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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남 미디어아트에서 빛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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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10-01 08:33 조회10,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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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남의 <코뿔소>(2014. LED TV와 혼합매체, 4min30sec)가 있는 개인전



    이이남 미디어아트에서 빛의 재해석


    전통조각에 첨단 광소재 결합
    아날로그 정신과 디지털 조화
    관념의 재해석과 시지각 확장


    광주가 자랑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
    (2014. 9.19-10. 9)을 열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고전명화에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디어 영상을 선보여 온 그의 작품들은 어느덧 우리 시대 친근한 디지털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소재가 된 수많은 동서양 명화들은 마치 마법에서 풀려나듯 인물이며, 꽃과 나무며, 바람결, 물결까지도 다시 생명의 움직임을 계속한다.

    그런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명화의 재해석연작과는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길을 끈다. ‘빛의 재해석과 확장이라는 화두는 계속 유지하면서, ‘욕망이라는 전시주제에 따라 전통조각에 디지털 미디어를 결합하거나, LED 신소재를 낯익은 미술작품에 끌어들여 새로운 빛의 형상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코뿔소>는 육중한 몸체로 주춤거리고 선 사실적인 무소 조각 아래에 좌대처럼 디지털 모니터를 두어 파문 속에 여울지는 물그림자 영상을 깔아놓았다. 불교경전 [숫타니 파타]에서 이르듯이 사랑과 욕망, 갈망과 미혹애착애욕, 온갖 번뇌와 자기 속박에서 벗어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도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떠올린다. 비대한 육신과 갑옷 같은 단단한 몸에 미식축구 헬멧까지 무장을 했어도 정작 정신은 혼돈과 방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내면의 물그림자는 자꾸만 일렁여 제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사람들 스스로 만든 규제와 욕망에 얽매여 갈등하고 자성이 흐릿해진 현대인의 초상은 <제도에 갖힌 빛>에서도 마찬가지다. 날개를 활짝 편 니케, 아폴론의 유혹에서 달아나려는 다프네, 근엄한 여왕, 백자와 청화백자, 토끼나 사슴까지 동서고금의 우상과 존재들이 키보다 몇 배 높은 목제궤짝의 벽들에 둘러막힌 좁은 사각공간을 채우고 있고, LED 광소재가 인공의 빛을 발하고 있다.

    전시장 안쪽에 자리한 <re born>은 물통으로부터 날아오르는 비둘기의 영상 설치작품이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달콤한 이슬에 출품된 같은 제목의 작품과 동일한 구조와 연출인데, 여기서는 비둘기가 어느 순간 검은 얼굴에 허연 눈으로 쏘아보는 인물로 치환되는 부분에서 다르다. 세파와 욕망을 씻고 새롭게 태어나는 영혼을 아날로그 TV와 디지털 영상, 구조적인 설치형식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그런가하면, 고전미의 상징인 비너스는 디지털 매체들의 결합으로 이전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트리면서 현세에 대한 풍자를 담아내고 있다. <비너스의 발견>밀로의 비너스조각상을 차용하면서 전신에 작은 자개입자들을 덮어씌워 현란한 빛이 반사되도록 하였다. 에로스적인 미를 묘사한 서양 고대 여신상에 한국 전통공예의 화려한 꾸밈을 더했다. 서양 전통조각에서 획일화되어 온 외광에 의한 인체 굴곡과 볼륨감의 표현 대신 조각상 자체가 주변 빛에 반응하며 반짝이도록 한 것이다.

    <비너스 빛>은 비너스상 상체에 와이어 형태의 발광소재 EL light를 감아놓았다. 때문에 이 부분은 외광에 의한 조각상의 입체감이 사라지고 단지 비너스의 실루엣만이 떠 있는 듯 보인다. 하나의 조각상이면서도 전통조각 개념으로 외광에 의한 명암효과와 3차원의 입체감을 보여주는 허리 아래와, 빛의 끈으로 감긴 흉상부분이 서로 다른 물질감을 나타내고 있다.

    관념화된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경험으로 대체하는 실상과 허상의 접근은 <TV 비너스>에서도 볼 수 있다. 비너스는 허리 아래만 조각상이고 상체는 모니터 영상으로 대체되어 허공에 떠 있다. 고정된 물리적 실체인 하반신과 달리 전자공간에서 시간 따라 달라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가변 이미지인 셈이다. 또 얇은 LED판에 앤디워홀의 팝아트 이미지들을 새겨 넣은 <행복한 눈물>도 기존의 점 형태 발광 다이오드와는 다른 평면 LEG에 커팅으로 이미지를 삽입해서 유명 회화작품을 디지털 매체로 변용시켜 놓았다.

    이이남의 이번 개인전 다시 태어나는 빛은 아날로그시대의 정신미감과 디지털시대의 광소재와 신기술에 의한 이미지를 결합시켜낸 작업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간극은 현대인들에게 문화적인 혼돈과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아날로그의 정신성과 디지털의 물질성을 조화시켜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고정불변의 실체나 본질에 대한 근원적 갈망과 더불어 새롭고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들을 기존의 예술미와 전자문명 시대의 디지털미학으로 합체시켜낸 작업이다.

    -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전남일보, 2014. 10. 1)



    이이남 <re born>, 2014, 19인치 방수TV모터, 3min


    이이남 <제도에 갖힌 빛>, 2014, EL light오브제, 94x49x58cm


    이이남 <비너스의 발견>, 2011, 조각에 자개, 90x220cm
                  <비너스TV>, 2014. FRP+LED TV, 100x220cm 
                  <비너스 빛>, 2014, 조각에 EL lighrt, 220x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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