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속된 '생활예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2-01 20:35 조회4,95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김세진 <널기 좋은날> 2015, C-프린트, 혼합재 소소하고 속된 사람살이에 보내는 ‘생활예찬’ 신년 초마다 한 해를 여는 연례의식처럼 등장하던 ‘세화전(歲畵展)’ 대신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정겨움이 깃든 현실문화로 담아낸 기획전이 마련되었다. 광주 롯데갤러리가 ‘생활예찬’이라는 이름으로 1월 6일부터 2월 2일까지 펼쳐놓는 삶의 단상들이다. “성과주의 중심의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먹고 자고 입는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진 지금, 삶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와 가치를 찾는 행위는 오히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우리 일상의 면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소중한 삶의 기제이다.” 큐레이터 고영재는 ‘작지만 진정 소중한 그 무엇’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이 전시를 꾸몄다고 한다. 초대된 작가들도 김동아·김세진·마C·박수만·백상옥·윤남웅·이재문·채경남·채지윤 등 아홉작가로 이런 일상 속 소재들을 각자의 어법으로 다뤄낸 작품들을 내놓았다. 김세진은 색 바래고 닳아빠진 옷가지들에 사진을 붙이고 코팅해 <널기 좋은 날>이라는 이름으로 말끔한 백화점 공간들에 여기 저기 빨래들을 널어놨고, 이재문은 헌옷가지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이고 실재처럼 색을 입힌 작업들로 쭈그린 채 회상에 젖은 초라한 노인의 초상 <황혼의 꿈>과, 꿈결처럼 포근한 솜더미 위에 귀엽게 엎디어 잠든 여자아이의 <행복한 졸음>, 텅 빈 냄비밥그릇처럼 말라붙은 어미의 젖을 다투어 빨고 있는 강아지들의 <마지막 선물>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비감하지만 질긴 삶에 대한 이런 자족하고 자위하는 실존의 사실작업들은 윤남웅이 큰 화판에 투박한 부조형태로 덧붙이고 깎아내고 칠하면서 꽃과 사람과 개와 새들을 엮어 놓은 <종이꽃> 연작에서 민화나 무속화 형태로 해학을 담아 풀이되기도 하고, 박수만의 가릴 것 없는 맨몸뚱이 인생들의 일그러진 초상들은 <요리 조리> 연작이나 검게 찌든 토사물을 냄비뚜껑에 쏟아내는 <토>로, 드러날 듯 말 듯 흰 실의 바느질 작업으로 광고글씨들 요란한 비닐포장천에 세상만사 수놓은 마C의 <Pattern>으로 수놓아지기도 한다. 검정고무신에 추억을 담듯 여러 희노애락의 인상들을 좀비처럼 구겨 넣은 백상옥의 <Robber Shoes> 연작도 이들과 같은 위무와 비틀기의 중층적 사실작업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김동아는 그리운 그곳을 향하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담채와 갈필들로 산수자연을 묘사하고 그 속 어딘가에 점처럼 소요를 즐기는 현대인들을 묘사한 <소소한 풍경>을, 채경남은 유년기 회상을 불러내듯 짓 푸른 녹색공간 속 동심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반려견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이들과는 달리 채지윤은 묵은 목재서랍 속에 빛나는 칠기자개로 색색의 사과들을 만들어 넣어 빛과 그늘 속 각양각색 존재들에 대한 경외를 <몽요담(夢妖談)> 연작으로 표현해 놓았다. 사실주의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고 여러 모습들이지만 요즘의 사실정신은 시대변화를 따라 또 새롭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의식은 큰 맥락에서 이어진다 해도 매체와 감각과 테크닉은 늘 진화하고 변형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이재문 <황혼의 꿈>, 김동아 <소소한 풍경>, 마C <pattern>, 윤남웅 <종이꽃> ▲▲ 박수만 <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