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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카톨릭 비움 나눔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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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5-31 13:35 조회3,8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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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일천 <시간의 순환>, 2017



    광주카톨릭 비움·나눔 페스티벌

     

    일반인들에게는 접근도 조심스러운 성소나 수도처 같았던 옛 광주카톨릭대학 자리의 카톨릭평생교육원에서 대규모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2017 광주가톨릭 페스티벌 - ‘비움·나눔’]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광주광역시가 공동주최해서 가정의 날 뜻 깊은 문화마당을 마련하면서 오월광주의 상처를 모두 더불어 기억하고 문화로서 치유하자는 자리가 되었다.

    524일부터 28일까지 하늘,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과 현대미술전, 특별전시인 광주지역작가아트마켓 등으로 카톨릭 교리의 본질인 죽음과 부활 등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일반 전시공간에서 정례적으로 회원전 성격으로 치러오던 이전의 협회전과는 전혀 다르게 특별한 종교시설을 개방해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교감하는 프로그램들로 다채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제 하늘, 바람하늘은 무한대의 공간이자 나눠지는 의미를, ‘은 비어 있는 공간이지만 인간의 노력에 의해 열매를 맺음으로써 그 열매를 나눌 수 있는 의미를, ‘바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인간을 뜻하였다고 한다.



    김도명 <바람의 숲 그리고 시간의 기억>, 2017


    본전시격인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과 현대미술전을 비롯해 지역예술가들의 창작 활성화를 돕기 위한 특별전 광주지역작가 아트마켓등의 전문영역과 더불어 초··고생 대상의 사생대회, 저명인사 초청 인문학 강좌, 문화감성을 채워보는 미술체험프로그램 등으로 카톨릭의 이웃사랑과 배려, 존중의 정신을 나누고자 하였다.

    행사 총감독을 맡은 한국화가 오창록 작가는 정말 열심히 자신의 삶을 굳건히 살아가는 광주지역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고, 사계절을 매년 견뎌내며 살아가는 나무들에 비할 우리들의 삶은 아니지만 수많은 예술가들과 일반시민들도 그에 못지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며 예술가와 시민이 모여 행복한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한다.

    본전시의 하나인 [현대미술전]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청 안에 자리한 브레디관과 헨리관 지하, 대건연수관 옆 산책로 등지에서 진행되었다. 김다정 김도명 김승정 김재성 김진화 류종원 리일천 문인환 박상화 박준석 양나희 양문기 양철민 오창록 유승덕 윤선종 윤종호 이경애 이 민 이상선 이선화 임상우 정은주 정정주 조현수 주 홍 최정미 하석원 허 욱 등 모두 29명이 출품하였다.

    이 가운데 윤종호는 온갖 유혹과 간절함이 담긴 폐현수막들을 접어 만든 대형 꽃송이들을 계단 통로를 따라 배치하여 자기안의 페르소나 존재와 함께 구속과 얽매임이라는 현실의 인식과 극복이라는 자기실현을 표현하였고, 리일천은 공동세면장 벽에 이곳을 거쳐 간 사제들의 희미한 흑백사진들을 일정 간격으로 붙이고 바닥에는 살아있는 잔디를 깔아 이 공간의 역사와 현재를 연결지어내었다. 정정주는 사제관 창으로 비쳐드는 햇살을 그 각도대로 나무통으로 담아 외부세계와 이 금욕의 절제공간의 관계를 상징하였고, 윤선종은 빛바랜 풍금을 소품으로 이용하면서 마루바닥에 일렁이는 파도형상의 대리석 조각들을 깔아 성직의 길을 찾아가는 이 공간 주인공의 지각과 감성의 생명력을 되짚어 보고 있다. 지하 서늘한 골방에 미디어아트 영상을 설치한 박상화는 흑백화면에 실루엣으로 따낸 인물들과 자연풍경 배경들로 사계를 보여주면서 관람객들이 그 영상 속으로 거닐 수 있도록 입체설치 스크린을 구성했다.

    아울러 이번 페스티벌 기간 이후에도 영구적으로 현장에 남길 작품을 제작한 류종원은 푸른 녹지공간에 유선형의 목재 벤치를 만들고 거기에 약간 크기를 확대 제작한 참새들을 설치하여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류종원의 참새들은 앞뜰 죽은 나뭇가지와 건물 창틀에도 여기저기 표나지 않게 설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광주지역 아트마켓전]에는 김영일 김영태 김종경 김혜원 김효삼 노여운 박선주 박일구 박정일 박태후 박홍수 성혜림 송필용 오광섭 오혜경 이선희 이창훈 임현채 장용림 장원석 전현숙 정운학 정인수 최요한 최재영 하루K 한희원 등 27명이 참여하였다. 전시공간은 현대미술전과 마찬가지로 신학대학 당시 기숙사였던 브레디관의 작은 방들에 배치되었다. 대부분 전시 자체가 아트마켓전이어서이겠지만 전시공간 또는 장소와의 연계보다는 각자 독자적인 작품들을 소품형태로 출품한 경우들이다. 다만 정운학처럼 지하창고 같은 공간의 선반에 두꺼운 책 형태의 LED조명이 내장된 미디어아트를 설치한 경우도 있다.

    신학대학 시설인 헨리관과 브레디관, 야외 등을 폭넓게 활용해서 종교시설과 자연녹지와 예술의 조화와 더불어 종교인·시민들이 함께 비움과 나눔의 미덕을 교감하게 한 이번 전시는 카톨릭평생교육원의 문화사업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물론 이 페스티벌 전에 이 공간을 발견하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하 폐공간에서 미디어아트 설치로 개인전을 열어 그 가능성을 열어 주었던 권승찬의 역할이 컸다. 짧은 기간에, 첫 행사장소에서, 전문기획자가 아닌 화가가 종교적 소명의식과 동료미술인들에 대한 애정으로 광주에 또다른 문화행사와 문화공간을 만들어낸 이번 페스티벌의 의미는 매우 크다. 다만 현대미술전과 아트마켓전의 공간과 참여작가들의 구분이 모호하고 체험프로그램들이 일반적인 문화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차별화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이기도 하다.

    - 조인호 (운영자,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실장)


    류종원 <달의 노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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