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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로 담아내는 '시간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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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5-16 17:12 조회4,5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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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로 담아내는 시간과 공간

     

    리일천 사진전; 'Space-time'
    2016. 5.13-5.31
    양림미술관 초대전


    시공
    (時空)의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기본 조건이다. 현상적으로 드러나 어떤 공간에 실재하는 것이든, 비어 있는 상태이지만 존재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든,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시공간 속에서 발견되고 인식되는 실체인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이미 시공 속에 있으면서도 심신은 늘 그 시공으로부터 초월을 꿈꾸기도 하고, 그에 깊숙이 밀착하고 뿌리내리려 여러 모습의 생을 엮어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시공은 실체와 허상을 담는 프레임이면서 이를 경계 짓거나 허물기도 하는 인식의 개념일 수 있다.

    사진은 기본 속성부터가 시공에서 담아낸 세상의 단편들이다. 현실이라는 시공 속에 실재하고 있던 존재의 어느 순간, 어느 지점, 어느 공간의 단면을 담아낸 현상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점이나 대상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중첩되어진 경우들도 있지만, 대개는 매 순간순간의 발견과 선택에 따라 원래의 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의도된 이미지로 생성되는 것이다.

    최근 리일천의 작업에서 주된 화두는 시공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삶의 태도가 파인더에 맺혀지는 것이겠지만, 어느 면에서는 다분히 철학적 탐구와 종교적 경건함까지 배어나는 세상만행 같은 과정들이다. 그래서일까. 리일천의 사진에서는 늘 허튼 이미지놀이나 감각적 유희보다는 사뭇 진지한 긴장으로 대상의 시공이 견고하게 짜여진 경우가 많다. 그것이 우연찮은 발견일지라도 그렇게 포착되고 원하는 이미지로 담아내기까지가 대상을 바라보는 탐구자의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루는 시공 속에서 무수히 이어지는 발견과 선택들이 몇 가지 주제로 집중되면서 의미구조를 다져가는 것이다.

    기하학적 공간구획이나 음영의 대비적인 공간분할이 두드러진 건축물의 일부이든, 빈 담벽에 바람의 그림자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잔상이든, 어느 찌든 생의 골목어귀에 배인 소망의 색이든, 산길 손바닥만한 물웅덩이에 비친 허공의 그림자이든, 있는 그대로의 시각적 요소에 어느 순간 그가 읽어낸 의미와 메시지들이 정교한 구조와 시각적 또는 비가시적 요소들까지 결합되면서 한 컷의 이미지로 담겨진 것들이다. 이를테면 리일천식의 시간과 공간 이미지는 그의 삶과 작업의 노정에서 무시로 만나게 되는 현상들 가운데 시시때때로 발견하고 선택하면서 만들어진 세상의 반추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주제의식과 함께 이미지의 대비감이 두드러진다. 기하학적인 비구상화면 같은 공간구조나 그와는 대비되는 자연 경물에서 나타나는 명암과 음영, 빛의 깊이와 면적의 차이들로 극적인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는 시간대와 각도의 포착도 그렇고, 물과 구름과 허공 같은 무상한 공간에 절대불변일 듯한 바윗돌이 천근 무게로 자리하기도 하고, 강고해 보이는 금속성 유리면에 무성한 숲의 그림자가 여울지거나, 마찬가지 매끄럽고 날렵한 기하학적 곡면과 녹아내리듯 흐물거리는 곡선구조가 함께 담겨진 이미지들이 그렇다.



    또 하나 눈여겨볼게 관점 뒤집기. 본디 제자리라고 여기거나 그런 거라 단정하는 관념으로부터의 탈피를 제시하는 방편 이미지인지, 강과 산과 초목과 바윗돌들이 물그림자인지 실체인지 무중력 공간에 부유하고 대칭을 이뤄 비춰지기도 한다. 실체는 그대로지만 바라보고 담아내는 시각을 바꿔놓으면 갑자기 의식구조가 흐트러지는 듯 당혹스러워지고, 관념적 인식 너머의 또 다른 초월적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익숙한 정도가 관념의 강도를 달리할 수 있는 세상사에서 진리와 진상의 실체가 무엇일지 이 또한 세상탐구과정의 한 행보라 여겨진다.




    만학의 시점에 돌연 재수업기를 가지면서 그간 전념해 왔던 작업들을 새삼 반추해보는 일은 세상에 대한 자기인식의 뒤집기일 것이다
    . 더불어 지난한 작업과정을 통해 리일천을 이루고 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반추이자 성찰이기도 하다. 학위과정을 마무리하는 이번 발표전 또한 전시회 이상의 의미와 과제를 동시에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실장, 개인전 전시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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