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도조인물상 - '사람꽃' 초대전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김희상 도조인물상 - '사람꽃' 초대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4-12-26 18:32 조회8,871회 댓글0건

    본문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술회
    (述懷)

    김희상 도조 인물군상 사람꽃초대전

    광주 롯데갤러리
    2014.12.16-12.31


    오래된 시장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때로는 아려온다
    .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분주한 흥정 속에서, 이내 꾸밈없이 살아감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시장이란 먹고 사는 삶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일상 안에서의 기쁨과 슬픔, 생을 함께 부대끼는 이들에 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삶을 위한 궁극의 즐거움 등이 한 데 어우러져, 다양한 생의 표정들을 읽어내고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금번에 롯데갤러리에서 준비한 김희상의 작품전은 이러한 생의 표정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궁극에는 사람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각을 전공한 김희상은 참여적 성향의 구상 작업과 함께 주로 나무를 주재료로 삼아 활동했다. 2001년 인사갤러리에서의 목조각 작품전 <숲으로부터>를 마지막으로 현재는 점토로 만든 인물상을 가마에 소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삶과 예술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형식과 흐름들을 답습하고 고민해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파생한 지금의 인물상 작업은 나한상이라는 전통적 도상에서 상징성을 취한 것인데, 이는 불교적 교리의 확장이라기보다 도상 자체의 형식에 천착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나한, 일체의 번뇌를 끊고 지혜를 얻어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 성자를 의미하지만, 우리의 나한상은 다른 동아시아권의 도상과 다르게, 보다 친숙한 동세와 인간적인 표정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부처와 중생의 연결고리로 해탈의 시작점이며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읽혀지는데, 작가는 중생과 호흡하는 나한의 상징적 의미에 집중하며 그만의 인물상을 만들어냈다.

    김희상의 인물상은 고대 토우와도 같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가식 없이 파안대소하는 사람, 깊은 염려에 빠져있는 시무룩한 얼굴, 일상의 재잘거림을 재현한 듯한 몇몇 무리의 담소, 순간의 사색에 잠겨있는 이, 어떠한 일에 성노하거나 생의 무게에 짓눌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군중 등, 작가는 우리 주변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을 인물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투영했다. 전시 부제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내세움은 다양한 생의 편린들에 진실하게 다가가기 위한 작가적 의도로 읽혀진다.

    인물상은 각기 독립된 개체처럼 보이다가도 개개인의 표정과 몸짓에서 그들 간의 속내와 기운이 담담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직설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모습이기도 혹은 나와 너의 현재에 관한 서술이기도 한 60여 점의 인물상에서 작가가 보고 가는 궁극은 어울림이다. 자연과 인간이 한 데 어우러진 형태의 판각도판 작품들에서는 흐드러진 꽃무더기 사이사이에 사람의 손과 얼굴 등이 등장한다. 전통적 도상의 손갖춤(手印)을 닮은 손, 본존(本尊)의 온화함과 같이 푸근한 미소를 건내고 있는 인물의 모습, 굳건히 땅을 지탱하며 서있는 투박한 양 발의 자리매김에서, 우리가 구태여 드러내고자 애쓰지 않아도 사람의 삶이란 그리고 사람이란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존재임을 역설하는 듯하다. 근원적인 삶 안에서의 사람살이의 면면이 함축적으로 제시된 이러한 도판 작업들은 자연의 색을 그대로 담은 흙 상감 기법으로 인해 더욱 따뜻한 손맛을 선사한다.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삶 가까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가까이 다가서야 함도 당연한 이치이다. 일반적 결론이기에 시답잖은 서술로 비쳐지는 이러한 강조가 창작의 관점에서 도리어 외면당하고 잊혀진지 오래다. 긴 시간의 침잠에서 일어난 작가가 더욱 긴 호흡으로 사람 가까이에 다가설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이라는 단어에 이라는 음절을 덧붙인 김희상의 마음자리가 그 여느 때보다 간절한 한 해의 끝자락.

    개개인의 존엄과 사람을 위한 시간이 퇴색되어 가는 지금, 보다 진실하고 맑은 심중으로 나와 너의 소중함을,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다 같이 되돌아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고영재(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