 권력은 마치 김용안의 작품에서 제시되고 있는 안개처럼 뚜렷한 실체도 없지만 우리들을 사슬처럼 억제하고 통제하는 모호한 어떤 힘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림 속의 새들처럼 보이지 않는 힘에 갇혀 현실에서 투쟁하며 각자의 이상을 꿈꾸는 그러한 존재는 아닐까. 이제 김용안의 작품들에서 스스로에 대해 성찰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길 기대하는 바이다.



    김용안 <Hide> 2015, 캔버스에 유화, 53x40.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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