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작가들의 '북경질주'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광주작가들의 '북경질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2-23 08:45 조회5,864회 댓글0건

    본문


     



    광주작가들의
    북경질주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2014-2015년 입주작가 성과발표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제6~7기 입주작가들의 활동결과를 발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4-2015 북경질주라는 이름으로 상록전시관에서 201626일부터 313일까지다.

    이번 전시는 2년 단위로 진행해 온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의 세 번째 발표전으로 2014년 제6기의 권승찬·서미라·임남진·하루 등 4, 2015년 제7기인 설박·윤준영·정성준·황정후 등 4인으로 모두 8명의 청년작가들의 현장작업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2014년 북경스튜디오에 머물렀던 서미라는 <염원>이라는 제목의 폭 2.4m에 길이가 8.4에 이르는 대형 유화작품을 출품하였다. 7폭의 캔버스를 잇대어 윗부분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제작할 정도의 이 대작은 긴 화면에 천지간의 큰 회오리와 섬광을 일으키며 솟구치는 밝은 태양 속 삼족오가 중앙에 자리하고 이를 향해 청룡·백호·주작·현무 4신과 연꽃 위 부처, 둥근 등을 받쳐 든 비천들이 경배하듯 감싸 도는 웅장한 신화적인 상상도이다. 서미라 특유의 부드럽고 긴 필치들을 중첩시키는 몽롱한 화풍으로 태초의 혼돈 속에서 우주 기운이 한민족의 혼으로 잉태되는 순간의 민족사의 시원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펼쳐낸 거대 서사화인 셈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떠오르는 잔영들어린 시절 꿈속의 한 점 빛이 되는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작품과 함께 출품한 <환티에 작업실 풍경>은 북경창작스튜디오를 주 소재로 삼고 주변에 스산한 겨울강변과 가로수길, 뒤엄자리 퍼 담는 농부, 빨래들 널어놓은 서민아파트, 얼어붙은 논 위 썰매 타는 아이들이 있는 풍경을 역시 꿈결처럼 묘사하였다.


    같은
    6기 작가인 임남진은 폭 2m에 길이가 5.6m짜리 <장막도>를 선보인다. 그동안 연작으로 다뤄 온 아귀주제의 감로탱인데, 증식하는 욕망과 절망에 헛배 부른 아가씨 형상의 아귀가 욕망의 제단에 꿈틀거리는 욕망덩이를 바쳐 올리는 모습이 중앙에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을 축으로 오른쪽에는 검푸른 파도 속에 삼켜져버린 세월호 희생자들이 검은 종이배로 떠다니고, 바닷가에는 피울음을 토하는 유족들과 천도굿 장면이, 그 위 구름띠 너머 장막 아래로는 평화로운 가족의 야유회 일상이 대비되게 그려져 있다. 그림 왼쪽에는 두 갈래 굵은 가지를 뻗은 소나무에 파랑새가 구슬피 울고, 그 주변에 일상 삶 속 인물들과 생전 업을 털지 못한 아귀의 희노애락 모습들이 혼재되어 그려져 있다.

    이 작품과 함께 불화형식을 현대인물도로 재해석해낸 나한연작과, 고독한 인간내면을 대변하는 파랑새’, 민화 형식을 응용해서 북경스튜디오 생활과 소소한 작업실 단상을 세밀하게 묘사해낸 책가도연작들을 함께 보여준다. 불화나 민화 같은 전통회화 형식을 차용해서 이를 현대인의 일상과 심리적 내면에 비추어 다시 풀어내는 임남진의 회화들은 종교적 의미까지 포괄하여 이 시대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일상을 위무하고 구원으로 이끄는 서원의 사실주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7
    기 윤준영의 회화 또한 인간 내면에 관한 성찰과 비유를 담은 수묵과 콩테의 독특한 묘법들이다. 세상의 섬 또는 고립된 성과도 같은 도시라는 인위적인 공간을 단순구조의 건축적 형상들로 함축시켜내고, 거기에 마른 나뭇가지들로 상징된 자연 본래 환경과의 관계를 대입시켜내는 방식이다. 때로는 첩첩 아파트단지나 빌딩숲처럼 들어선 인공의 구조들이 견고한 자기방어의 성채를 이루고 산을 이루며 온기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지만 그 메마른 벽채 한켠에 작은 창을 내고 나뭇가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면서 세상과 통하고자 하는 갈증들을 내보이기도 한다. <다름없이 별은 반짝인다> <가끔은 끝도 없이 적막해졌다> <이방인> 같은 제목들이 내면에 침잠한 사유의 흔적들을 문학적 서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들의 묵직한 화폭들에 비해 하루와 설박, 정성준은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감각적 문화코드를 훨씬 담백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경우들이다. ‘맛있는 산수연작을 계속하는 하루는 삶의 일차적인 목적이자 요건인 먹고 산다는 문제로 산수와 공존하는 음식소재 그림들로 비유해 낸다. ‘음식산수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화폭에서 음식은 현대인들의 문명과 일상과 욕구들의 상징이고, 산수는 근원적 생명모태인 자연이자 정신세계의 상징으로 다루어진다. 접시에 담긴 각종 음식들이 산수소재들과 어우러지면서 물질과 정신의 행복을 동시에 희망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상상의 이상향으로 나타내었다.




    어떤 풍경연작의 7기 설박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장대한 전통 수묵산수화 구도를 위하면서 화선지에 먹을 올리고 찢어 붙여가며 원근 농담의 산세들을 표현하는 작품들이다. 서양화의 콜라주 기법을 응용한 산수화법인데, 전통적인 먹과 화선지의 재료적 특성은 살리면서 담백간결한 독자적 산수화를 펼쳐내는 것이다. 먹이 스며들고 덧쌓이고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먹의 색감들과, 이를 받아들이고 받쳐 주거나 구겨지고 찢기고 패이어 별난 질감을 내기도 하는 한지의 효과를 집중해서 탐구하는 과정들이다. 하얀 화폭 위에 구성되는 산자락, 산세들을 통해 사실 같으면서 또 다른 세계일 것 같은 산수자연을 만나보게 한다.



    같은 회화작업이면서 7기의 정성준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일상세계를 위트 있게 묘사하고 있다. <Fun trip in Hongkong> <Donkey Lewis's a happy trip> <Give you the endless love> 등 번화한 도회지 거리에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전차나 버스를 타고 흥겨운 여행을 즐기는 모습들을 밝은 색조와 팝아트 분위기로 다루어내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환경문제와 연관 지어 비유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회화들은 인간이나 자연 동식물이 각각의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서로 공생의 관계들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대중들이 흥미를 갖고 친근하게 접근할만한 사실과 상상을 섞은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으로 이들과는 다르게 황정후와 권승찬은 1년 동안 낯선 문화 속에서 지냈던 이국에서의 시간들을 기억 속에 담아놓은 작업들을 펼쳐놓았다. 황정후는 <북경기념물> 연작으로 그곳에서 접하고 경험했던 소소한 일상들을 생활 속 오브제를 통해 기념하고 있는데, 하잘 것 없는 음료병이나 돌맹이, 그릇, , 꼬치 등을 귀한 골동품처럼 좌대 위에 올리거나 유리상자에 넣어 오브제로 줄지어 놓거나 사진으로 담아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다. 흔하고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놓여지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존재가치나 의미가 전혀 달라 보일 수 있는 세상의 통속적 진리를 있는 그대로, 그러나 어느 면에서는 매우 진중하게 역설하고 있다.




    권승찬은 북경 생활 중에 만난 낯선 이들을 폴라로이드사진에 담고 날짜와 서명을 받아 액자 속 기록물로 만든 시간의 흔적들을
    좋은 친구들이라는 연작제목으로 늘어놓았다. 이방인으로서 외국작가들을 만나면서 갖게된 언어소통의 콤플렉스를 고백한 문서를 읽게 한 뒤 함께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촬영해서 문서와 필름에 서명을 받고, 그 외국작가가 제시한 가격으로 작품의 판매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작업을 모아놓은 것이다.



    북경창작스튜디오는 광주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유망한 작가들이 타국의 작업실에 머물며 자신과 그동안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 그런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북경질주전은 그만큼 지역미술의 성장과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며 청년작가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북경창작스튜디오에 나가 있는 동안 중국 현지에서 여러 전시들과 연결되고 이후에도 좋은 인연들이 계속된다 한다. 안으로 각자의 예술세계를 다지는 것은 개별적인 일이지만 바깥으로 이어내어 세계를 넓히는 것은 시대문화를 키워가는 공적 프로그램과 주변의 격려와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역대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입주작가

    1기(2009) : 김일근, 김진화, 김해성, 전현숙,
    조강현
    2기(2010) : 기영숙, 김광철, 김영태, 박수만, 최요안
    3기(2011) : 박소빈, 박정용, 오민정, 이인성
    4기(2012) : 김상연, 신호윤, 윤일권, 장현우
    5기(2013) : 윤남웅, 이수산, 장진원, 정광희
    6기(2014) : 권승찬, 김형진, 서미라, 임남진
    7기(2015) : 설 박, 윤준영, 정성준, 황정후
    8기(2016) : 엄기준, 장미란, 조정태, 표인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