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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하고 속된 '생활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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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2-01 20:35 조회4,4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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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진 <널기 좋은날> 2015, C-프린트, 혼합재

     

    소소하고 속된 사람살이에 보내는 생활예찬

     

    신년 초마다 한 해를 여는 연례의식처럼 등장하던 세화전(歲畵展)’ 대신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정겨움이 깃든 현실문화로 담아낸 기획전이 마련되었다. 광주 롯데갤러리가 생활예찬이라는 이름으로 16일부터 22일까지 펼쳐놓는 삶의 단상들이다.

    성과주의 중심의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먹고 자고 입는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진 지금, 삶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와 가치를 찾는 행위는 오히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우리 일상의 면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소중한 삶의 기제이다.” 큐레이터 고영재는 작지만 진정 소중한 그 무엇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이 전시를 꾸몄다고 한다.

    초대된 작가들도 김동아·김세진·박수만·백상옥·윤남웅·이재문·채경남·채지윤 등 아홉작가로 이런 일상 속 소재들을 각자의 어법으로 다뤄낸 작품들을 내놓았다. 김세진은 색 바래고 닳아빠진 옷가지들에 사진을 붙이고 코팅해 <널기 좋은 날>이라는 이름으로 말끔한 백화점 공간들에 여기 저기 빨래들을 널어놨고, 이재문은 헌옷가지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이고 실재처럼 색을 입힌 작업들로 쭈그린 채 회상에 젖은 초라한 노인의 초상 <황혼의 꿈>, 꿈결처럼 포근한 솜더미 위에 귀엽게 엎디어 잠든 여자아이의 <행복한 졸음>, 텅 빈 냄비밥그릇처럼 말라붙은 어미의 젖을 다투어 빨고 있는 강아지들의 <마지막 선물>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비감하지만 질긴 삶에 대한 이런 자족하고 자위하는 실존의 사실작업들은 윤남웅이 큰 화판에 투박한 부조형태로 덧붙이고 깎아내고 칠하면서 꽃과 사람과 개와 새들을 엮어 놓은 <종이꽃> 연작에서 민화나 무속화 형태로 해학을 담아 풀이되기도 하고, 박수만의 가릴 것 없는 맨몸뚱이 인생들의 일그러진 초상들은 <요리 조리> 연작이나 검게 찌든 토사물을 냄비뚜껑에 쏟아내는 <>, 드러날 듯 말 듯 흰 실의 바느질 작업으로 광고글씨들 요란한 비닐포장천에 세상만사 수놓은 마C<Pattern>으로 수놓아지기도 한다. 검정고무신에 추억을 담듯 여러 희노애락의 인상들을 좀비처럼 구겨 넣은 백상옥의 <Robber Shoes> 연작도 이들과 같은 위무와 비틀기의 중층적 사실작업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김동아는 그리운 그곳을 향하듯 부드럽고 감미로운 담채와 갈필들로 산수자연을 묘사하고 그 속 어딘가에 점처럼 소요를 즐기는 현대인들을 묘사한 <소소한 풍경>, 채경남은 유년기 회상을 불러내듯 짓 푸른 녹색공간 속 동심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반려견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이들과는 달리 채지윤은 묵은 목재서랍 속에 빛나는 칠기자개로 색색의 사과들을 만들어 넣어 빛과 그늘 속 각양각색 존재들에 대한 경외를 <몽요담(夢妖談)> 연작으로 표현해 놓았다.

    사실주의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고 여러 모습들이지만 요즘의 사실정신은 시대변화를 따라 또 새롭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의식은 큰 맥락에서 이어진다 해도 매체와 감각과 테크닉은 늘 진화하고 변형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재문 <황혼의 꿈>, 김동아 <소소한 풍경>, C <pattern>, 윤남웅 <종이꽃>
    ▲▲ 박수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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