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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문화전당 주술적 그림그리기-박성완 공사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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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5-02-18 13:26 조회9,0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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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완 <구도청 9>, 2012, 캔버스에 유화, 728x182cm



    아시아문화전당 일상의 주술적 그림그리기

    - 박성완 공사장일기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주술적 행위와 닮아 있음을 공감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안에 원시성이 녹아있음을 느낀다. 디지털매체가 너무도 발달한 지금 애써 물감을 다루며 그림을 그리는 악취미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어쩌면 그런 원시성에 매료되어 무당쯤이 되어가는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박성완 2015년 개인전 작가노트 중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흥을 따라 악기를 연주하듯 화법으로 녹여내는 화가 박성완의 일곱 번째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공사장일기라는 제목으로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213일부터 32일까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현장의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공사장 풍경을 시시때때로 그림으로 기록하듯 담아낸 그림들이다.

    2012년 개인전부터 4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 주제 연작은 이번에도 폭이 8m, 7m를 넘는 것을 비롯해 5m, 3m 훨씬 넘는 여러 대작과 함께 크고 작은 화폭들이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이제 한달 반정도 지난 올해 들어 제작한 작품들도 상당수여서 그 엄청난 작업량에 놀랄 수밖에 없다. 물론, 작품의 크기나 작업량같은 물량의 규모만이 아니라 한 점 한 점이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간대와 분위기와 묘법들로 다루어져 있고, 그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공간감각과 화면구성력, 색채의 미묘한 대응과 조화, 화가의 감흥과 에너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필법의 기운들에서 박성완 회화의 매력을 보여준다.

    모네의 도회일상을 다루는 인상적 감각에 오지호 화백의 생명약동 회화정신과 색채 필법을 통한 감흥표출을 합한 듯 거침없는 그의 회화는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특정한 주제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집약되면서도 이를 틀에 매이지 않는 회화방식으로 맘껏 펼쳐지고 있다. 멀찍이서 전당 전체를 조망하는 긴 화폭부터 공사장 한쪽의 일상소견까지 시야를 넓히거나 좁히기고 하고,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색감과 분위기들, 5·18 민주광장 분수대나 전일빌딩과 공사장 옆 버스정류장, 인근 시장과 짜장면집에서 포착된 도시의 단상들이 골고루 포착되어 있다. 이들 작품들은 넓은 색면분할이 두드러지거나, 어떤 경우는 질척거리듯 두텁게 올려진 물감층 또는 잔잔하게 아니면 격랑처럼, 아니면 스치듯 간략한 흔적만 남기는 붓자욱들로 다양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한편으로, 이번 작품 가운데는 전당공사장 작품과 다른 소재이면서 화면구성과 화법에서 눈길을 끄는 마더가 눈길을 끈다. 2011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4년여 넘게 계속해 온 숙작인데,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대한해협 바다의 밤풍경이 모티브가 되었다 한다. 100호정도 화폭 7장을 세워 연결해서 8.4m에 이르는 대작이다. 위아래 수평으로 나뉘어 2단구성인 상태로 단순구성한 화면인데, 칠흑 같은 바다는 암록의 어둠에 묻혀있고, 달빛 교교한 하늘공간은 여명을 품은 듯 짙은 어둠 속에 붉은 빛이 번져나고 있다. 붉고 푸른색 화면으로 넓게 대비되면서 일렁이는 물결따라 붓질들이 너울대고 있다. 망망한 대양의 어둠 속에서 모태, 생명의 근원과 교감했던 인상을 오랜 시간 우려낸 작품인 셈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자주 접할 수 있는 도시의 특정공간에 대한 일상적 단편들일 수 있지만, 구도청이 지니고 있는 도시역사에서 무거운 배경 때문에 그의 접근은 결코 가벼운 기록에만 천착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 팸플릿에 실은 작업노트에서 그 심중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도청이란 공간은 제를 올리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념 정치적 해석을 넘어 희생된 영혼들을 붙잡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공간일 것이다. 상징성이 더 커져서 미루고 있었던 과거사건의 터 금남로와 마주한 도청의 입구 그리고 분수대 한 바퀴 돌아 사년째 끌어오는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게도 무거운 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다. 94일 예정된 개관이 계획대로 잘 갖추어져 문을 열기는 바람들이다. 그동안 4년여를 계속해 온 박성완의 공사장일기작업도 소재에서는 하나의 매듭을 짓게 될 것이다. 그가 바라봤던 역사적 장소에 채워지는 문화공간의 의미가 그의 회화들을 통해 보전되고, 그의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찾아 또다른 장을 열어가리라 기대된다.






    박성완 <공사장일기-야근(부분)>, 2013, 캔버스에 유화, 244x122cm

     
    박성완 <공사장일기-구도청8002>, 2015, 캔버스에 유화, 145.5x112cm

     
    박성완 <마더>(2011~2014, 캔버스에 유화, 8.4m)와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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