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늘 검은 기억' 오월의 진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8-05-20 17:14 조회2,70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검은 하늘 검은 기억’ 오월의 진혼 5·18민중항쟁38주년 기념 상무관프로젝트 (2018.05.18) 이당금 개막 진혼퍼포먼스, 정영창 허달용 조정태 회화 … 차마 못할 일이다… 상무관에 메아리지는 '원통히 죽은 내새끼들아~~' 그 처절한 외침이 아직 생채기진 어미들의 가슴을 얼마나 후벼 팠을까… 애써 허공으로 초점 없는 눈길을 보내거나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고 침통히 고개 숙인 어미들의 표정이 더 아리다. 흰 누런 상복에 마치 접신이라도 된 듯 굿마당을 휘저으며 절규하고, 고를 묶었다 풀어내었다 어린 영혼인가 하면 너울거리는 바람이 되기도 하는 광목천은 망자와 산자를 잇는 띠가 되어 검은 침묵의 벽 앞을 어른거린다. 5월 18일, 5·18민중항쟁38주년기념 ‘상무관프로젝트’의 개막행사로 연극배우 이당금이 어미들을 대신해 피를 토하듯 치러낸 진혼과 씻김굿이었다. 80년 당시 극한의 절규와 공허가 진공상태처럼 아득했던 상무관 역사현장에 재독작가 정영창이 검은 쌀로 위령의 벽을 세우고, 광주화가 허달용·조정태 3인이 오월 어머니들의 초상을 그려 5월 18일에 그 때 그 처연했던 상무관을 새로 열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의 시설로 편입된 상무관은 그 사이 바닥 마루판이 새로 깔리고 벽면 페인트로 새로 발라져 그 핏빛 상흔들은 전혀 더듬어 볼 수도 없는 말끔한 체육관 모양으로 바뀌어졌다.) 80년의 현장을 실감할 수 없는 이 공허한 공간이지만 정영창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부모가족 동지들과 이승을 이별했던 오월의 넋들을 기리며 거대하지만 지극히 절제된 침묵의 위령비를 폭 8m의 검은 화폭으로 세워놓았다. 그 화폭은 수천수만의 절명과 상처와 아픔이 검은 쌀알로 응축되어 이름 없는 또 다른 영혼들의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피울음조차도 목구멍을 넘지 못하는 애끓은 절규와 통곡들을 삭힌 위령의 벽, 처참히 짓이겨진 주검들과 암매장되고 행방불명된 구천의 넋들은 검은 하늘의 별들이 되고 새로 생명을 틔워내는 쌀알들로 현신하여 지금 이 오월을 주시하고 있다. 정영창은 이 “오월의 죽음이 누워있던 응축된 비극의 장소를… 광주정신의 실천을 위한 나눔과 평화의 공간, 폭력과 죽음 기억하고 망각에서 깨어 나는 곳, 광주의 염원이 피어나고 상처가 치유되는 곳”이기를 바라며 멀리 이국 땅 독일에서 제작해 온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을 이 상무관에 바쳤다. 이 검은 벽 양쪽으로 허달용과 조정태가 작업한 오월 어머니들의 초상화 10점이 이젤에 올려져 있다. 스러진 넋들의 원혼이 떠도는 옛 전남도청 복원을 요구하며 농성현장에서 오월을 지키고 있는 유족어머니들의 초상화다. 시국현장과 오월마당을 지켜온 허달용은 “만일 오월 현장에 그 때 그 모습대로 복원되면 감당하기 어려워할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죽음의 공간을 지키려고, 뒤집어지는 속으로 아픈 역사를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에 2년 동안 옛 도청에 나와 농성을 하고 계신” 그 응어리진 얼굴표정들을 묵언의 흑백수묵으로 담아내었다. 그 어머니들의 초상을 유화로 그려 함께 전시한 조정태는 그림을 그려드리려 해도 잠시지만 모델로 나와 앉아 있지도 못하는 분들이 “아픈 광주의 오월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또 다른 투쟁 속으로 망설임 없이 나온” 그 뜻에 경의와 위무를 담아 밝고 화사한 화폭으로 대신하였다. 마치 후광인 듯 하늘로 열린 발원의 창인 듯 초상마다 상단에 반원형의 배경들과 함께 따북따북 올린 붓터치들이 생동감을 주어 집에 걸어두고 날마다 밝은 기운으로 위로를 얻으시라는 마음을 담았다. 허달용과 조정태의 오월지킴이 초상화는 이날 프로젝트 행사가 말미에 어머니 본인들에게 증정되었고, 정영창의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은 작품의 뜻이 담겨진 광주 오월현장에서 계속해서 보전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한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