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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고 쓰는 목수 김진송의 세상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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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7-08-31 12:55 조회4,5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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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고’ ‘쓰는목수의 세상 바로보기

    아홉 번째 목수 김씨 - 개와 의자의 시간
    2017. 9.1-9.20, 광주 롯데갤러리 


    노동의 대가가 순수하고 정확하기에
    정직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 업()이 있다. 뿌린 만큼 거둬들인다는 표현처럼 땅에서 양식을 내는 농사일, 뱃일로 혹은 물질로 자연이 내어주는 수확물을 끌어 올리는 바다일 등, 모두 주어진 조건에서 고된 노동의 결과물을 만드는 일들이다. 인류의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목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생활의 터전을 만드는 일부터 일상 속 쓰임새 있는 물건을 생산하는 행위까지, 달리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범주를 넘나드는 자못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다. 더불어 나무를 주재료로 삼기에 매체의 특성이 선사하는 이야깃거리 또한 다양하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므로 생각할 거리도, 사유의 시간도 많아질 테다.

    롯데갤러리는 사색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이야기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업을 선보인다. 초대 작가는 미술평론가 겸 전시기획자, 또는 저술가로 활약하다 나무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목수 김씨이자 인문학자인 김진송이다. 인문학자와 목수, 흔한 말로 학자와 쟁이로 읽혀질 수 있는 이 극단적인 지점을 오고 간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목수 김씨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1997
    년부터 시작한 나무작업이니 햇수로는 20년이 되었다. 불혹 즈음 시작한 작업의 동기는 생활적인 고충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쓰임새를 중심으로 나무를 가공하는 흐름이 아닌, 물질의 본성을 통해서 인간의 쓰임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 과정을 변화시켜 왔다. 사람의 필요가 먼저라기보다는 나무의 성질이 변형되는 과정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이로움을 염두에 두었다. 이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지양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시 주제인 <개와 의자의 시간>은 이러한 작가의 관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현대문명에 관한 풍자와 냉소적 시각이 돋보이는 그의 단편 저술 <개와 의자의 기원>에서는 개와 의자는 인류 역사와 함께 동시에 진화했다는 다소 엉뚱한 주장이 나온다. “의자와 개는 인간과 더불어 수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의자는 개의 행동 양식을 닮아 진화했고, 인간은 의자의 모양에 따라 행동했으며, 개는 또 그런 인간을 따라 하는 그런 식이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홀로 생겨나는 존재가 없듯이, 작가는 내가 주체가 아닌 타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상상이 그저 몽상에 그치지 않고 종국에는 나름의 힘을 발휘하는 것도 나와 타자, 혹은 우리와 다른 존재들과의 상호연관성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연유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본 전시에서는 그간 목수 김씨로서 보여주었던 상상력과 쓰임새가 공존하는 목물작업들이 선보여진다
    . 원재료인 나무의 형태와 물성으로부터 파생된 조형물은 귀가 접힌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기도, 보는 이의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는 당당한 개의 모습이 되기도 하며, 거무튀튀하지만 힘이 넘쳐 봬는 짱뚱어로 분하기도 한다. 비와 바람, 햇볕에 의해 세월의 태를 새긴 천연목은 자연을 닮은 모양과 흐름 그대로 유용한 목그릇이 되기도 하고, 의자와 탁자, 목침, 콘솔 등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때로는 쓸모를 넘어 서사가 넘친다
    . 버려진 나무에 상상력을 담아내면서 시작된 오토마타(움직 인형)’ 시리즈에서는 이야기와 이미지가 온전히 결합되어 있다. 이미지를 깎는 작업과 이야기를 쓰는 작업을 오고 가다 파생된 움직 인형은 손잡이를 돌려 크고 작은 나무톱니들이 움직이면서 비로소 이야기가 생겨난다. 시간성과 공간성이 확보된 목각 인형의 움직임에서 텍스트는 살아 숨 쉰다.

    경쟁하듯 창의력을 언급하고 생각의 전환을 부르짖지만, 정작 상상하기를 꺼려하고 생각하기를 주저하는 사회이다. 소진 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생각할 틈도 없이 매 순간 분주한 모습들. 어찌 보면 현대문명의 절대적 가치로 인식되는 합리와 이성 또한 인간 중심의 또 다른 허울일지도 모르겠다.

    목수 김씨가 제시하는
    자연을 닮은나무 작업에서 상상력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뻔한 해설과 정답이 아닌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고 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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