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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경 임남진 2인전 - 'The Room; 사색의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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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1-13 15:30 조회3,6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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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경, <증축된 기억>(왼쪽), 2015, 한지에 고서 꼴라쥬 / 임남진. <京-책가도>(오른쪽), 2014, 한지에 채색




    권인경 · 임남진 <The room ; 사색의 공유>


    롯데갤러리 신년기획전
    2017. 1. 20() - 3. 1()




    나와 세상을 향한 성찰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간들에 대한 다짐과 각오가 넘쳐나는 때이지만, 새해는 현실을 살아가야 할 모든 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살피기 위한 사색의 시기이기도 하다. 롯데갤러리는 그러한 신년을 맞아 깊은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가 2인의 작품전을 준비했다. 초대작가는 권인경, 임남진으로 현대 한국화 장르의 형식적 해석을 넘어서 주제성과 섬세한 감성, 무엇보다 회화적 힘이 돋보이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다.

    전시의 주제는 <The room ; 사색의 공유>로 타이틀에서 이 뜻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거처하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장소를 넘어서, 현실 속 번민과 성찰, 기억, 희망, 이상 등 삶의 다양한 정서들이 함축된 심리적 범주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있다. 이는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시간이 교차하는 기억의 공간이자, 자유의지에 의한 인식의 과정에서 파생된 생의 다채로운 시공간으로, 부연하자면 ‘The room’이라는 주제가 상징하는 것은 우리 생의 현전(現前)일 터이다.

    권인경, 임남진 작가가 작품 속에서 풀어내는 현실과 이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에 머물기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교감의 서정을 이끌어낸다. 채색화 기법을 통해 주로 풍경을 담아내는 권인경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인 먹과 함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며, 오래된 고서의 파편을 콜라주하는 독특한 표현기법을 선보여 왔다. 화폭에는 주택, 바위산과 강, 아파트, 상점, 방 등 작가의 일상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혼재되어 있다. 원근과 사실성이 배제된 풍경은 다시점에서 부감한 듯한 느낌이며, 왜곡되고 혼재된 풍경을 푸른색의 강줄기나 산이 성곽처럼 에워싸며 한 덩어리의 공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렇게 드러난 공간을 ‘Heart-Land’라 지칭한다. 중앙, 혹은 시원, 심장부로 해석되는 이 공간은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이자 궁극의 안식을 상징한다. 시간성을 전제로 한 고서의 파편이 삶의 근원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혀지듯이, 작가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표현한다.


    권인경, <Heart-land-6>, 2014,130.5×162cm, 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

    감로탱화 형식의 현실주의적 풍속도를 구축해 온 임남진 작가는 기존의 감로탱화 대작과 함께
    , 책가도, 상사화 시리즈, 그리고 근작인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작가의 어느 일상의 한 순간, 혹은 정지된 프레임을 포착한 듯한 본 시리즈에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우리 삶의 구석구석이 묘사되어 있다. 달빛 아래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 홀연히 떠난 지인의 죽음이 안타까운 상갓집 풍경, 생활 속 사물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작가의 방과 작업실 등, 의미 없어 보이지만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담담히 풀어냈다. 기존의 감로탱화 형식의 장막도에서 보여준 현대인들의 삶의 풍속이 광의의 서사라면, 그리움과 욕망을 담아낸 상사화 연작, 일상을 근거리에서 포착한 스틸라이프 시리즈는 보다 교감할 수 있는 서사의 범주이다.


    임남진, <정물- 9>, 2016, 35X27cm, 한지에 채색

    두 작가의 공통분모는 나와 세상을 향한 성찰적 태도이다. 화폭은 작가의 투영에 의해 창조된 공간이지만, 작가의 작품 속에서 예술이란 필히 우리의 삶을 수반한다. 향수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창작자의 주관이 보는 이의 객관이 되는, 즉 작가가 화폭 안에서 구현한 사적인 공간이 공적인 공간으로 놓이게 되는 그러한 회화적 힘을 갖고 있기에, 두 작가 모두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를 고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고민이 곧 너의 고민이고 모두의 삶을 새삼 다독여야 할 그런 시대이다. 전시의 부제, ‘사색의 공유처럼 작품을 통해 나와 타자 서로의 삶이 공감되고 각인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고영재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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